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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 애용하던 이어셋과의 ‘헤어질 결심’...스페셜한 노멀리스트, 샥즈 오픈핏 체험기

모든 제조사는 '완전 오픈형' 라인업을 만들어야 한다

지이코노미 박준영 기자 | 샥즈 오픈핏을 2주간 체험하고 리뷰를 하게 됐다. 다만 이 제품이 얼마나 좋은지, 어떤 기술을 썼는지보다 에디터 개인의 이어폰 사용 연대기를 통해 같은 사용 목적을 가진 유저들에게라면 꽤나 소구할 만한 체험기를 전하고자 한다.

 

완전 오픈형이 골퍼에게도 필요한 이유

최근 투어프로는 물론 아마추어들도 이어폰을 끼고 연습하는 사례를 자주 보게 된다. 물론 지난 코로나19 이후 유입된 젊은 골퍼들이 특히 그렇다. 이때 오픈핏과 같은 완전 오픈형 이어폰은 위력을 발휘한다.

 

예민한 운동인 골프는 음악을 들으며 리듬이나 템포를 정비할 수도 있지만, 커널형처럼 귀가 막히면 평소의 스윙에 묘한 방해를 받기도 한다. 가뜩이나 예민한 운동인 데다 예민한 골퍼라면 같은 고민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음악을 들으면서 연습하고 싶지만, 귀가 막혀 있거나 스윙 도중 착용한 이어폰이 떨어질 게 걱정되고, 어쨌든 100% 안전하지만은 않은 연습장 등에서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에도 완전 오픈형 이어폰은 충분히 그 가치를 할 것으로 본다.

 

핸즈프리가 필요했다

리뷰에 앞서 평범하면서도 특이한 에디터의 음향기기 사용 이력을 밝힐 필요가 있겠다. 다소 길어질 수도 있다는 점, 미리 양해를 구한다.

 

먼저 에디터는 아주 다양한 이어폰을 사용한 유저가 아님을 밝힌다. 소위 ‘막귀’도 아니지만, 거슬리는 소리를 못 들어주는 예민한 사용자도 아니다. 아마도 평균 범주에 속하는 수준일 것으로 추정한다.

 

대신 이어폰을 사용하는 용도가 나름 편향적이다. 통화, 특히 장시간 통화가 주목적이다. 음악감상이나 콘텐츠를 볼 때도 물론 쓰지만, 주목적은 다시 말해 ‘핸즈프리’다. 그러나 블루투스 이어셋이 한창 보급되던 시절에도 여전히 유선 이어폰을 사용했다.

 

가성비가 좋았고 익숙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세월이 지나 업무적으로 짧은 통화를 자주, 개인적으로는 긴 통화를 하는 일이 잦아졌다. 이어폰 대신 ‘핸즈프리’가 본격적으로 필요하게 됐다.

 

 

보이저 시리즈를 만나다

모 회사의 영업사원으로 일했던 2018년 당시, 넥밴드 형태(양쪽 끝에서 이어폰을 뽑아 쓰는)브리츠 사의 제품을 구매했던 게 생애 첫 블루투스 이어폰이었다. 보급형 모델이었지만 알려진 대로 가성비는 좋았다.

 

다만 통화할 때 내 주변에서 나는 소음이 너무 크게 입력돼 상대방을 불편하게 한다는 단점은 있었다. 가성비 좋은 제품이기에 외면하던 중 선배들이 쓰던 구 플랜트로닉스(현 폴리) 사의 보이저 시리즈를 만나게 됐다.

 

전문가의 길은 역시 비쌌다

보는 이에 따라 택배기사님을 연상케 한다는 걸 나중에 알았지만, 내 눈에는 ‘전문가의 장비’로 보였다. 다만 가격이 상당히 비쌌다. 전용 도크를 포함하면 18만 원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음향기기 마니아들에게야 엔트리 수준의 가격일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1개의 유닛뿐으로 한쪽 귀에만 착용할 수 있는 핸즈프리 가격이라기에 진입장벽이 높았다.

 

(2개를 산다고 양쪽 귀에 착용해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통상 양쪽 귀에 착용할 수 있는 2개의 유닛 구성임을 생각하면 무려 30만 원이 넘는 제품 아닌가. 고민이 깊어졌다.

