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기록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편년체고 다른 하나는 기전체다. 기전체는 인물을 중심으로 역사를 서술하는 방식이다. 인물이 태어난 시간부터, 행적을 바탕으로 역사를 기술한다. 사마천의 사기나, 삼국사기가 대표적이다. 편년체는 시간 순으로 역사를 기술한다. 조선왕조실록이 편년체다.
앞서 우리는 나름의 기전체 방식을 통해 리브 골프와 관련된 인물들의 행적을 살펴봤다. 이번에는 편년체 방식을 통해 리브 골프의 1년을 돌아볼 생각이다. 지난 1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리브 골프의 반란 일지를 시간순으로 만나보자.
EDITOR 방제일
2020년 1월 - 리브 골프의 태동, PGL
리브 골프의 시작은 2020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월드골프그룹이라는 단체는 프리미어골프리그(PGL)이란 리그를 만들 구상을 내놓았다. 이 구상은 최대 156명이 출전하는 일반 대화와 달리 48명만 출전해 개인전과 단체전을 병행하는 것이다. 사흘 동안 샷건으로 경기해 컷 탈락없이 모든 선수가 상금을 받는다는 구상은 리브 골프로 이어진다.
2021년 1월 - SGL의 등장
PGL 개념이 나온 지 약 1년이 지난 후 이번에는 슈퍼골프리그(SGL)가 등장한다. 아람코 등 세계 석유 시장을 좌우하는 사우디국부펀드인 PIF가 그렉 노먼을 최고경영자로 한 리브 골프 투자를 만들면서 내건 새로운 투어의 명칭이다.
2021년 10월 30일 - 대 반전의 서막
PGA 투어와 DP 월드 투어는 SGL 구상에 당연히 반대한다. 특히 DP월드투어는 2019년부터 열리던 사우디 인터내셔널 대회를 더 이상 주관하지 않겠다고 선언까지 한다. 이 때만해도 SGL은 그저 사우디의 망상으로만 끝날 줄 알았다. 선수가 없으니 대회를 개최할 수 없는 것이다.
출구가 없는 리브 골프 투자는 곧 문을 닫지 싶었다. 그러던 중 2021년 10월 30일 반전이 일어난다. PIF가 아시안투어에 2억 달러를 투자해 향후 10년간 시즌마다 10개 대회를 창설한다는 발표를 했다. PGA 투어-DP 월드투어 VS 아시아 투어 연합-리브 골프 투자의 대결이 수면으로 떠오른 것이다.
2022년 2월 3일 - 사우디에서 아시안투어 시즌 개막전이 열리다
사실 리브 골프 결성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건 코로나19였다. 코로나19로 대회가 열리지 않자, 선수도 각 협회도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이 순간 리브 골프 투자가 소위 ‘돈’으로 구원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아시안투어도 힘겨운 시간을 보냈던 가운데 시즌 개막전으로 사우디 인터내셔널을 열었다.
상금은 아시안투어 사상 최고인 500만 달러였다. 초청 선수는 더스틴 존슨, 필 미컬슨, 브라이슨 디섐보, 브룩스 켑카, 캐머런 스미스, 토미 플리웃드, 이언 폴터, 세르히오 가르시아 등이었다. 대회 상금보다 초청료가 훨씬 더 많았다. 당시 PGA 투어 대회 또한 개최됐지만, 이 대회에 밀려 오히려 초라해 보이기까지 했다.
2022년 3월 - 골프 리그 명칭이 정해지다
사우디 인터내셔널이 열린 지 불과 한 달 뒤인 3월 PIF에서 후원하는 골프 리그 명칭이 정해졌다. 그렇다. 바로 리브(LIV) 골프다. LIV는 로마자로 숫자 ’54’를 뜻한다. 기존 대회와 달리 3라운드 54홀로만 대회를 치르겠다는 뜻이다.
2022년 6월 9일 - 리브 골프의 역사적인 첫 개막전
리브 골프는 첫 대회를 앞둔 5월 31일에야 출전 선수 48명 중 42명의 명단을 가까스로 발표한다. 이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로는 더스틴 존슨, 케빈 나, 세르히오 가르시아 등이었다.
이윽고 첫 대회가 열리고 의외로 많은 인파가 몰린 가운데 대회가 진행됐다. 특히 모든 홀에서 선수들이 함께 출발해 5시간 만에 대회를 마치는 샷건 방식에 모두 주목했다. 여기에 F1처럼 긴박하게 바뀌는 순위 교체는 중계를 보는 이로 하여금 박진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물론 문제점도 있었다. 선수들의 실력 차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샷건 방식이기에 이런 실력차가 오히려 더 두드러졌다.
2022년 6월 30일 - 완전체가 된 리브 골프
개막전에는 48명을 모두 채우지 못했던 리브 골프가 미국에서 열린 2차전에는 48명의 정원을 모두 채웠다. 2차전부터 브룩스 켑카, 브라이슨 디섐보, 패트릭 리드, 매튜 울프 등도 합류했다. 리브 골프로 선수들이 본격적으로 이적하자 PGA 투어와 DP 월드 투어는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다.
