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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 웬만한 덴 다 가봤다고?” 있을 건 다 있는 소도시, 기타큐슈를 아시나요

다양한 맛집부터 100억 짜리 야경까지

지이코노미 박준영 기자 | 일본은 ‘흔히 가깝고도 먼 나라’로 표현한다. 해외여행을 가본 사람 중에 일본 땅 한번 밟아보지 않은 사람이 드물 정도로 일본은 가까운 나라다. 그만큼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국가지만, 여전히 우리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들이 많다. 기타큐슈도 그렇다.

 

큐슈의 현관, 기타큐슈
한국과 가장 인접한 일본 남부 지역, 인천공항에서 직항 노선을 이용하면 약 85분이면 도착하는 그곳에 ‘큐슈의 현관’이자 ‘큐슈 제2의 도시’ 기타큐슈시가 있다. 한국과 가장 가까운 일본인 셈이다.

 

어느 나라든 여행지로 유명한 숱한 대도시들을 다니다가 그 나라의 좀 더 새로운 감성을 찾을 때 의외로 만족스러운 건 입국 절차가 짧아진다는 점이다.

 

동선이 짧은 단출한 공항 덕분에 입국 심사와 세관 심사에 시간을 조금 덜 들인다는 게 뭐 별일인가 싶을지 몰라도 다녀본 사람은 안다. 이런 ‘여행 체력’을 아껴놓으면 한 군데 더 가보고, 한 끼 더 즐긴다는 걸.

 

한국어 통역 안내원이 있다는 것도 한결 마음이 편해지는 점인데, 심지어 친절하기 그지없다. 이 또한 다녀본 사람은 안다. 현지에서야 어떻게든 소통이 되지만, 공항 같은 곳에서 우리말이 통하면 그렇게나 반가울 수가 없다는 걸.

 

나만 알고 싶은 여행지
기타큐슈 공항 인근에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명문 골프장들도 꽤 많다. 후쿠오카 공항을 통해 이동하면 2시간여 걸렸던 것이, 이제는 직항이 생겨 이동 거리가 절반 이상 줄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오이타 등 유후인으로 유명한 곳과도 멀지 않아 조금 부지런을 떨면 콘텐츠도 다양하다. 가족 여행을 가더라도 고쿠라 성과 자연사 박물관, 사라쿠라 산의 케이블카와 야경 그리고 일본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익숙하면서도 늘 이색적인 다양한 먹거리까지 남녀노소 모두가 만족할 여정을 계획하기 좋은 곳이다.


무엇보다 아직 덜 알려진 덕분에 조금 한갓지게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혹자는 ‘나만 알고 싶은 일본 여행지’라고도 하니 말이다. 골프 이야기를 좀 더 할 수도 있지만, 솔직히 한창 여름철인 지금 부산 동남쪽에 위치한 이곳의 골프투어를 논하기는 시기상 적절하지는 않은 것 같아 일반 여행자의 여행 첫 하루 이틀 정도의 동선을 따라가 보는 느낌으로 소개해보려 한다.


[아침] 철이와 메텔, 고쿠라 역
기타큐슈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공항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기타큐슈 시내 도심부인 고쿠라까지는 35분이 소요된다. 그렇게 고쿠라 역에 도착하면 JR 전철부터 일반 열차, 신칸센은 물론 시내·고속버스 등 다양한 교통수단으로 후쿠오카, 오이타, 시모노세키(각 15분가량 소요)로도 이동하기 편하다.

 

역 주변에는 최근 가장 핫한 돈키호테와 이즈쓰야 백화점, 세인트 시티, 아뮤 플라자 고쿠라 등 쇼핑 시설과 호텔이 모여있다. 여행의 첫 인증샷을 위한 팁을 추가하면 추억의 애니메이션인 ‘은하철도 999’의 철이와 메텔의 동상이 이 역에 있다는 점이다. 이 작품의 만화가 마쓰모토 레이지가 기타큐슈 연고 작가이기 때문이라고.