 

불변의 진리, 고민은 배송을 늦출 뿐

예상을 뛰어넘는 예산을 쓰고 싶을 때는 그 가격을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해당 제품을 공부하는 편이다. 그렇게 당시 최신 제품이었던 ‘보이저 5200’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품을 질러 버리고 말았다. 생애 가장 비싼 한 쪽짜리 이어폰이었다.

 

그러나 비슷한 사용 목적을 가진 사람이 이 제품을 사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일단 ‘통품(통화품질)으로는 이 제품을 따라올 게 없다’는 게 각 음향기기 커뮤니티의 중론이었다.

 

물론 그 뒤에 각 사용자의 취향이나 성향에 따른 단서들이 붙었지만, 통화품질만으로는 따라올 제품이 없다는 의견만으로도 더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기가 막힌 브랜드스토리도 한몫

플랜트로닉스의 기가 막힌 브랜드 스토리도 구매 결정을 앞당기는 데 한몫을 했었다. 제조사인 플랜트로닉스(현 폴리)는 ‘인류가 최초로 달에 갔을 때 플랜트로닉스도 그곳에 있었다’고 홍보한다.

 

플랜트로닉스에 따르면 1962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세계 최초의 경량 헤드셋이 탄생했고, 1969년 닐 암스트롱의 “That‘s one small step for man, one giant step for mankind“라는 불후의 명대사도 이 회사의 헤드셋을 통해 전해졌다.

 

이후 플랜트로닉스는 NASA와 911, 미연방 항공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대기업에서 공식 헤드셋으로 채택한 브랜드가 됐다고도 했다. 당시 여러 영화에서 PPL로 등장한 이 회사 제품을 접했다는 걸 뒤늦게 알고 나니 사뭇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아재틱? 내 전화 한번 받아보고 말해

보이저 5200 제품을 써봤거나 본 이들은 마이크 ‘꼬다리’가 튀어나와 ‘아재틱’하다며 호불호가 갈린다. 그러나 핑계 없는 무덤 없고, 이유 없는 디자인도 없는 법. 바로 그 마이크가 이 제품의 차별점이었다.

 

무려 붐 마이크 속 4개의 마이크는 잡음을 완전히 없애버리고, 6중으로 바람을 차단하는 윈드 스마트 마이크가 선풍기에 얼굴을 대고 있어도 상대방이 알 수 없게 한다. 전문 용어를 사용하자면 DSP(Digital Signal Processor) 기술인데 4개의 마이크에 내장된 DSP가 외부 소리를 분석하고 상쇄시킨다.

 

게다가 4개의 마이크는 소음이 들려오는 방향에 대응하는데 앞에서 지나가는 오토바이 소리와 옆에 정차한 트럭의 공회전 소리가 있다면, 2가지 소음을 파악해 제거해버린다. 통화가 주목적인 입장이라면 끌리지 않겠나?

 

6중 바람막이(내 표현이다) 시스템은 또 어떤가. 영업용 차를 타고 통화할 일이 많은 편이고, 외부에서 전화를 받는 일이 허다했음에도 보이저 5200을 사용한 뒤부터 통화할 때 이런 질문을 자주 받았다.

 

“혹시 오늘 휴가 중이세요?”

 

같은 이유로 “너 어디니? 솔직히 말해”라는 부장님의 의심도 자주 받았다. 룸톤이 너무 고요해서였다.

 

사실 업무도 업무지만, 평소 길게 통화하던 지인들이 몇 있었기에 이 제품을 선택한 게 더 컸다. 당시 미국에 살던 친구와는 주말이나 휴가를 앞두고 한번 입이 터지면 10시간이 넘도록 수다를 떨기도 했다. 자연히 방안에서 머무르면서만 이야기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밥을 먹기도 하고, 산책이나 번화가를 구경하면서 통화하는 일이 잦았다.

 

그와는 무려 10년 이상을 그런 통화를 해왔다. 보이저 5200의 ‘실력’을 가장 먼저 실감한 게 바로 그 친구일 수밖에 없었다.

 

통화한 지 수 시간이 지났는데도 뭔가를 먹거나 마시는 소릴 듣지 못했다는 걸 깨닫고 “아니, 근데 밥은 안 먹어?”라고 묻는 그의 질문에 내가 더 놀랐다. 방금 꽤나 북적거리던 코엑스 파르나스몰의 모 라멘집에서 면 치기를 하고 나오던 길이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 놀란 우리는 본격적인 테스트에 들어갔다.