2022년 7월 16일 - US 오픈에서의 PGA 투어와 리브 골프의 첫 대결
PGA 투어와 달리 US 오픈을 주관하는 USGA는 리브 골프 소속 선수들의 대회 출전을 막지 않았다. 이에 PGA 투어와 리브 골프 선수 간의 대결 양상으로 US 오픈이 흘러간다. 맞대결은 PGA 투어의 완승으로 끝났다. 그것도 아주 싱겁게. 이 대결 이후 사람들은 그저 리브 골프가 돈을 위해 이제는 한물 간 선수들이나 가는 리그로 생각하기 시작한다.
2022년 8월 10일 - 세계 골프랭킹, 리브 골프 제외한 새 시스템 발표
세계 골프랭킹(OWGR)은 각 투어에서 선수들이 거둔 성적을 바탕으로 객관적인 랭킹을 매기는 시스템이다. PGA 투어를 비롯한 23개의 전 세계 투어를 포괄하는 랭킹이지만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 오일 머니가 후원하는 리브(LIV) 골프는 들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랭킹은 4라운드 72홀에 예선이 있고 컷을 통과한 선수에게 포인트를 부여한다. 하지만 리브 골프는 72홀이 아닌 54홀이고 컷이 없다는 것이 OWGR 체제에 들지 못한 가장 큰 이유였다. 이 새로운 시스템은 리브 골프로 이적한 선수들에게 극도로 불리할 수 밖에 없었다. 선수들의 랭킹이 내려가면 메이저 대회에 출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22년 8월 31일 - 세계 랭킹 2위, 캐머런 스미스의 이적
다른 선수도 아닌 최전성기를 이제 막 누리는 캐머런 스미스의 이적은 PGA 투어에도 매우 충격으로 다가왔다. 스미스는 메이저 대회인 디 오픈에서 우승도 하고 아직까지 투어에서 미래가 창창한 기대주였기 때문이다. 스미스의 이적으로 PGA 투어에서 뛰는 선수들은 잠시 패닉에 빠진다.
2022년 10월 5일 - 리브 골프, 메나 투어와 협력안 발표
OWGR에서 제외됐던 리브 골프는 6차전을 앞둔 10월 5일 리브 골프는 메나 투어(MENA) 투어와 협력안을 발표했다. 메나 투어는 2011년에 시작했으며, 공식 세계 랭킹(OWGR)이 사회가 2016년 이 단체를 인정했다. 메나 투어가 리브 골프를 인정한다는 뜻은 기존 리브 골프 소속 선수가 메나 투어 소속으로 합류한다는 의미며, 세계 골프랭킹에서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2023년 3월 19일 - 그렉 노먼 CEO의 퇴진설이 돌다
리브 골프의 2년차 시즌을 앞두고 CEO 이자 커미셔너인 ‘백상아리’ 그렉 노먼이 리브 골프에서 퇴진할 것 같다는 보도가 계속해서 떠돌았다. 물론 추후 루머로 밝혀졌지만, 그만큼 리브 골프에도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는 뜻이다.
리브 골프에서는 2021년 방송 중계권 확보를 담당하던 아툴 코슬라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갑자기 물러나는 등 투어가 방송권이나 후원사 확보에서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면 경영진에 대한 사우디 후원자들의 압박을 받고 있었다. 그만큼 투어에 대한 관심도도 슬슬 떨어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2023년 5월 23일 - 브룩스 켑카, 리브 골프 소속으로 메이저 트로피를 들다
PGA 투어에서 부진을 겪던 브룩스 켑카는 리브 골프에서 완전히 부활해 돌아왔다. 4월에 열린 마스터스에서는 아쉽게 그린 재킷을 놓쳤던 켑카는 한 달만에 열린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다. 이는 리브 골프 소속 선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우승을 한 것이기에 세간에 더욱 회자가 됐다.
특히 이번 PGA 챔피언십에서 켑카 뿐 아니라 리브 골프에서 뛰는 선수들 선전이 이어지면서 당초 리브 골프 고립시키려던 PGA 구상이 엇나간 것이다. 이때부터 점차 PGA 투어에 어두운 기운이 몰리기 시작한다.
2023년 6월 7일 - PGA 투어와 리브 골프, 전격 합병 발표!
사우디의 광폭 횡보에 미국 정부와 PGA 투어 양쪽 다 위기감을 느꼈다. 이 위기감은 곧 외부로 발현됐다. 그렇게 6월 7일, PGA 투어와 DP 월드투어는 사우리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지원하는 리브 골프와 합병을 하기로 공식 발표한다. 이 발표로 인해 골프 팬들과 투어 프로들 모두 멘붕에 빠진다.
2023년 6월 23일 - PGA 투어와 리브 골프 합병, 미 법무부가 제동 걸다!
순탄할 줄 알았던 두 투어의 합병은 미 법무부가 갑작스럽게 제동을 걸며 위기를 맞는다. 미 법무부가 PGA 투어와 리브 골프의 합병이 독점금지법을 위반하는지에 대한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히자 PGA 투어는 이번 계약이 합병보다 투자에 가깝다며, 새로 구성되는 법인의 이사회석 대부분을 장악할 것이라 항변했다.
하지만 미국 법무부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합병 작업은 중단될 예정이다. 이 조사 결과에 따라 양측의 합병은 결정될 예정이며, 못 해도 최소 1년은 합병 작업이 멈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