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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골프계를 뒤흔든 ‘빌런’들 ④ 게리 플레이어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 남은 자가 강한 것이다’

 

영화 ‘짝패’에 나오는 대사다. 1970년대 아널드 파마, 잭 니클라우스와 트로이카로 활약했지만 상대적으로 게리 플레이어에 대한 스포트라이트는 많지 않았다. 미국 출신이 아닌 남아공 출신이었기에 알게 모르게 미디어의 차별이 분명 있었다.

 

하지만 게리 플레이어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스스로를 증명했다. 매너도 좋고, 자기 관리도 철저한 게리 플레이어에게 ‘빌런’이라는 단어는 사실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빌런의 어원을 알게 되면 게리 플레이어야말로 가장 ‘빌런’다운 빌런이다.


빌런의 어원은 옛 프랑스어인 vilein이다. 이는 현대 프랑스어로는 영어와 같은 villain으로 라틴어 villanus(농장일 꾼)에서 유래했다.

 

중세 시대 기사 계급 영주들과 귀족들의 횡포에, 기아와 가난에 허덕이던 농민들은 르네상스 시대를 기점으로 자본가로 성장하던 도시민들에게도 차별을 받는다. 이에 농민들 중 일부는 도둑질 등의 범죄 행위를 하면 서 상인들을 약탈하는 일이 늘어났고, 결국 농민을 의미했던 ‘빌런’이란 단어는 악당을 의미하는 현대적 의미로 굳어진다.


이 점에서 게리 플레이어는 ‘남아공’이란 변방에서 골프의 중심 ‘미국’으로 와 미국의 영웅인 아널드 파마와 잭 니클라우스의 우승을 빼앗는 이미지가 강했다. 잭 니클라우스와 아널드 파머란 걸출한 골퍼들에게 때론 막혔고, 때론 막아서며 골프의 황금 세대를 이끌었지만, 파머와 니클라우스만큼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플레이어는 아널드 파머도 하지 못한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며 자신을 증명한다.


여기에 플레이어가 더 대단한 점은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골프를 치면서 여전히 최상의 몸을 유지한다는 점이다. 게리 플레이어는 에이지 슈팅(자기 나이보다 더 적은 타수로 18홀을 마치는 기록) 밥 먹듯이 기록했고, 때론 60대 타수도 수시로 기록했다. 반면 그보다 여섯 살 많은 파머는 골프 행사에 얼굴만 내밀다시피 하는 처지였다. (참고로 파머는 2016년 세상을 떠났다. 향년 87세).

 

플레이어보다 나이가 더 많은 파머는 그렇다 치자. 그럼 니클라우스는? 니클라우스는 1940년생으 로 플레이어보다 다섯 살이나 어리다. 플레이어와 니클라 우스 그리고 파머는 전성기가 상당 부분 겹쳤다. 그래서 ‘라 이벌’로 불리긴 했다. 하지만 플레이어는 니클라우스와 파 머를제대로넘어본적이없다.성적이단적으로이를보여 준다. 미국프로골프협회(PGA) 투어에서 플레이어는 24승을 올렸다.

 

니클라우스는 73승, 파머는 62승을 거뒀다. 물 론 플레이어가 다른 투어에서 우승한 것까지 합쳐서 무려 100승 이상을 기록하긴 하긴 했지만, PGA 투어에서는 인 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플레이어의 24승 중 9승이 메이저 대회 우승이다. 여기에 커리어 그랜드 슬래머라는 위대한 타이틀까지 있다. 그럼에도 플레이어는 동시대 두 거장에 게 끊임없이 도전하고 좌절하기를 거듭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플레이어는 그들보다 오래동안 건강을 유지하고, 골프를 제대로 치고 있는 자기 자신을두고 어느 인터뷰에서 이런 뼈 있는 한 마디를 건넨다.

 

“파머와 니클라우스, 그 사람들 아직도 골프 치느냐?”

 

플레이어가 그. 말만 툭 내뱉은건 아니었다. 말의속뜻을 제대로 알. 수 있는 ‘다른 어떤것’도 함께 보여줬다. 바로 자신의 '몸이다' 

 

플레이어는 ‘보디 이슈’(The Body Issue)라는 잡지에 상반신 누드 사진을 실으며 여전히 건재한 몸을 과시했다.  이에 사람들은 그를 ‘미스터 피트니스’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플레이어의 이런 ‘몸’은 타고난 것일까? 아니다. 오히려 플레이어는 신체적인 단점이 파머나 니클라우스보다 컸다. 플레이어의 신장은 168cm로 단신이다. 반면 니클라우스와 파머는 플레이어 비해 키도 크고 골격도 장대했다.

 

플레이어는 작고 약한 몸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 10대 때 부터 꾸준히 피트니스를 했다. 그가 자신의 신체를 유지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고, 여든이 넘은 지금까지도 전성기 시절의 몸무게를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플레이어의 전성기 시절 몸무게는 168cm, 68kg였다. 지금도 플레이어는 70kg 언저리의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2019년 84세의 나이로 여러 이벤트 대회에 참가했다. 단순히 얼굴마담이 아닌 진짜로 대회에 참가해 경기를했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기량을 유지하고, 몸매를 유지하는 게리 플레이어. 그는 어쩌면 진정한 의미에서는 모두가 본받아야 할 골프의 ‘빌런’이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