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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청] 소리 혐오증과 청각 과민증

 

우리는 수많은 스트레스와 작은 환경소음에 둘러싸여 있다. ‘특정한 소리’ 때문에 예민해지고, 고통을 호소하는 ‘소리 혐오증’ 또는 미소포니아 증상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WRITER 정순옥

 

미소포니아란?
미소포니아(Misophonia)란 그리스어로 ‘혐오감’을 뜻하는 미소스(Misos)와 ‘소리’라는 포네(Phone)의 합성어다.

 

특정 소리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현상을 뜻하며(청각 과민증) 뇌 연구학자인 파웰 자스트레보프와 마가렛 자스트레보프에 의해 처음 만들어진 개념이며, 2000년도에 신경학적 장애로 공식 인정받았다.

 

불편을 방치하면 장애가 된다
소리 혐오증과 청각 과민증은 아직 뚜렷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따라서 일반적인 치료법으로는 완치를 기대하기는 아직 어려운 게 사실이다. 다만 지속적이고 특정한 음에 대해 뇌가 소리에 반응하고, 활성화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청각장애의 문제는 아니라고 보고하고 있다.


2015년 사우스 플로리다 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학생 가운데 20%가량이 이 증상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심리 상담과 소리 요법을 혼합한 방식으로 증상 극복을 모색 중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공식적으로 진단받은 환자의 수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큰 소리보다는 반복에 취약
주변 환경에서 나는 모든 소리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환경음 수준에서도 고통을 느끼는 증상을 보인다. 이러한 증상은 대체로 10살 전후인 학령기 아동에서 나타나기 시작하여 나이가 들면서 점점 심해지는 경향을 보이며 다양한 소리에도 쉽게 혐오감을 느끼게 된다.


미소포니아가 있는 사람이라고 무조건 ‘시끄러운 소리’에 민감한 것은 아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들리는 소리가 반복해서 들리면 불편함을 호소하고 예민하게 반응한다. 이때 문제가 되는 소리의 종류는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선택적 소음 과민 증후군이라고도 한다.

높고 큰 소리를 무서워하고, 특정한 소리에 두려움을 느끼는 ‘고성 공포증’인 ‘포노포비아’와는 다르며, 두 질환 모두 청력과는 상관이 없다.


반복되는 작은 소리에 자살까지
평소 특정 소리가 지속되면 고통을 호소한다. 껌 씹는 소리, 키보드 치는 소리, 숨소리, 코 고는 소리, 구둣발 소리, 음료수를 홀짝거리거나 밥 먹을 때 쩝쩝거리는 소리 등 반복적인 소리에 예민하다.

 

층간 소음, 이웃집의 음악 소리, 개 짖는 소리 등이 들리면 귀에 거슬려 식은땀이 나기도 하고 심하면 증오심이 생기고, 소위 피가 거꾸로 솟는듯한 경험도 한다.


휘파람이나 시계 초침 소리, 소곤거리는 소리를 들으면 괜한 불안감이 들고 공황장애, 두려움 또는 구역질, 이명, 두통에 시달리기도 한다. 분노나 공포를 느끼는 단계를 넘어 살인이나 자살 충동 같은 감정적 반응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들은 늘 이런 소리에 대응하기 위해 스스로 투쟁할 것인지 이를 피할 것인지 고민에 휩싸여 있다.


아직 규명할 게 많은 질환
이 질환은 내이의 청각기관 손상이나 등골근 반사 소실, 불안과 공포 등 스트레스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뉴캐슬대 생명과학연구소 수크빈더 쿠마(Sukhbinder Kumar) 박사팀은 명확한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미소포니아 증상이 있는 사람과 일반 사람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소리를 들려준 뒤, 자기공명영상법(fMRI)으로 뇌를 촬영했다.


그 결과 미소포니아 증상이 있는 사람들은 특정한 소리에 민감해지는 소리를 들었을 때 대뇌 피질 중 청각과 관련된 부분과 안면 운동을 담당하는 부분이 비정상적으로 나타났다.


청각보단 뇌 문제로 상정
소리 혐오증과 청각 과민증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소 체계적인 연구를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이명과 보청기를 주로 연구한 영국의 스코핑 리뷰 저널은 2017년, 청각 과민증 관련 연구논문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연구논문마다 청각 과민증의 정의와 진단방법과 치료법도 매우 다양하다.

 

다만 약물치료보다는 뇌에서 유발된 문제이기 때문에 인지행동 요법을 중심으로 치료한다. 다른 방법으로는 저주파 소음인 ‘핑크 노이즈’를 듣다가 전체 주파수 소음인 ‘화이트 노이즈’를 듣는 방법도 있다.


예방은 스트레스 관리부터
평소 충분한 휴식과 규칙적인 운동과 충분한 수면, 휴식과 명상 등으로 컨디션을 유지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한다. 소음이 발생하는 장소는 가급적 피해야 한다. 귀에 거슬리는 소리는 귀마개를 착용하여 의도적으로 소리를 차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백색소음을 듣는 것도 좋다.


주위 사람에게 자신의 증상을 알리고, 내원해 정확한 진단 후 전문가에게 행동 치료나 심리치료를 받아보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가천대 길병원 이비인후과 한규철 교수는 “일단 가장 먼저 청력검사를 통해 미소포니아가 맞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며 “비슷한 질환을 겪으면서 실제 귀에 문제가 있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상반고리파열증후군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소포니아는 청력검사에서는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작은 불편함이었던 게 안고 살면 나중에는 걷잡을 수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 가뜩이나 소음과 스트레스가 가득한 시대다. 불편함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는 의지가 삶의 질을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