 

테스트 결과는 경악

평소 통화 중에 오토바이가 지나가면 상대방은 찢어지는 소음을 듣게 되는데, 이 제품을 사용하니 ‘저 멀리 오토바이가 지나가는 모양이다’ 정도로 들린단다.

 

평일에 자주 지나치던 건대 앞 상권들과 성수동, 한양대 근처의 번화가들의 공통점은 매장마다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있었다는 점인데 이곳들을 지날 때도 상대방에게는 음악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더 놀라운 건 변기를 사용 중일 때도(크든 작든) 상대방이 ‘불쾌한 소음’을 거의 듣지 못한다는 거였다.

 

17만 원이 아깝지 않았다. 이런 데도 모양이 어떻니, 가격이 어떻니 하는 건 나쁜 소비자다 싶었다. 그렇게 올해까지 약 7년간 이 제품을 사용했다. 그냥 사용한 게 아니라, 그 기간 중 세 차례의 분실과 2차례의 무상 교환으로 올해까지 6개의 같은 제품을 썼고, 그중 3개를 새로 구매했었다.

 

그 사이에 해외에 거주하며 나와 자주 통화하던 지인 3명이 같은 제품을 구매했고, 영업사원 당시 길게 통화를 나누던 교수님 두 분과 대학원생 1명이 같은 제품을 샀다. 모두 비슷한 사용 목적을 가진 이들이었고, 사용 후기는 별점으로 치면 ‘별이 다섯 개’였다. 나는 내가 팔아야 할 물건보다 보이저 5200 영업에 더 능해져 갔다.

 

그간 플랜트로닉스 사에도 큰 변화들이 있었다. 비디오·음성 등의 콘텐츠의 공동작업 및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개발하던 폴리콤과 합병해 ‘폴리’로 사명이 바뀌었고, 지난 2022년 HP가 이 폴리를 33억 달러에 인수했다. 문제는 딱 이즈음에 시작됐다. ‘플랜트로닉스가 폴리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류의 슬로건을 본 그때쯤 말이다.

 

아이언맨 수트도 아닌데 빙결 이슈

가장 처음 겪은 불편은 겨울철 결로 이슈였다. 처음에 썼던 보이저 5200은 영하권의 추위에서, 지퍼를 닫으면 입이 가려지는 방한 점퍼를 입고 통화를 해도 깨끗한 통화품질을 보였었다. 그런데 2번째 구매했던 제품부터 문제가 생겼다.

 

초겨울 날씨에 통화품질이 뚝 떨어졌다. 상대방은 나와 10년 넘게 통화를 이어온 친구였다. 문제가 있다면 그가 제일 먼저 인지하게 되는데, 이유가 뭘까 궁금해하며 여러 가지 환경에서 테스트를 해본 결과 소위 ‘결로 이슈’라고 결론을 내렸다.

 

온도가 떨어지면 집음에 문제가 생기는 것 같았고, 해당 이슈를 AS센터에 전달해 제품을 교환받았다. 그러나 마찬가지였다. “그래. 4계절 중 두 달 정도만 참자”고 생각했다. 그만큼 보이저 5200의 통화품질은 강력했고, 만족스러웠으며, 대체가 불가능해 보였다.

 

생소했던 지인들의 클레임

다음으로 생긴 문제는 어느새 ‘플랜트로닉스’ 대신 ‘폴리’ 로고가 박힌 제품을 쓰면서였다. 이유를 알 수 없이 내 목소리의 볼륨이 어절 또는 음절 단위로 낮아졌다가 높아지기를 반복하는 현상이었다.

 

평소 자주 통화하는 이들은 이미 내가 사용하는 제품이 뭔지를 익히 알고 있었고, 그랬기에 해당 현상이 내가 착용한 보이저 5200에서 비롯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클레임’은 최근 몇 년간 기자로 활동하면서 취재원이나 인터뷰이, 업무 통화를 길게 하게 된 담당자들로부터 시작됐다.

“네? 뭐라고요? 죄송합니다. 방금 잘 안들렸어요. 뭐라고 하셨죠?”

 

이 제품을 쓰던 수년간 (겨울을 제외하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기에 생소하기까지 했다. 처음에는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당신의 통화 환경이 나쁘겠지. 겨울도 아닌데 그럴 리가 없지. 나는 보이저를 쓰는데?’

