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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표를 느낌표로 만든 성유진

“자기 인생에 물음표 던지지 마. 그냥 느낌표만 던져. 딱”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의 명대사다. 여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에서 물음표를 느낌표로 만들어 한국 골프 팬들의 마음을 훔친 한 선수가 있다. 스폰서 초청 선수로 출전한 성유진이다. 

 

우승컵은 호주의 그레이스 김이 품었지만 돋보인 건 성유진이었다. 성유진은 3라운드까지 리더보드 최상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고, 연장 접전 끝에 아쉬운 준우승에 머물렀다. 성유진은 이번 대회 준우승으로 LPGA 투어 한국인 우승 계보를 이어갈 차기 후보로 급부상했다.

 

EDITOR 방제일

 

성유진은 4월 16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오아후섬 에바비치의 호아칼레이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쳤다. 합계 12언더파 276타를 적어낸 성유진은 동타를 기록한 그레이스 김, 류위와 치른 1차 연장에서 패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솔직히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성유진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우승 후보였다. LPGA 투어 정규 회원이 아니어서다. 그러나 성유진은 자신에게 붙은 물음표를 느낌표로 만들었다. 우승은 아쉽게 놓쳤다. 값진 준우승이란 말은 프로의 세계에 몸담은 선수에게 찬사 아닌 조롱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번 준우승은 분명 성유진에게는 값진 것이다. 자신의 미래를 위한 크나큰 발판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KLPGA 투어를 주 무대로 삼고 있는 성유진은 이번 대회를 위해 철저히 준비했다. 웨지 구성을 48도와 52도, 56도로 하는 그가 50도와 54도, 58도 웨지까지 따로 챙겨갈 정도로 각별히 공을 들였다. 확실한 이유가 있었다. 프로골퍼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LPGA 투어 진출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 정상에 오르면 고진영을 비롯한 다른 선수들처럼 LPGA 투어에 직행하는 신데렐라가 될 기회였다.

 

“연장전까지 갈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었다”

 

1타 차 단독 선두로 이날 경기를 시작한 성유진은 5번 홀까지 버디 2개를 낚아채며 순항했다. 9번 홀에서 첫 보기가 나왔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10번 홀 버디로 바운스백에 성공했고 LPGA 투어 첫 우승에 대한 희망을 이어갔다. 그는 마지막 18번 홀에서 다시 한번 집중력을 발휘했다. 값진 버디를 잡아내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1차 연장은 아쉬웠다. 성유진은 18번 홀에서 진행된 1차 연장에서 보기를 적어내며 버디를 낚아챈 그레이스 김에게 우승을 내줬다.

만약 성유진이 우승했다면 지난해 8월 ISPS 한다 월드 인비테이셔널의 마야 스타르크(스웨덴) 이후 8개월 만에 LPGA 투어 비회원으로 챔피언에 오르고, 2013년 8월 캐나다 퍼시픽 여자오픈 리디아 고 이후 약 10년 만에 ‘초청 선수 우승자’가 될 수 있었다.

 

아쉽게도 이는 ‘만약’이라는 가장 슬픈 물음표로 남았다. 그래도 성유진은 씩씩했다.

 

우승 문턱까지 갔다가 연장전에서 기회를 놓친 성유진은 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을 마치고 현지 인터뷰에서 “연장전까지 갈 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었다. 버디를 잡지 않으면 이기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공격적으로 플레이했다”고 되짚었다.

 

우승은 놓쳤으나 큰 무대에서 안정적인 경기력으로 경쟁력을 확인한 그는 “롯데가 초대해주셔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렇게 좋은 기회로 LPGA 투어 대회를 뛸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며 “다음에 또 불러주신다면 열심히 하겠다”고 말하며 다음을 기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