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박준영 기자 | 프로는 물론 프로를 꿈꾸는 학생들까지, 한국 골프선수 모두가 컨디셔닝을 통해 더 좋은 기량을 펼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Golf5 Professional 대표인 양이원 프로와 국대교정 허진종 대표가 손을 잡았다.
편측 운동인 골프는 컨디셔닝이 매우 중요한 종목이다. 그러나 여전히 골프계에 낯선 개념이다. 몰라서도 그렇겠지만, 현실적인 문제들로 미처 챙기지 못하는 골프 프로업계를 위해 두 대표가 의기투합했다. 골프선수들에게 컨디셔닝과 관련 교육을 하는 〈제1회 프로골퍼를 위한 국대교정 G푸드(GRF) 컨디셔닝 세미나〉가 그 첫번째 행보다.
오래 전부터 컨디셔닝에 몰두하던 해외 투어프로들
국제대회를 앞두고 태릉 선수촌에 여러 종목의 선수들이 모일 때면, 골프선수들은 “부러운 시선을 받는다”며 우스갯소리를 한다. 훈련의 강도가 낮아 보이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골프선수들도 다른 종목 못지않게 체계적인 훈련과 체력관리를 한다.
팀 스포츠, 구단 단위로 움직이는 스포츠가 골프보다 좋은 건 통증이나 부상의 사전 예방은 물론, 평소 경기나 훈련의 사후 관리, 즉 바디 컨디셔닝 시스템이 훌륭하다는 점이다. 개인 운동을 넘어서서 ‘개인 사업자’로서 본인이 기업 자체나 마찬가지인 투어프로들의 현실은 이와 크게 다르다.
이미 10여 년 전, 미국 선수들은 컨디셔닝을 통한 케어를 받고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낯설다. 대회를 앞두고 스윙 기술 향상에 몰두하는 국내 선수와 달리 해외 투어 프로들은 기능성 트레이닝을 한다. 근골격계의 변화를 재조정하는 컨디셔닝을 통해 기능 유지와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스포츠 과학과 의학이 크게 발전하면서 ‘컨디셔닝’은 필수조건이 됐다. 편측 운동인 골프라면 컨디셔닝은 더욱 필수일 것 같지만, 유독 골프계는 이에 둔감하다. 몰라서 간과하고, 알면서도 현실적인 문제들로 미처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프로는 물론 프로를 꿈꾸는 학생들까지, 한국 골프선수 모두가 컨디셔닝을 통해 더 좋은 기량을 펼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Golf5 Professional 대표인 양이원 프로와 국대교정 허진종 대표가 손을 잡았다.
‘프로골퍼를 위한 국대교정 G푸드(RGF) 컨디셔닝 세미나’가 그 첫걸음이다. 지난 9월 9일, 역삼동 위너즈 지하 체육관에서 제1회 세미나가 열렸다.
“이게 되네”
잠깐의 컨디셔닝으로도 가동성을 회복시키니 발버둥치던 이들의 얼굴이 환해진다
레슬링 국가대표 출신 허진종 대표는 ‘지역 1등 트레이너 만들기’를 모토로 대한민국 최고의 재활트레이너를 양성하는 교육기관 ‘국대교정’의 대표다. 교육업에 대한 허 대표의 철학은 ‘시간의 밀도’와 ‘몰입’에서 시작한다. 이번 세미나에서 허 대표의 키포인트는 ‘현장에서 즉시 적용할 수 있는 컨디셔닝’이었다.
약 40~50여 명의 비명과 신음이 장내를 들썩이게 했다. 밖에서 들으면 ‘누가 고문당하는 중인가?’라고 112를 누를 수준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 좀비 같은 소리를 내던 이들이 벌떡벌떡 일어섰다. “어떻게 이게 되죠?” 몸을 일으킨 '좀비'들의 반문이었다.
