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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여는 자들의 미소는 때로 눈물보다 뭉클하다

골프가이드 11월호

 

대한민국은 유독 어려운 환경 속에서 세계 톱클래스 반열에 든 선수들을 많이 보유한 나라다. 우리는 그들의 화려한 이력에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 상상 이상으로 높고 넓은 벽을 넘어서는 과정에서 어쩌면 보통의 정신력으로는 유지하기 어려운 멘탈을 지켜냈다. 그들의 허물없는 미소가 눈물보다 더 뭉클한 이유다.


EDITOR 박준영 PHOTO 방제일

 

PGA 투어 자격을 얻은 첫 한국인. 한국인 최초 PGA 투어 우승자. 아시아인 최초 세계랭킹 5위. 대한민국 골프계에서 ‘길을 연 자’라면 최경주다.

 

그 소식을 전하며 PGA 투어라는 콘텐츠의 길을 연 목소리는 조건진이다. 최경주가 콘텐츠를 생산했고, 조건진이 전했다. 세월이 지났고, 한 행사를 통해 만난 이 두 사람이 어린아이 같은 표정으로 파안대소하는 장면은 왠지 뭉클했다.


길을 여는 자들의 미소
축구계에서는 박지성을 ‘해버지’라고 부른다. 그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그 전에는 우리나라 선수가 뛰리라곤 꿈도 꾸지 못했던 명문 구단에 입단하면서 많은 국내 축구팬이 해외축구를 보기 시작했고, 국내 축구팬들의 견문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결국 방송사들은 해외축구 중계권을 사오기 시작했고, 축구 붐이 일었다. 그는 해외축구라는 카테고리를 제공한 ‘해버지’다.


물론 이미 차범근이 더 ‘말도 안 되던’ 시절에 무려 독일에서 ‘폭격기’ 소리를 들으며 더 대단한 활약을 하기도 했지만, 위성이나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이라 해외축구 자체를 국민적 콘텐츠로 만들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우리는 박지성을 ‘길을 연 자’로 본다.

 

늘 수줍기만 하던 그의 미소도 때로 뭉클할 때가 있었다.

 

최경주 '2023년 PGA 투어 재도전'
“따져보니 PGA 투어 대회에 12번은 나갈 수 있겠더라. 내년에는 챔피언스 투어보다는 PGA 투어 위주로 일정을 짜겠다.”


지난 9월 여주시 페럼 클럽에서 열린 KPGA 코리안투어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2라운드를 마친 최경주(52)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2020년 챔피언스투어 출전 자격을 얻은 최경주는 2021년 PGA 16개, 챔피언스 11개 대회에 출전했다. 반면 2022년에는 PGA투어에는 단 3개에 출전하고, 챔피언스투어에는 17번 출전했다. 챔피언스투어 첫 우승도 신고했다.

 

그런데도 2023년에는 PGA투어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얘기다.


한 사람의 선수, 그 이상
1970년생, 한국 나이로 53세다. 그는 이미 대한민국 남자 프로골퍼 사상 최고의 커리어를 쌓았다. PGA 투어 자격을 얻은 첫 한국인이 된 그는 2002년 뉴올리언스 컴팩 클래식에서 한국인 최초 PGA 투어 우승을 거머쥔다.

 

이를 시작으로 같은 해 탬파베이 클래식 우승, 무려 마스터스 3위를 기록한다. 2008년에는 아시아인 최초 세계랭킹 5위가 됐고, 2011년에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이제는 현역 생활만큼이나 ‘최경주 재단’으로 불리는 ‘(사)최경주복지회’ 활동을 하면서 한 명의 선수 이상의 가치를 위해 뛰는 그다.

 

피 끓는 그곳에 좀 더 머물겠다
“PGA투어에 나가면 내 골프가 확실히 는다. 후배들과도 다시 겨뤄보고 싶다. 내 열정과 노력을 좀 더 그곳에 바쳐보고 싶다. 거기(PGA투어)는 공기가 다르다. 코스를 비롯해 모든 게 다르다. 그곳에 가능하면 오래 머물고 싶다.”


우리가 요새 좀 잊고 있었는데, 그의 별명은 탱크였다. 발달한 하체 때문에 붙은 별명이지만, 플레이 스타일도 그렇다. 장애물을 겁내지 않는다. 실제로 투어프로 최경주는 벙커를 피하지 않는 선수다. 데뷔 5년 안에 1승 하는 게 목표라고 해놓고, 3년 만에 2승을 거뒀다.

 

 그 옛날얘기가 지금 이들을 어린아이처럼 웃게 만들고 있다


길을 연 자, 골프 통 조건진
조건진 아나운서도 길을 연 자다. 국내 골프 중계를 처음으로 시작했고, 가장 많이 한 ‘골프 통’이다. 중계를 맡았던 종목 중 다수의 심판 자격까지 취득할 정도로 공부를 많이 하는 그가 골프라고 달랐을까.

 

KGA 규칙분과 위원을 역임하고 스포츠 공정위원회 위원을 하며, 세계 100대 코스 선정위원이자 골프 관련 저서 2권과 번역서 1권을 내고 KPGA 홍보담당 이사직을 맡은 그다. KBS에서는 은퇴했지만, 여전히 다양한 곳에서 활약하는 중이다.


다시 길을 연다
최경주가 첫 번째 목표로 잡은 소니오픈은 내년 1월 둘째 주 하와이에서 열린다. 최경주는 이미 스폰서에게 출전 기회를 달라는 편지를 보냈다. 아직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확실한 건 최경주, 그가 다시 길을 열고 있다는 점이다. 그 도전을 약 3개월 앞둔 시점에서 두 사람의 웃음이 조금 뭉클했다. 무슨 얘기를 했기에 그렇게 우스웠는지 물었지만 “그냥 옛날얘기”란다.

 

길을 여는 게 내 일이 아닐 때는 아름다운 성장스토리 정도지만 그게 내 일이 되면 다르다. 길을 여는 건 고난의 연속이었을 터다. 그 고난의 시간들이 이들의 ‘옛날얘기’다. 그 옛날얘기가 지금 이들을 어린아이처럼 웃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