 

그렇게 시작된 의심이 한동안 하지 않던 예의 그 ‘테스트’를 하게 만들었다. 마침 지난 7월 해외 일정 중에 또한번 제품을 분실하고 (이제는 고민할 것도 없이) 새 제품을 구매해 받아든 차였다.

 

상황을 특정할 수 없이 간헐적으로 해당 현상이 발생했다. 이는 통화 녹음을 통해 통화 상대가 아닌 내가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수차례에 걸쳐 테스트를 거듭한 끝에 이 현상이 통화 후 약 10분 뒤부터 시작됨을 알게 됐고, 내 목소리와 소음을 분간하지 못해 노이즈가 아니라 내 목소리를 ‘캔슬’했다가 풀었다가를 반복하며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보내줄 때가 됐나' 포기를 떠올리다

상세한 테스트 내역과 함께 제조사에 문의했다. 제조사도 해당 이슈를 인지하고 있었고, 마이크를 사용자의 목소리에 맞게 보정하는 방법을 안내받았다. 통계상 이 방법을 통해 약 70% 정도는 효과를 봤고, 나머지의 경우 실패했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아니 눈물 나게도 나는 그 30%에 속했다. 이후로 2차례 새 제품을 교환 받았다. 매번 같은 문제가 있었고, 보정은 먹히지 않았다. 제조사는 교환이든 환불이든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건 여태까지 그랬듯 이 제품을 앞으로도 쭉 사용하는 것이었다.

 

본사에서도 인지하고 있음을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명확하게 어떤 이슈인지는 ‘저쪽’도 확실치는 않은 모양이었다. 펌웨어를 업데이트하고, 보정을 통해 수차례 마이크를 리셋함에도 차도는 없었고, 오늘까지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는 같은 모델을 쓰는 다른 지인들에게서는 발견되지 않는 문제다. 당황스럽게도 같은 모델을 쓰는 친구와 통화를 할 때 그의 목소리는 간혹 그런 현상이 발생하더라도 한두 번에 그쳤다. 내 목소리는 상대방을 불편하게 했고.

 

테스트를 위해 몇 가지 다른 환경에서 수차례에 걸친 테스트의 상대자가 되어줬던 지인들은 “이제 보내줘”라고 해왔고, 처음에는 “대안이 없다”며 외면하던 나도 지쳐갔다.

 

 

샥즈 오픈핏 ‘이거다!’ 그러나

바로 그때 접한 제품이 샥즈 오픈핏이다.

 

‘이거 보여주려고 어그로 끌었다’는 식의 ‘빌드업’이 정말 아니다.

뒤에 이어질 오픈핏의 체험기를 전하는 데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게 이러한 사용 이력이라는 판단이었다.

 

몇 개월 전, 샥즈 오픈핏 출시 관련 기자간담회 소식이 편집부 메일함에 도착했었다. 평소 2개의 유닛으로 구성된 완전 오픈형 블루투스 이어폰을 찾던 터라 반가웠다. 음향 전문 매체가 아님에도 기자간담회에 신청을 넣었다.

 

샥즈는 ‘골전도’의 대명사 정도로는 알고 있던 브랜드다. 평소 종종 방문하는 일렉트로마트 등에 청음대가 있어 수년 전부터 관심은 가지고 있었다.

 

분명히 밝히건대 특히 통화품질 면에서 보이저 5200의 대체품은 현재도 없다고 확신한다. 그럼에도 샥즈 오픈핏이 눈에 들어온 건 완전 오픈형이면서 2개의 유닛을 제공하며 마이크가 길게 뽑혀 나오지 않았음에도 나쁘지 않은 통화품질이 보장되는 제품을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노 타입을 오래 썼지만, 7년 전과 지금은 내 사용 용도도 다양해졌다. 통화를 여전히 자주, 길게 하는 편이지만 과거처럼 긴 시간은 아니고, 양쪽에 착용해야 영상이나 녹취 등을 기록할 때 편하다는 점 등이다. 그래서 기자간담회에 참석했고, 흥미롭게 제품 설명에 집중했다.

 

 

‘안 속는다, 이놈들아!’

