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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KLPGA 임팩트 플레이어] 이가영, 내년에도 '또가영'이기를

내년 목표..."당연히 승수 추가!"
"한 번 해봤으니 또 할 수 있단 자신감 생겼어요"

 

골프가이드가 선정한 2022 KLPGA 최고의 임팩트 플레이어는 이가영이다.
KLPGA의 아픈 손가락 같았던 그가 생애 첫 우승을 한 해라는 사실을 기록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가영에게도 그를 응원하던 KLPGA 팬들에게도 2022년은 이가영이 ‘드디어’ 우승한 해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또가영'이라는 별명도 이어지기를 바란다.

'또 이가영이 우승?!'으로 바뀌어서 그 별명이 계속되기를.


EDITOR 박준영 PHOTO KLPGA

 

16번 홀(파3)에서 8m 버디 퍼트를 넣었을 때였다.
이게 들어가면서 “우승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Q 골프가이드 12월호 결산으로 KPGA와 KLPGA에서 2022년 한 해 가장 임팩트가 있었던 선수를 꼽았는데 KLPGA에서는 이가영을 선정했다. 이가영이 선정한다면 누구를 뽑겠는지?
박민지! 6승이라는 게 정말 대단한 기록인데 2년 연속이라니 너무 대단하다.


Q 오래 기다린 첫 우승인 만큼 주변 반응도 뜨거웠을 것 같다.
축하 전화를 정말 많이 받았다. 정작 엄청 울 줄 알았던 나 대신 주변 분들이 더 많이 울었다.

 


Q 이번 우승과 지난 4번의 준우승, 플레이 면에서 ‘이 부분이 달랐다’고 짚을 부분이 있었는지? 또는 이번 우승의 원동력이 있었다면?

퍼트와 아빠의 칭찬!

 

하이원 대회가 있던 주에 코로나에 걸렸다. 살이 7~8㎏나 빠졌고, 이후 출전한 4개 대회에서 3번이나 탈락했다. 몸도 아팠지만,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

 

다행히 추석 주에는 대회가 취소되면서 다잡을 여유가 생겼는데, 8년 동안 알고 지낸 프로 출신 매니저 언니와 시간을 보내면서 처음으로 그간 하던 연습 방식을 바꿔봤다.

 

언니가 퍼트 연습만 죽어라 시켰다(웃음). 눈뜨자마자 4시간 이상은 퍼터에만 몰두했다. 실제 대회에서 적용해보니 퍼트가 눈에 띄게 좋아졌고,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아빠가 처음으로(강조) “퍼트 최고 잘 한다!”고 칭찬을 많이 해주셨는데, 그래서 더 신이 나서 성적으로도 이어졌던 것 같다.

 

Q 한 끗 모자란 준우승을 하다 이번에 ‘한 끗’을 넘어섰다. 그 한 끗의 정체는 뭐였나? 준우승 이가영과 1승 이가영은 어떤 차이가 있을지?
퍼트 연습! 그리고 마음가짐의 변화다. 마음을 조금 내려놓으니 오히려 기회가 온 것 같다. 확실히 다음에는 실수하더라도 자신감을 잃거나 흔들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

 


Q 우승했던 날 특별히 힘이 됐던, 기억에 남는 응원이나 팬이 있었는지.
우승하는 날도 팬들이 많이 와주셨고, 모든 분의 얼굴이 다 기억난다. 그린에서 다 보였다. 우승 현수막을 4월부터 들고 다니셨던 팬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팬카페 닉네임을 밝혀도 될지 모르겠는데…‘테리’, ‘벳남전훈’, ‘팔공이’, ‘블루’ 님이다.


Q 가영동화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회장이 매번 다른 데다가 멀기 때문에 사실 찾아오시는 게 부담도 되실 텐데 저를 보고 와주시는 게 너무 감사하고, 정말 많이 힘이 된다고 전하고 싶다(울컥). 앞으로도 골프를 하는 한 계속 인연을 이어나가고 싶다. 정말 감사합니다(울먹).


Q 이번 겨울 시즌, 계획이 궁금하다.
스폰서 행사를 하면서 감사 인사를 드리러 다닐 예정이다. 해외 대회 준비도 해야 하니 계속 대회에 집중할 예정이다. 투어가 끝나지 않았다.

늘 목표로 세우는 것인데, 작년보다 나은 그린 적중률을 위해서 훈련할 계획이다. 어프로치 세이브나 드라이브 비거리 등 기술적인 면에서 매년 나아지는 선수가 되고 싶다.

힐링 계획은 친구들과의 호캉스!

 

 

Q 2023년 목표와 소원이 있다면?
한 번 우승했으니 또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내년 목표는 당연히 승수 추가다. 소원은…올해 많이 아팠다. 내년에는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잘 보내고 싶다.

 

Q 골프의 묘미는?
정해진 게 없고, 결과를 알 수가 없다는 점.