[오전] 금강산도 식후경, 고쿠라 빵 투어
소소한 인증샷을 챙겼다면 본격적으로 기타큐슈의 상징 ‘고쿠라 성’을 보러 갈 차례다. 이쪽의 호텔에 묵는다면 다른 곳을 먼저 가도 좋지만, 역에서 1㎞ 정도의 거리인 데다 강변을 따라 산책하듯 가면 도착하는 고쿠라성을 먼저 다녀와도 좋다.


시장기가 돈다면 가는 길에 우오마치 긴텐가이 상점가에 들러 간단한 요기를 해도 좋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지붕을 만든 약 400m 길이의 아케이드 상점가다. 기타큐슈를 대표하는 재래시장 단가시장까지 이어져 있으니 이곳만으로도 일본여행 감성이 물씬 풍긴다. 어차피 고쿠라성과 고쿠라 성 정원으로 가려면 이곳을 통하는 게 편리하다.

 

1번가부터 3번가까지 이자카야와 식당은 물론, 카페, 100엔 샵, 편의점, 잡화점, 의류점 등 구색도 다양하다. 일단 허기가 졌으니 현지인들이 애정한다는 빵집들을 주목해보자.

 

일본 방송에서 몇 번이나 소개된 대표 빵집인 시로야 베이커리, 그 시로야 베이커리에서 만든 식빵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어주는 샌드위치 팩토리 OCM부터 매일 손님들을 줄 세운다는 미니 크루아상 전문점 미뇽, 빵은 물론 ‘일본의 부대찌개’ 개념인 나폴리탄 스파게티와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소오카나 우오마치점 등이 이곳의 명물이자 스테디셀러다.

 

물론 고쿠라성 주변에도 맛집은 있으니 위장을 조금 아껴두는 선택도 나쁘지 않다.

 


[정오] 기타큐슈의 상징, 고쿠라성
드디어 기타큐슈의 상징 ‘고쿠라 성’과 ‘고쿠라 성 정원’이다. 고쿠라 성은 1602년 일본 전국시대의 무장 호소카와가 지었다고 전해지며, 1959년에 지금의 형태로 재건됐다. 역사적인 건물이기도 해 이 성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여행객들이 많고, 봄에는 벚꽃 명소, 여름철에는 북 축제도 벌어지는 곳이다.

 

성 내부는 유료 입장(성인 350엔~초등학생 100엔, 정원 관람을 포함한 콤비네이션 티켓은 성인 560엔~초등학생 160엔, 2023년 7월 기준)이지만, 단순히 둘러보는 것만이 아니라 체험형 시설로 조성돼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거리가 있다.

 

2024년 3월 31일까지는 ‘후쿠오카현 어린이 미술관·박물관 무료 감상’ 사업 기간이라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무료입장이라고 하니 메모해두자.

 


해자로 둘러싸인 고쿠라 성 내부는 1~5층까지 둘러볼 수 있다. 이 성이 세워진 1600년대에 이 일대를 다스린 호소카와 가문과 오가사와라 가문의 역사부터 달리는 말 모양의 기구를 타고 3개의 과녁을 맞추는 일본 전통 향사 ‘야부사메’도 체험할 수 있다.

 

기모노를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룸에서 인증샷을 챙기고, 무려 1886년에 그려졌다는 일본 최대 크기의 호랑이 그림 앞에서는 괜히 손톱을 세워보게 된다.

 

이 성을 축조할 당시 돌을 나르던 2인 1조 방식의 돌 나르기 체험 시설을 지나면 고쿠라와 연고가 깊은 에도 시대의 무사 겸 화가 미야모토 무사시와 사사키 코지로의 피규어 등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찬찬히 음미하기 좋은 콘텐츠들이 채워져 있다.

 

규모(높이)로는 일본 전국의 6위지만, 천수각의 규모만으로는 전국 3위다. 최상층인 천수각 전망대에 올라서면 고쿠라 성 주변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니, 여행의 시작으로든 마무리로든 제격이다. 낮의 감성도 좋지만, 해가 지면 성 전체에 조명이 켜진다.

