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용두 기자 | 올해 10월부터 친족 관계에 의한 성폭행, 주거침입을 통한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은 최대 징역 15년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더불어 성적 수치심이라는 단어를 ‘성적 불쾌감’으로 변경하여 성범죄 피해자가 갖는 피해 감정을 고려하고 혹시 모를 편견이나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7월, 이런 내용을 담은 성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을 최종 의결했다.
2차 피해에 대한 내용도 추가됐다. 기존 일반가중인자 및 집행유예 일반참작사유인 피의자가 피해자에게 합의를 시도하는 중 피해를 야기하는 부분도 ‘2차 피해 야기’로 수정하고, 성범죄 특수성을 고려하여 정의규정에 ‘합의 시도와 무관하게, 피해자에게 피해를 발생시킨 경우'라는 내용을 추가했다.
천안 지역에서 강제추행, 강간 등 성범죄 사건을 다루는 홍성구 형사전문변호사는 “성범죄 등 형사 사건의 양형 기준 눈에 띄게 높아지고, 처벌 규정이 구체화되고 있다”며 “그만큼 피의자-피해자의 합의도 어려워지고, 재판도 까다로워지는 추세”라고 설명한다.
이어 “이전에는 피해자의 처벌 불원서, 합의서, 반성문 제출 등 서류가 감경 사유로 크게 작용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서류뿐만 아니라 서류 준비 및 합의 전후 과정, 판단 기준, 법정에서의 태도 등 여러 사항에 따라 재판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꼼꼼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렇게 성범죄 형사 사건의 심각성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사건 초기부터 피의자-피해자의 입장 정리, 합의 시도, 진술, 자료 등 모든 준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특히 초기 양측의 진술은 수사 방향을 결정하고 재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바. 특히 유의해야 한다.
홍성구 변호사는 “성범죄 사건은 대체로 피의자-피해자 두 사람이 있는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진술이 매우 중요하다”며 “진술에 일관성이 없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경우 등에는 일방의 진술대로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어 “때문에 피의자든 피해자든 상황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거나 모호한 부분이 있다면 진술을 멈추고 형사전문변호사와 충분한 상담을 한 후 수사에 임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한다.
아무리 억울하거나 일방의 진술이 과장되었다고 하더라도, 수사 기관은 제출된 증거와 진술을 기반으로 수사를 진행할 수 밖에 없다. 즉 본인의 주장을 명확하게 뒷받침할 자료가 없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 진술은 삼가야 한다.
사건 직후 섣부른 합의 시도X 상황에 맞는 단계적 대응해야
홍성구 변호사는 성범죄 사건 발생 후 피의자와 피해자의 관계, 그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문자나 전화 등 내용, 블랙박스 영상, 주변인 진술과 사건 당시 현장 주변 CCTV 등 포괄적인 자료를 수집할 것을 강조한다. 증거가 사라지기 전에 확보해야 이후 대응을 결정할 수 있다. 자료를 확보하고, 유리한 증거로 활용될 자료를 선별하는 데는 형사전문변호사의 조력이 필수적이다.
또한 합의를 할 때는 피해자의 2차 가해 가능성에 대비하여 통상 피해자-피의자가 직접적으로 대면하지 않고 양측 변호사가 합의한다. 때문에 형사전문변호사의 역량,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홍성구 변호사는 “성범죄 사건은 사안에 따라 각기 다른 대응을 해야 하며, 수사, 기소, 재판, 항소 등 단계에 따라 입장 정리와 제출할 증거, 진술이 달라진다”며 “피해자-피의자 합의를 하는 시기나 방향도 사안, 단계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섣부른 대응은 금물”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즉 성범죄 형사 사건에 휘말렸다면 피의자든 피해자든 형사전문변호사와 사건에 대해 상세하게 상담하고, 차분하게 사건을 진행해야 합리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조언을 준 홍성구 변호사는 성범죄, 경제범죄 등 형사 사건부터 조세, 부동산 사건 등을 포괄적으로 담당한다. 현재 대전지방국세청 국선대리인, 대전광역시 감사위원, 대전광역시 적극행정위원회 위원, 충남대학교 보통징계위원으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