‘아, 내 몸이 원래 이랬었지’
기자도 직접 컨디셔닝 체험을 할 수 있었다. 강도현 트레이너(26·국대교정 3기)가 불편한 곳을 물었다. 최근 이유를 알 수 없이 쑤시기 시작한 어깨와 거북목 증후군 얘길 했다. 몇 군데
를 눌러보다가 이윽고 지옥의 컨디셔닝이 시작됐다.
영화 스파이더맨 같은 류의 영화를 보면 유전자가 급격히 변하면서 하룻밤 사이에 몸이 달라지는 장면이 나온다. 그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굳이 표현하자면 ‘신’ 같은 존재가 ‘어? 이거 이렇게 만든 거 아닌데? 다시 만들어줘야겠다’면서 근육 자체를 붙잡아 원래 위치, 원래 길이로 되돌리는 작업을 당하는 것 같았다. 이건 과장이 아니다. 죽을 것 같았다. 정말로 죽을 것 같았다.
처음엔 옆 자리에 누운 숱한 좀비들처럼 비명을 지르려고 했다. 그러다 평소의 잘못된 생활습관과 운동 부족, 게으름에 대한 ‘속죄의 시간’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고통이 정신을 아득하게 만들 지경이었지만, 입을 다물게는 됐다. 그러나 잠깐만이라도 ‘정신줄’을 놓으면 “아, 그만해 이 XXX야!”라고 외칠 것만 같았다. 물론 그랬다가는 진짜로 죽을지도 모른다 싶었지만, 여하튼 그만큼 아팠다.
마사지와는 비교할 수 없고, 도수치료와 비교해도 이건 아팠다. 얼마나 지났을까. “일어나 보세요”라는 말에 몸을 일으켰더니 일단 눈앞이 환하다.
어깨를 돌려보는데 언제 느꼈던 ‘아무렇지 않음’인가 싶어 감회가 새롭다. 2~3일이 지나면 훨씬 가벼워질 거란다. 실제 약 4일 후 마감을 앞두고 작업을 하던 중에 문득 느꼈다.
“어? 어깨가 왜 괜찮지?”
통증이 사라지고 어깨는 ‘원래 그랬듯’ 가볍게 돌아갔다. 당장 “시원하다”, “어우, 한결 나아졌다”가 아니라 마치 건강한 어린 시절에 그랬듯이 내가 원하는 대로 몸이 움직였다. ‘아, 내 몸이 원래 이랬었지’라고 되뇌게 됐다. 언제부터였을까. 몸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걸 당연하게 여긴 게.
“다시 태어난 기분”
다른 참가자들의 얘길 들어봤다. 여러 가지 효과를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한결같이 “죽을 것 같았지만, 다시 태어난 것 같은 기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도현 트레이너는 “국대교정 컨디셔닝은 ‘문제점을 제대로 짚어 빠르게 끝내자’는 게 모토다. 단축되고 굳은 근육을 빠르게 촉진시키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고, 참가자들 모두 이 말에 공감했다.
이종수 프로는 “마치 한여름에 몸을 움직여 땀을 내면 몸이 활성화되면서 가동 범위가 늘어난 느낌을 받는데, 실내에서 잠깐의 컨디셔닝으로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 가장 놀랐다”고 했다.
그는 “컨디셔닝을 배워두면 시합 도중에 몸에 문제가 생겼을 때도 즉시 적용해서 칠 수 있을 것 같다”며 감탄하기도 했다.
세미나에 재능기부로서 참석한 국대교정팀 트레이너들도 참가자들을 통해 긍정적이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고 확신과 자신감이 높아졌다. 실제 골프선수들을 컨디셔닝 해보고 정말로 골프 산업에서 역량을 발휘해보고 싶게 됐다는 트레이너들도 있었다.
‘그쪽도 컨디셔닝을 아세요?’
