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대진 편집국장l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 대회. 올해 152회를 맞은 디 오픈(The Open)이 22일(이하 한국시간) 끝났다. 우승자는 미국의 잰더 쇼플리(Xander Schauffele · 31). 올해 PGA 투어 챔피언십 우승자다. 그는 우승 상금으로 310만 달러를 받았다. 이로써 쇼플리는 올해 메이저 2승을 올렸다.
스코틀랜드 서부 해안에 있는 로열 트룬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올해 대회에선 이변이 속출했다. 관심을 모았던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세계 랭킹 2위 로리 맥길로이, 올 US오픈 챔피언 브라이슨 디샘보가 모두 예선 탈락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키건 브래들리, 헨릭 스텐손, 윈덤 클락, 토니 피나우, 캐머런 스미스, 루이 우스트이젠, 티럴 해튼, 프란시스코 몰리나리, 토미 플릿우드 등 왕년의 디 오픈 우승자나 세계 상위권 선수들이 모두 고배를 마셨다. 한국의 김주형도 마찬가지다. 김주형은 8월 1~4일 프랑스 르 골프 나시오날 골프장에서 열리는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컷 탈락을 해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김주형은 안병훈과 함께 대한민국 골프 남자 대표 선수다.
이런 가운데 한국 선수들은 김주형을 제외하곤 모두 예선을 통과했다. 임성재(공동 7위), 안병훈(공동 13위), 김민규(공동 31위), 김시우(공동 43위), 왕정훈(공동 60위), 송영한(공동 72위)이 나름대로 선전했다.
로열 트룬 18번 홀 전경. 152회 디 오픈에서 마지막 조가 그린에서 경기를 펼치고 있다. (사진 출처: 152회 디 오픈 누리집)
이번 대회에선 지난 4월 열렸던 마스터스 대회 컷 통과한 60명 중 절반 가까이가 예선에서 탈락하거나 출전하지 못했다. 이를 두고 마스터스와 디 오픈의 대회 성격과 출전 선수 면면에 대한 분석도 나오고 있다.
마스터스 참가자가 89명이었던 반면 디 오픈은 158명이었다. 디 오픈이 69명이 더 많다. 그만큼 경쟁률이 치열하다. 올해 디 오픈에선 80명이 컷을 통과하고, 나머지 78명은 탈락했다.
PGA 투어 4대 메이저 대회 중 디 오픈은 나머지 3개 대회와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마스터스와 US오픈, PGA 챔피언십 등 다른 3개 대회는 모두 미국에서 열린다. 역사도 디 오픈에 못미친다. 1860년부터 열린 디 오픈은 어떤 대회보다 단연 오래된 대회다.
디 오픈은 골프장 분위기가 다르다. 미국 골프장과 스코틀랜드 골프장의 차이이기도 하다. 로열 트룬을 비롯해 스코틀랜드 골프장은 바닷가에 위치한 정통 링크스 코스다. 황량한 코스에는 키가 큰 나무가 거의 없고 긴 러프에 깊은 항아리형 벙커가 아주 독특하다. 까다로운 벙커에 공이 빠지면 아주 애를 먹기도 한다.
로열 트룬 코스에는 바로 옆에 기찻길이 있고 실제로 이번 대회 중에도 기차가 지나가기도 했다. 무엇보다 링크스 코스는 날씨가 변덕스럽다. 멀쩡하던 날씨가 갑자기 변해 비가 내리고 바람이 거세게 불기도 한다. 바닷가 바람에 적응하지 못하면 결코 좋은 점수를 낼 수 없다. 바람까지 계산해 샷을 해야 한다. 이번 대회에서도 많은 선수들이 바람을 이겨내지 못했다. 공이 깊은 러프나 벙커에 빠져 점수를 잃었다.
2라운드 후 7언더파로 선두에 있던 세인 로리도 3라운드에서 바람에 무너졌다. 자신이 친 공이 러프나 벙커에 떨어지면서 속절없이 무너졌다. 버디 1개에 보기 5개, 더블 보기 1개로 6타나 잃었다. 다행이 마지막 날 3타를 줄여 6위를 하긴 했지만 3라운드 때 본전만 했어도 넉넉하게 우승을 하고도 남았다.
이런 변수들 때문에 디 오픈을 보는 재미가 있다. 누구도 예측할 수가 없기 때문에 긴장감이 훨씬 더하다. TV 중계 화면에서 한동안 눈을 떼고 다시 보면 리더보드 순위가 달라져 있다. 그게 디 오픈의 묘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