 

당시 행사에서는 체험을 원한다면 2주간 리뷰 제품을 제공한다고 했다. 그러나 본지의 성격과는 맞아떨어지지 않는 에디터로서 리뷰 제품을 받는 건 상도에 어긋난다고 생각했고, 일단 사양했었다. 무엇보다 전문적인 리뷰를 할 수 없을 것 같았고, 분명 막상 실사용해보면 통화품질에서 만족하지 못할 것 같았다.

 

오랫동안 보이저 5200을 사용했기 때문에 갤럭시 버즈건, 아이팟이건, 샥즈 오픈핏이건 뭐건 간에 마이크가 짧아질수록 디자인은 예뻐지지만, 통화품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샥즈 오픈핏은 외형적으로 보이저 5200의 대안으로 찾고 있던 바로 그 제품이었다. 행사장과 청음대를 통해 체험했을 때 생각보다 훨씬 좋은 품질의 음향을 자랑했다. 그러나 선뜻 구매하지는 못했다. 결국 통화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은 내 사용 목적상 맞지 않고, 통화품질은 테스트해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지인들도 같은 반응이었다. 디자인 특성상 통화품질이 좋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골전도로 유명한 샥즈가 ‘공기전도’를 표방하며 완전 오픈형 제품을 냈다는 데에는 다들 관심을 가졌지만, 내 사용 목적을 너무나 잘 아는 지인들은 구매를 말렸다. 그렇게 ‘못 본 척’ 하려 했던 오픈핏은 자꾸 여기저기 눈에 밟혔다. ‘생각보다 통화품질도 좋더라’는 구매 후기들이 올라왔고 나는 ‘속지 않겠다 이놈들아’를 반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보이저 5200의 그 ‘목소리/소음 인식 이슈’가 1분간 이어졌고, 30분 넘게 반복됐다.

 

통화가 잘 될 때 “혹시 ‘그’ 증상이 나타나면 나타날 때마다 신호를 줘”라고 했더니 “지금”, “지금”, “지금도”, “또 나와”, “지금 또 그래”를 반복하는, 사실은 내 주문에 따라 나를 돕고 있는 지인에게 ‘아, 알겠으니까 이제 말 좀 끊지마!’라고 말하고 싶었던 순간, 보이저 5200을 던져버리고 샥즈 오픈핏의 체험용 제품을 제공해준다던 담당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기자간담회 즉 출시로부터 1개월은 더 지난 시점이었다. 

 

 

생소함 그리고 불편함

그렇게 오픈핏이 도착했다. 케이스의 재질이 보기에는 매트한 느낌으로 손에 잘 붙을 거 같은데 실제로는 한 손으로 밀어젖히기에는 다소 미끄러웠다. 마그네틱이 강해서인지 한 손으로는 케이스를 여는 게 쉽지 않았다. 적응되고 나니 큰 불편은 아니게 됐지만, 처음에는 몇 번 손에서 미끌려 떨어질 뻔했다.

 

케이스 LED가 1개인 것도 불만스러웠다. 3~5개로 충전상태를 알 수 있으면 좋겠는데 불안감에 자꾸 귀에서 빼고 충전 케이스에 넣게 됐다.

 

또한, 전원과 통화 또는 재다이얼, 통화음 차단(내 소리 음소거), 볼륨조절 등 다양한 버튼이 있던 보이저 5200을 썼기 때문에 제한적인 터치 액션도 당장 불편으로 다가왔다. 전용 앱을 통해 긴 터치와 두 번 터치 시 볼륨조절/이전-다음곡 이동/정지-재생 중 2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건 상당한 제한으로 느껴졌다. 물론 이건 제품 자체가 초소형인 이어버드의 태생적 한계이기는 하다.

 

그 긴 히스토리를 적어 빌드업을 해놓고 왜 정작 단점만 늘어놓느냐고 반문한다면

 

“이 정도 불편 외에는 모든 면에서 만족했기 때문”

 

이라고 말해야겠다.

 

 

착용하지 않은 듯한 편안함

먼저 착용감이다. 아기용품 등에 사용하는 실리콘을 사용했고, 무게 배분 디자인으로 가볍다더니 자꾸 귀를 만지게 된다. 착용한 걸 잊고 샤워기를 튼다거나 상의를 탈의하다가 벗겨진 걸 모르고 ‘어어? 한쪽은 어디갔지?’ 하며 곳곳을 뒤지다가 벗어둔 상의에 걸려있는 유닛을 발견하게 된다. 장시간 착용해도 귀가 아프지 않다.