Q 반대로 이럴 때는 골프가 정말 싫다/야속하다 싶을 때는?
컨디션도 좋고 다 잘 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골프는 정말 정해진 게 없고, 결과를 알 수 없구나 싶을 때(웃음)?

 

 

 

‘이번에도?’
최종일, 2위로 시작한 이가영을 보며 ‘이번에도?’라는 생각을 떠올렸다면 KLPGA의 찐팬이 맞다. 그의 팬이 아니라도 2위 자리에 올라있는 이가영은 ‘아픈 손가락’이었다.


최근 다소 주춤한 건 사실이나 그간 한국 여자 골프 선수들의 세계적 위상을 생각하면 KLPGA 준우승 전문이라는 타이틀은 사실 부끄러울 게 아니지만, 이가영의 준우승 소식은 팬들에게 늘 아쉬움이었다.

 

이가영의 팬이 아니더라도 KLPGA를 조금 지켜본 골프 팬이라면 그가 우승권에 들어왔을 때 이가영의 샷 하나하나에 손에 땀을 쥐게 되는 게 사실이었다. 팬클럽 ‘가영동화’가 아니라도 말이다.

 

“저도 독기 있어요”
‘독한 승부욕이 없고, 착해서 우승하지 못한다’는 세평은 프로선수로서 그냥 지나칠 수만은 없는 거였다. 실제로 한 인터뷰에서 “나도 욕심 많고, 악바리 근성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뒷심부족’은 이가영만이 가진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우승문턱까지 가놓고 추월당하는 건 좀 다른 얘기다. 실제로 독기의 문제든, 아니든 반복되는 준우승은 ‘콩 라인’ 운운하는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슬슬 징크스가 된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골프에서 준우승은 ‘우승으로 가는 특급열차 티켓’이라는 표현을 쓴다. 그런 만큼 준우승만이 반복되면 프로 본인부터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닥공’에서 실마리를 찾아보면?
이가영은 우승 인터뷰에서 “원래 최종일에 버디가 잘 안 나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골프에서 3라운드는 순위가 가장 많이 바뀌는 ‘무빙데이’라고 말한다. 1·2라운드는 컷오프에서 살아남기 위한 다소 안전한 플레이를 한다면, 3라운드는 마지막 라운드를 앞두고 리더보드 상단을 본격적으로 공략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만약 ‘준우승’을 하려면 이 3라운드에서의 공격적인 플레이가 들어맞아야 하고, 4라운드에서도 여세를 몰아 순위를 지켜야 한다. 그리고 한 끗, 딱 한 끗만 부족해야 준우승을 한다. ‘최종일에 버디가 잘 안 나오는 편’이라는 본인의 말에 답이 있는 건 아닐까.

 

우승한 날만은 달랐다. 무려 8개의 버디를 기록하며 우승까지 내달렸다. 이유에 대해서는 “대회 전반에 걸쳐 컨디션이 좋았다”고 말했지만, 해당 대회의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에서 실마리를 찾는 이들이 많다.


〈제2회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은 변형 스테이블포드 방식(알바트로스 +8, 이글 +5, 버디 +2, 파 0, 보기 –1, 더블보기 이상 –3)을 채택한 대회였다. 공격적인 플레이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버디 8개, 보기 1개로 15점을 추가한 합계 49점으로 우승했다. 2위 임진희와는 4점 차였다.


이가영은 “(내가) 원래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는 선수는 아니다”고 말했지만, 육각형 골퍼인 이가영에게 2위 탈출의 실마리를 던져준 대회였을 지도 모르겠다. 끝까지 ‘닥공’ 말이다.

 


이가영의 변모를 기대한다
투어 선수들은 ‘평소 실력 차이는 종이 한 장’이라는 얘기를 한다. 컨디션과 멘탈의 차이로 우승까지 가고 못 가고가 정해진단다. 그런데 그 종이 한 장 차이가 사실 크다. 그게 컨디션이든 멘탈이든 우승까지 끌고 가본 경험이 있는 선수와 없는 선수의 차이는 우승이라는 타이틀이 쌓일수록 벌어진다.


단순히 1타 차, 따지고 보면 샷 1개의 차이, 더 미세하게 보면 영 점 몇 초 만에 벌어진 차이지만 골프, 아니 스포츠는 바로 그 차이를 겨룬다.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가영은 이렇게 말했다.


“한 번 우승했으니, 또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음 시즌이나 먼 미래보다는 지금 현재에 충실히 하고 싶어요.”


맞다. 우승은 미래를 위한 장대한 계획보다 충실한 순간이 쌓여 만들어진다. 그러니 우리는 이가영의 2승을 마음 놓고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정말 꿈꿔왔던 우승을 해내서 기뻐요.”


이가영이 우승 소감을 묻자 그가 꺼낸 코멘트다. 누구든 생애 첫 우승을 한 선수에게 소감을 물으면 이렇게 대답했을, 교과서적인 답변이었다. 우리가 거기에서 울림을 느꼈던 건 ‘또가영’이라는 알을 깨고 나온 이가영을 봤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