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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수로 만나는 세계명화] 산드로 보티첼리 〈프리마벨라(봄)〉

WRITER 이용주 | 혼을 담은 손으로 수놓은 ‘혼자수’ 이용주 작가가 원작가가 표현 못 한, 숨겨지고 변화하는 빛을 담아 원작과 같은 규격의 혼자수로 작업한 세계명화의 이야기를 전한다.

 

 

보티첼리는 누구인가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산드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 1445~1510). 산드로는 세례명을 줄여 부른 것이고, ‘작은 술통’이라는 뜻의 ‘보티첼리’는 본래 형의 별명이었다.

 

가죽 장인의 아들로 태어나 금 세공사 훈련을 받았다. 18세에 가르멜파 수사였던 화가 프라 필립포 리피(Fra Filippo Lippi)에게서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고, 베로키오와 폴라이월로에게 배우면서 일시적인 엄격한 리얼리즘 영향을 받았다.

 

1470년부터는 독립한 장인으로 활동했다. 특유의 유연한 윤곽선은 메디치가 선호한 ‘국제고딕’이라는 양식으로 그린 것으로 인물에 온화하고 고요한 리듬감을 부여했다. 그는 점차 사실을 무시하고 장식적인 구도를 활용해 시적 세계를 표현하는 화풍을 구사하며 신비적인 경향을 보였다.

 


르네상스의 시작
15세기는 신 중심의 사상과 봉건 제도로 개인의 창조성을 억압하던 중세에서 벗어나, ‘문화의 절정기였던 고대로 돌아가자’는 운동인 르네상스의 초기시대였다. 미술에서는 기독교 이외의 고전이나 신화, 역사 등 새로운 주제가 도입되고, 해부학이나 원근법을 통한 과학적 묘사와 초상화가 부활했다.

 

당시는 국가나 도시, 세력 간 다툼이 치열했던 시대다. 세력이 커진 군주나 부호들의 후원이 르네상스 시대의 큰 축이었는데, 점차 경쟁을 넘어 과시적으로 미술을 후원했다. 가장 대표적인 후원가가 피렌체의 은행가 집안이었던 ‘메디치 가문’이다. 산드로 보티첼리도 메디치 가문의 후원으로 성과를 얻은 화가였다.


‘찬란했던 고대가 부활하고 있다’
〈봄(프리마벨라)〉은 메디치가의 카스텔로 별장을 장식하기 위해 그린 것으로, 최초로 걸린 곳은 로렌초 디 피에르 프란체스코의 피렌체 저택 침대 위 벽이다. 1482년 로렌초의 결혼을 기념해 메디치 가문에서 주문한 것으로 추정한다.

 

삶의 에너지로 넘치는 봄날의 풍경을 배경으로 그린 그림이며, 16세기부터 〈봄〉이라는 제목으로 불렸다. 이 그림에 등장하는 9명의 인물은 기독교의 시각에서는 ‘이교’의 인물들이다. 당시 주류를 이루던 종교화에서 벗어나 고대 신화를 다뤘다는 점에서 르네상스 회화의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평을 받는다.

 


시인 오비디우스의 이야기 ‘변신’
길고 추운 겨울이 지나고 비너스의 정원에 봄날이 돌아왔다. 〈봄〉은 꽃피고 열매를 맺은 정원을 배경으로 한 사랑과 성장, 탄생의 의미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스토리가 있기에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감상해야 한다.

 

 

맨 오른쪽의 서풍의 신 제피로스가 볼을 부풀리며 겨울의 매서운 바람을 뿜어내며 손을 뻗고 있다. 도망가는 듯한 여인은 연인인 대지의 정령 클로리스다. 제피로스가 손을 대는 순간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 숨결은 봄꽃으로 변한다.

 

그러면서 봄과 꽃, 번영의 신인 플로라로 다시 태어난다. 이는 고대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를 한 화면에 표현한 것이다. 당시 피렌체의 대표적인 시인인 안젤로 폴리치아노가 쓴 〈회전목마의 방〉이라는 시를 그림으로 옮겼다고도 하는데, 어느 쪽이든 고대 신화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점은 같다.

 

 

사랑의 원리
가운데는 이 정원의 주인인 비너스가 우아한 자태로 서 있고, 그 위로 아들 큐피드가 화면 왼쪽을 향해 화살을 겨누고 있다.

 

 

거기에는 ‘애욕’과 ‘순결’,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미의 세 여신이 손을 맞잡고 춤을 추는데, 큐피드의 화살은 순결을 상징하는 여신을 조준하고 있다고 해석되기도 한다. 순결한 처녀가 사랑에 눈뜨면서 아름다워진다는 사랑의 원리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맨 왼쪽의 청년은 ‘소식을 전해주는 자’이자 상인들의 수호성인 헤르메스다. 손에 쥔 지팡이는 그를 상징하는 전령의 지팡이이며, 오렌지를 따고 있다거나 이슬을 털어내고 있다거나, 또는 지팡이로 먹구름을 흩어 봄의 정원을 수호하고 있다고 해석되기도 한다.

 

인물을 닮은 오렌지 나무
인물의 자세와 동작이 나무의 형태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오른쪽의 구부러진 월계수는 달아나는 대지의 정령 클로리스의 자세와 유사하다.


중앙의 오렌지 나무는 비너스의 머리 위에서 반원의 아치를 만들며 마치 후광처럼 여신을 둘러싼다. 한편 곧게 서 있는 삼미신과 헤르메스의 뒤쪽 오렌지 나무는 이 인물들을 따라 곧게 서 있다. 오렌지가 메디치가를 상징하며, 오른쪽 가장자리 월계수는 그림을 받을 신랑의 이름인 로렌초를 연상시킨다.

 

오렌지와 월계수는 메디치 가문의 상징물들이다.


선명함과 유려함
이 그림은 목판에 템페라로 그렸는데, 템페라는 안료가 벽면에 스며드는 프레스코화에 비해 윤곽선과 색채가 화려하고 선명하며, 건조되면 맑고 투명한 필름을 형성하여 광택있는 매력적인 그림을 보여준다. 그림에서도 섬세하고 매끄러운 선과 가벼운 느낌의 옷, 여리고 서정적인 선율을 느낄 수 있다.

 

 

*회화는 순간의 빛을 화폭에 담은 것이다. 이용주는 회화에 변하고 숨겨진 빛을 담아 미술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전통자수를 현대와 접목해 가장 한국적이고, 자긍심을 끌어내는 예술로 승화시켰다.
그가 표현한 명화는 원작가가 작품에 표현 못 한, 순간순간 변하는 빛을 한 화폭 속에 표현해 새로운 창작물로 인정받는다. 14명의 전·현직 대통령과 세계적 유명인들이 그의 작품을 소장했고, 찾아왔고, 초대전을 열어주었다. 2023년 UAE 정부로부터 골든 비자를 받았다.

오랜 세월 동안 작업한 5,500년 수명의 혼자수 작품들을 담을 미술관에 천장과 벽을 변하는 작품으로 채우고 조명으로 연출한 세계 최초·최고의 뮤지엄 카페로 담을 그릇을 만드는 데 뜻을 함께할 현명한 능력자를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