허진종 대표는 “골프에서도 지치고 틀어진 신체 기능을 지속적인 컨디셔닝을 통해 바로 잡아야 좋은 퍼포먼스는 물론 선수 생활도 오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면서 “앞으로 골프선수들이 정확하고 체계적인 컨디셔닝을 받을 수 있는 소통의 창구가 되며, 양이원 프로와 함께 골프에 특화된 컨디셔닝을 체계화하는 데 몰두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 대표는 또 “골프경기에도 참여해 골프 컨디셔닝의 최강자로서 활약하며 한국 골프의 발전에도 기여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당장 10월에는 제1회 세미나에 단체 참석한 큐브골프아카데미(솔라고CC)에 방문해 컨디셔닝과 관련 교육을 진행하기로 했다. 1회차와 마찬가지로 현재 예정된 2회차와 3회차 세미나 역시 이미 조기 마감됐다.
골프선수들이 컨디셔닝에 대한 필요성과 효과를 인식할 수 있도록 마련된 자리였지만, 이미 선수들도 이러한 컨디셔닝을 절실하게 원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행사였다. 조만간 컨디션이 확 올라간 골퍼들끼리 이런 말을 하게 될 것 같다.
“그쪽도 컨디셔닝을 아세요?”
Q&A 국대교정 허진종 대표
Q. 이번 행사를 통해 느낀 점과 소감은?
A. 먼저 골프를 직업으로 하는 분들과의 만남을 갖는 기회에 감사했다.
체계적인 훈련과 체력관리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 골프선수들도 다른 종목과 마찬가지로 신체 기능면에서 다양한 부상이나 불편들을 겪고 있었다. 지치고 틀어진 신체 기능을 바로 잡기 위해 지속적인 컨디셔닝이 필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하는 시간이 됐다.
사전 준비와 리허설도 진행했지만, 일부 부족한 점도 있었다. 피드백을 수렴하고 보완할 계획이다. 앞으로 골프선수들이 정확하고 체계적인 컨디셔닝을 받을 수 있도록 소통의 창구를 일원화하고, 골프에 더 특화된 컨디셔닝을 양이원 대표와 함께 작업할 것이다.
Q. 컨디셔닝과 교육을 받은 프로들의 반응은?
A. "(컨디셔닝을) 받을 때는 죽을 것 같이 아팠지만, 받고 나니 아주 다른 사람이 된 기분"이라는 선수들의 피드백에 다 들어있는 것 같다.
다양한 문제에 대해 컨디셔닝을 진행했는데, 세미나 현장에서 평소 원했던 문제들이 해결되는 것에 놀라워했다. 시간상 아주 깊은 수준까지 진행하지 못 했음에도 오랜 병원치료에도 해결되지 않던 문제가 해소된 사례도 있었다.
잘 회복되지 않던 가동성을 확보하거나, 스윙 시 지속적으로 발생하던 불편함을 해소해 컨디셔닝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는 모습들이었기에 서로 유익한 시간이 됐다.
Q. 이번 세미나에 참여한 트레이너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A. 너무 좋아했다. 특히 이렇게 많은 선수들에게 컨디셔닝을 실시해본 건 처음이라, 주최자인 양이원 프로에게 감사하고 싶다고들 한다.
무엇보다 선수들에게 직접 컨디셔닝을 적용해보고, 이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서 트레이너들도 자기 역량에 대한 확신이 생겨 자신감도 높아진 모습이다. 향후 국대교정팀의 일원으로서 골프 산업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 같다.
Q. 이번 세미나를 시작으로 국대교정팀이 골프와 인연을 맺게 됐다. 향후 계획은?
A. 당장 10월에는 솔라고CC로 간다. 이번 1회 세미나에 단체 참석한 큐브골프아카데미의 팀 전체 컨디셔닝과 2차 컨디셔닝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국대교정팀의 골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골프세미나도 계획하고 있다.
실제 골프 경기에도 컨디셔닝 팀으로 참가해 '골프 컨디셔닝'의 선도적 역할을 하고, 우리나라 골프 산업 발전에도 기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