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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마켓의 목소리] ‘실리콘밸리 은행(SVB)’ 사태! 국내 영향력은 제한적

2023년 3월 10일, 자산규모로 미국 내 16번째 순위를 기록했던 실리콘밸리은행(이하 SVB)이 파산했다.

미국 벤처 및 스타트업을 주요 고객으로 영업해 온 SVB의 파산으로 벤처 및 스타트업에 대한 부채성 자금조달 기능은 일정 기간 둔화할 것으로 보이며, 재무적 취약성이 드러나는 은행의 추가적인 부실화 우려도 지속할 것이다.


WRITER 김주신

 

SVB 파산, 국내 영향력은?
SVB의 파산은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우리나라 경제 및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 시장은 작년 10월,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자금시장 경색을 겪으면서 이미 체력소모가 상당한 상태다. 또한, 경제성장률이 작년보다 뚜렷하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됨과 동시에 무역수지 적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SVB의 파산은 글로벌 경기침체를 가속화시키면서 간접적으로 우리나라 기업실적과 수출에도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이 빨라지자, 파산도 빨라졌다
현재의 위기는 장기간 지속한 ‘저금리’에 순치돼 부주의하게 행동했던 경제 주체들이 대가를 치르고 있는 과정이다. 이번 SVB의 파산에서 모바일·폰뱅킹과 SNS의 일상화가 은행 파산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은행이 ‘파산에 이르는 속도를 경이적으로 증가’시켰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폰뱅킹의 보편화로 인해 은행으로부터의 예금 이체는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게 됐다.

 

이는 특정 은행의 모든 예금이 인출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 하루가 채 되지 않으며, ‘뱅크런’으로 인해 은행파산까지 소요시간은 반나절이면 충분한 시대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금융시장환경의 변화는 중앙은행과 정부의 은행 건전성 관리에 중대한 도전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뱅크런으로 인한 은행의 파산이 서너 시간이면 마무리될 수 있는 세계에서 정부는 은행의 파산을 방지할 정책적 수단을 실행할 시간적 여유를 가지기 힘들어진다.

 

SNS의 사용과 모바일·폰뱅킹의 보편화는 불가역적인 시대의 흐름이다. 기술의 발전이 금융서비스 제공방식을 편리하게 바꾸었지만, 이러한 금융환경의 변화는 뱅크런의 인화성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음도 이해해야 한다.


예금자 발 금융위기는 처음이라
이번 SVB 사태가 터졌을 때 좀 생소했던 것은, 그간 금융위기의 시발점이었던 ‘대출 문제’가 아니라 ‘예금자’에게서 문제가 터졌다는 점이다.

 

사실 금융위기 이후 은행자산은 매우 튼튼해졌다. 이는 2018년부터 작성된 연준의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래서 옐런은 ‘우리 생애 금융위기는 없다’고 선언할 정도였다. 그렇다면 SVB 사례와 같은 ‘예금자 문제’만 없다면, ‘전염 리스크’는 제한적일 것이다.


2012년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미국 중소은행이 직면한 문제는 예금금리는 낮고 단기 국채금리는 높아, 예금이 인출됐다는 점이다.

 

이를 매우 단순화하면 장기금리(예금금리)가 높아지고 단기금리가 낮아지면 수습될 것이다. 다만 지금의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Fed가 당장 기준금리(단기 국채금리)를 인하하기는 쉽지 않거니와 예금금리를 Fed가 결정할 수는 없다.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Fed가 단기 국채는 매입하고 장기 국채는 매도하는 것이다. 시장 전체 유동성은 늘리지 않으면서 조정하는 것으로 2012년에 시행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단기채 매도+ 장기채 매입)를 거꾸로 하는 것이다.

 


은행 위기, 진정 vs 확산?
현재 은행 위기와 관련해서 두 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은행 위기가 진정 국면일까, 확산 국면일까’가 첫 번째 질문이고, ‘위기의 파장이 어디까지 갈 것인가?’가 두 번째다. 먼저 은행 위기의 확산 여부에 대해서는 ‘그렇다’는 답을 내려야 할 것 같다.


대신 이번 3월의 미국 은행 파산사태가 2008년과 같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대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 할 수 있다. 미국 및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일시적으로 강화되고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는 등의 시장 불안이 일정 기간 이어지겠지만,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로 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주요 시중 은행들은 유동성 규제 및 자본 적정성 규제를 비교적 잘 준수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현재와 같은 대외적인 충격을 버텨내는 것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SVB 파산 이후 미국 연준이 조만간 금리 인상을 종료한 후 빠르면 연내에 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성급한 기대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