 

그러나 안경을 착용하는 사용자라면 벗은 뒤에 ‘내가 이걸 오래 끼고 있었구나’ 깨닫게 될 정도로 눌리는 부분은 분명 있다.

 

‘춤도 출 수 있겠는데요?’

음악이나 콘텐츠를 감상할 때도 불편함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다만 조용한 환경에서 최대 음량 시 바로 옆에 있거나 지나가는 사람은 내가 뭘 듣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 수는 있다.

 

최대 음량으로 음악을 들으며 “얼마나 크게 들려?”라고 묻자 “(음악에 맞춰)춤도 출 수 있겠는데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대신 아주 조용한 환경이 아니라면 주변 사람들에게 거슬릴 수준은 아니고, 5~7단계 볼륨 정도로 타협하면 나도 상대방도 평안할 것으로 보인다.

 

워낙 착용감이 편하기에 한번 착용하면 거의 종일 착용하게 되는데 하루에 1~2회는 충전기를 찾게 된다. 그러나 급할 때는 1~5분 정도의 충전만으로 꽤 오랜 시간을 쓸 수가 있다. 물론 배터리가 작아서 편안한 만큼 반대급부는 어쩔 수 없다.

 

애초 청력이 약하거나 청각을 잃은 이들을 위해 고안된 것이 골전도 음향기기다. 그러나 막상 나오고 보니 귀에 꽂는 커널형을 오래 착용하는 사용자들에게도 큰 관심을 끌었다. 유저들의 이어폰 착용 시간이 길어지면서 귀에 부담이 덜한 제품을 찾는 소비자의 니즈가 생겨난 것이다. 

골전도 헤드셋이 소수의 부작용 이슈가 있었다면 공기 전도형 오픈핏은 그마저도 없다. 이쯤되니 앞으로 모든 제조사들이 완전 오픈형 라인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싶을 정도다. 

 

‘완전 오픈형’이 아닌 건 착용할 수 없는 몸이 됐다

일상생활에서 완전 오픈형의 장점은 생각보다 더 유용했다. 아니, 솔직히 이제 완전 오픈형이 아닌 제품을 착용할 수 없는 몸이 된 것 같다. 실제 이 체험 이후 기존 착용하던 보이저 제품과 커널형 이어버드 몇 종(삼성, 애플, 소니)을 착용해본 결과 전에는 그만큼 크게 느끼지 못했던 '불편감'이 생겨버렸다.

 

답답하지 않을 정도의 볼륨 크기(당시 10단계 중 7단계 정도)로 유튜브 콘텐츠를 듣고 있었음에도 뒤에 오던 행인이 볼펜을 떨어뜨리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홱 돌렸다. 안전 문제가 아니더라도 주변 소리를 포착할 수 있다는 건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분명 이어폰을 끼고 있지만, 대화와 소통에 문제가 없다는 걸 회사 사람들은 금방 알아챘다. 귀를 막지 않으니 오래 착용하고 있어도 간지럽거나 먹먹함을 느낄 필요도 없었다. 날씨가 좋은 날 산책할 때 그에 맞는 음악을 골라 재생하면 마치 영화나 드라마처럼 내 일상에 BGM이 깔린 듯했다. 볼륨을 최대로 키워도 깨지거나 째지는 소리는 잘 느껴지지 않았다.

 

거부할 도리가 없다

대망의 통화품질이다. 앞선 사용 이력을 통해 다양한 환경에서 길게 자주 통화를 한다는 걸 밝혔다. 여기서 다양한 환경이란 화장실과 도로변, 사람이 운집한 곳들을 포함한다.

 

가성비가 좋다는 블루투스 헤드셋을 쓸 때, 통화품질 면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버스나 지하철의 안내 음성, 셀프주유소의 (그냥 들을 때도 고막을 찢을 듯한) 안내음, 자동차의 안전띠 미착용 경고음, 비닐이나 종이 포장을 부스럭대거나 설거지 등 물을 쓰고 있을 때 소음이 상대방에게는 귀를 뚫는 듯한 소음으로 증폭된다는 점이다.