 

 

한편 오가사와라 가문의 별장이 있는 고쿠라 성 정원에서는 일본 전통 다도와 이 지역 전통 면직물인 고쿠라 오리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도심 속 아름다운 정원은 인기 있어 늘 방문객이 많다.

 

[오후] 기타큐슈 시립 자연사·역사박물관
야하타히가시구에 있는 기타큐슈 시립 자연사·역사박물관은 ‘이노치노타비 뮤지엄’(생명의 여행을 떠나는 박물관이라는 의미)으로 불린다.

 

지구 탄생으로부터 현재에 이르는 자연과 생명의 역사를 빼곡히 들어찬 약 4,500점의 동식물 표본을 전시해 놨는데, 3개 층·8개 테마관으로 구성된 전시장의 백미는 무엇보다 공룡 화석과 육지·해양 동식물 표본이 그야말로 리얼하게 전시돼 있다는 점이다.

 


 

‘공룡’이라면 뛸 듯이 반가워하는 나이대의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눈이 휘둥그레진다. 실제로 공룡을 실제 크기로 재현해 놓은 표본 전시실은 뉴욕 자연사박물관의 T-Rex 특별전 정도의 규모에 비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실제로 일본 내에서도 이렇게 거대한 크기의 표본은 흔치 않다고.

 

 

디오라마관에서는 중생대와 백악기의 기타큐슈를 재현해 놓기도 했고, 움직이는 공룡에 한번, 그걸 보고 환호를 지르는 아이들에 한 번 더 압도될 수도 있다. 여기까지의 여정 중에 혹시라도 다소 지쳐 텐션이 떨어진 자녀들이 활기를 되찾는 일정이 될 것이고.

 

저녁까지 시간 여유가 좀 된다면 일본 최대급 규모의 아울렛인 ‘디 아울렛 기타큐슈’와 이온몰에 들러봐도 좋다. 아울렛 입구에는 기타큐슈 시립 과학관 ‘스페이스 LBO’도 있다. 장대한 우주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어트랙션이 백미. 다만 학생 등 관광객이 많으니 사전예약을 해두거나, 미리 연락해보는 게 좋겠다.

 

[저녁] 사라쿠라 야마(山) 신 일본 3대 야경
‘일본 제일의 야경’이라고 하면 어디를 떠올리게 되는지. 도쿄타워? 이나사야마 전망대? 아니면 오타루 텐구야마 로프웨이에서 내려다보는 야경?

 

각각의 매력도 있지만 사라쿠라 야마의 야경을 보고 나면 이곳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될지도 모른다. 케이블카와 슬로프 카를 갈아타며 해발 622m의 산 정상에 올라가면 마치 360°를 다 본다는 카멜레온이라도 된 듯 시야가 단숨에 확 트인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기타큐슈공항은 물론 바다 건너 시모노세키까지 선명하게 보이고, 해가 질 무렵에는 노을과 야경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바로 이 경치가 ‘신 일본 3대 야경 도시’(삿포로, 나가사키, 기타큐슈)에서도 전국 1위로 꼽히는 사라쿠라 산의 야경이다.

 

번화한 도시 고층빌딩의 화려함만이 아닌, 부드러운 밤의 빛이 감도는 고요한 경치를 볼 수 있는데 ‘100억 달러의 야경’이라고 칭송될 정도로 아름답다.

 

조금 더 조용하고 새로운 풍경

기타큐슈의 매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일본의 옛 정취를 품은 고성과 서양식 근대 건축물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곳은 일본에 자주 방문해본 프로관광러에게도 이국적이고 이색적인 분위기를 선보인다.

 

지면에서는 미처 소개하지 못한 ‘모지코 레트로’와 ‘모지코 역’에서는 높이 103m의 전망실에서 내려다보는 간몬해협과 시모노세키를 비롯한 다양함도 있다.

 


엔데믹을 맞은 올해, 기왕 일본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익히 아는 곳의 익히 아는 풍경보다는 생소하지만 새로운 지역, 기타큐슈로 떠나 이미 익숙해져 버린 일본의 낯섦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