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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골프는 담금질의 과정이다

요새 구력이 오래된 골퍼들은 차라리 골프 열기가 식기를 기원한단다. 3여 년 전과 비교해도 ‘골프’가 붙은 모든 게 다 너무 올랐다. 그 와중에 2023년은 본격적인 경기 침체의 시작으로 예견되는 해다.

 

가뜩이나 골프는 생활 체육이 되기엔 허들이 많다. 주로 돈과 연결된 허들인데, 사실 돈 걱
정이 없어도 고민거리는 산더미다. 


드라이버가 잘 맞으면 아이언이 문제, 아이언을 잡으니 잘 되던 숏 게임이 난조에 빠진다. 고되게 모든 걸 잡아놓으면 이번에는 퍼터가 문제다.


물론 이 과정들은 수도 없이 반복된다. 슬라이스를 고치니 훅이 나고, 눌러 치기를 실컷 연습해놨더니 뽕샷의 향연이고. 연습장에서 살았는데 연습 안 했을 때보다 스코어가 나쁘다.

 

해외에 나가 1주일간 하루 36홀씩 돌면서 나름대로 폼을 찾았다 싶어 큰소릴 쳐놨는데, 바로 그다음 라운드에서 파닥거리는 나의 모습. 아주 사람을 뒤집어지게 만든다. 이쯤 되면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정도 해서 고작 이렇게 칠 거면 소질이 없는 거니까 그냥 하지 말자’고.


사실 이건 골프를 하는 모두가 겪는 현상이기도 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모두가 겪는 ‘과정’이다. 타이거 우즈도…그는 안 겪었으려나. 아니다. 겪었을 거다. 그래야만 한다.

 

얼마 전 또 ‘그분’이 오셨다. 잘 맞지도 안 맞지도 않던 정체기에 ‘깨달음’을 느낀 뒤였다. 이번 깨달음은 테이크백이었다. 손을 허벅지 앞까지 이동한 다음, 볼 것도 생각할 것도 없이 들어 올리는 것으로 스윙을 시작하니 스윙이 굉장히 자연스러워졌다. 정체기 때는 늘 그랬듯 어떻게 치는지 까먹게 되는 롱아이언도 뻥뻥 맞아들어갔다. “이제 됐다!” 싶었다.


언젠가부터 깨달음을 얻었다 싶으면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진다. 이유는 깨달음 후에 꼭 찾아오는 지병 때문이다. 이번 깨달음도 역시나 며칠 뒤의 ‘지병’으로 돌아왔다. 내 경우는 이 지병이 다름아닌 ‘섕크병’이다.


개인적으로 섕크병이 생기면 ‘썅크병’이라고 표현한다. 쌍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허탈감과 좌절감, 비통함 그리고 후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게 벌써 몇 번째인지, 세다가 관둔 지도 좀 됐다. 연습량이 적으니 억울해할 일도 아니지만, 야속함을 피할 길은 없다.

 

코로나19로 골프에 새로운 인구가 유입되고 있다는 걸 ‘체감’한 지 이제 1년 정도 됐다. 이번 유입에 입문한 이들이 골프에 대한 벽을 느낄 시기다.


‘우리’ 모두가 그랬듯 생각보다 관심 둘 곳이 많은 골프라는 운동을 그저 즐기다가 슬슬 첫 번째 벽을 느낄 시기다. 그런데 벽을 넘으려 안간힘을 쓰기보다 그냥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모양이다. 레슨 현장에서부터 이를 체감한다는 얘기가 돈다.


골프는 원래 좀 가혹한 운동이다.

 

이탈하지 않고 여전히 골프라는 놈을 손에 쥐고 있는 입문 골퍼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연습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격언이 골프에선 절반만 통한다. 연습을 안 하면 안 한 티가 확 난다. 반대로 연습을 하면? 연습 안 한 티가 조금 덜 나기는 한다.


아니, 잠깐만. 이거 계속해도 되는 걸까? 라는 질문은 수도 없이 반복되지만, 단언컨대 그 과정에서 우리는 조금씩 단단해져 갈 거다. 골프는 담금질의 과정이 계속되는 스포츠다. 그렇게 받아들이자. 아, 물론 담금질이 끝나도 ‘명검’이 탄생한다는 보장은 없다.

 

골프가이드 2월호

편집장 박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