 

오픈핏은 그렇지 않았다. 약속된 2주는 이미 지났고 현재 4주째 해당 제품을 실사용하면서 테스트해본 결과다. 물론 보이저 5200의 성능과 단순 비교하면 밀리겠지만, 통화품질만을 위해 설계된 제품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마이크가 길게 뽑히지 않은 생김새임에도 이 정도 통화품질을 보장한다면, 거기에 완전 오픈형이면서 이 정도의 음질을 즐길 수 있다면 내 사용 이력과 목적상으로는 더 거부할 도리가 없다.

 

 

헤어질 결심, 보내줄 결심

샥즈 오픈핏 출시 기자간담회는 사실 80% 정도는 사심으로 참석했었다.

 

소니의 링크버즈가 출시됐을 때부터 시작된 오픈형에 대한 니즈는 그간 출시되는 제품들로는 채울 수 없었다. (뛸 일도 별로 없지만) 귀에 거는 형태를 착용해야 마음이 놓이는 편이기도 하다. 그러던 차 '완전 오픈형'이라는 오픈핏은 매력적이었다. 간담회를 통해 좀 더 상세한 정보를 얻어 보이저 5200의 대안을 찾고 싶다는 사심이 이번 체험으로 완성된 기분이다.

 

다시 말하지만, 에디터에게 여전히 보이저 5200은 애증이 아닌, 애정하는 제품이다. 제조사에서는 원한다면 교환이든 환불이든 받아주겠다고 했지만, 오픈핏에 확신을 가진 후에도 남겨놓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을 정도다.

 

그러나 오픈핏을 2주간 체험한 후 다시 보이저 5200을 착용했을 때 알았다. 이제는 보내줄 때라는 걸. 오픈핏을 처음 받았을 때 느꼈던 생소함과 불편함이 이제는 보이저 5200에서 느껴졌다.

 

 

스페셜한 노멀리스트

이 체험기는 보이저 5200을 폄하하거나, 샥즈 오픈핏만이 ‘절대적인 제품’이라며 추천하려는 의도가 없다.

 

이런 언급을 통해 바라는 바가 있다면 2016년에 출시돼 현재까지 펌웨어 외에는 개선된 점을 찾기 어려운 보이저 5200의 후속작을 기다리는 이들이 아직도 상당수이며, 에디터도 그중 하나라는 점을 전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샥즈 오픈핏이 ‘완전 오픈형’ 시장에서 더욱 발전하기를 바란다. 해당 맥락에서 샥즈가 소비자의 불만과 니즈를 수렴하고 반영하는 데 적극적이라는 점은 고무적이다. 출시 후 현재도 다양한 소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기자간담회 때 질문했던 '멀티포인트페어링' 업데이트 일정도 당초 얘기했던 기한인 "빠르면 10~12월"에 정확하게 출시됐다는 점도 가산점을 줄 만하다. 이번 오픈핏도 그렇지만 샥즈가 앞으로 완전 오픈형 이어셋 시장을 어떻게 변모시킬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음향기기 마니아를 위한 제품은 아닐지 몰라도

오픈핏은 분명 귀가 예민해서 음향기기를 함부로 선택할 수 없는 리스너들에게는 구매 대상이 아닐 수 있다.

 

마이크가 길든 아니든 귀에 거는 이어버드는 아재틱하다는 연령대에게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극한의 통화품질이 필요한 이들에게도 적합한 선택지가 아닐 수도 있다. 사용 목적이 다르다면 이 가격대에서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제품이 무수하다는 것도 사실이다.

 

샥즈가 각종 기술을 통해 음질을 얼마나 강화했든 오픈형의 한계로 깊은 차원의 음감 환경을 만들어 주지도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사용자 즉, 통화품질도 어느 정도는 괜찮았으면 좋겠고, 귀가 막히지 않았으면 좋겠고, 헤드뱅잉을 하지 않는 한 떨어지지 않고, 착용감도 좋으면서도 평균 이상의 음질을 듣고 싶다면 현재 이만한 제품이 없다는 결론이다.

 

샥즈 오픈핏은 스페셜리스트는 아닐지라도 노멀리스트에 가까운 제품이다. 물론 ‘스페셜’한 노멀리스트. 

 

무엇보다 안전상으로도 귀 건강상으로도, 그게 샥즈 오픈핏이 아니라도 이어폰 시장은 완전 오픈형으로 바뀌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게 된 체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