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박준영 기자 | 보키와 맥대디가 양분하던 웨지 시장은 최근 춘추전국시대다. 테일러메이드는 밀드그라인드(MG)와 하이토우 웨지로 꾸준히 팬층을 넓혀가는 중이다. 특히 MG 웨지 라인은 퍼포먼스는 물론 호불호 없는 디자인으로 신제품 출시마다 주목받는 시리즈다.
괴물 장타자의 우승 비결은 숏 게임 정찬민은 ‘맘먹고 때리면’ 340야드 이상을 가볍게 날리는 장타자다. 평균 비거리가 310야드를 넘고 2022년에는 장타상을 받기도 했다. 그런 그가 지난 11월 ‘골프존 도레이 오픈’에서 우승했을 때 우승의 원동력은 장타력 이상으로 뛰어났던 숏 게임 퍼포먼스 덕분이었고, 정찬민이 사용하는 웨지가 바로 테일러메이드 MG4 웨지다.
3R까지 선두에 3타 뒤진 공동 5위였던 정찬민은 4R 6번 홀(파5) 이글에 이어 8~11번 홀에서 4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선두로 올라섰다. 8번 홀(파3)에서는 그린 바깥 약 20m 거리에서 로브 샷을 집어넣었고, 11번 홀(파4)에선 티샷을 328야드나 날린 뒤, 남은 거리인 35m를 웨지로 공략해 홀에 바싹 붙여놨다.
이밖에도 숏 게임에서 여러 차례 손맛(?)을 본 정찬민은 강경남과의 연장 승부 끝에 통산 2번째 우승컵을 들었다.
정찬민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비결은 숏 게임과 퍼트다. 숏 게임이 아니었으면 우승이 어려웠을 것이다(웃음)”라고 밝혔다.
물기 묻어도 마찰력 손실 최소화
새벽이나 야간 라운드는 물론이고 오전과 정오 근처의 라운드에서도 코스와 볼은 말라있기 보다 촉촉한 경우가 더 많다. 그러나 골프에서 볼의 물기를 닦을 수 있는 건 티샷과 퍼트 직전에만 가능하기에 숏 게임에서 신경 쓰이는 일이 종종 생긴다.
테일러메이드 퍼터&웨지 제품
제작 수석 이사 빌 프라이스는 “MG4는 수분에 노출된 상황에서 스핀양을 늘리는 특별한 기술이 탑재됐다”고 설명했다. 레이저로 그루브를 정교하게 가공해 풀 스윙은 물론 짧은 컨트롤 샷에서도 마찰력이 극대화되는 ‘올 뉴 스핀 트레드’ 기술이다. 자동차 타이어의 트레드와 비슷한 원리로 물기의 영향을 제거하고 볼과 페이스가 접촉하며 스핀양을 확보할 수 있다.
‘테일러메이드 요새 약 빨고 만드나요?’
MG 웨지에 대해 ‘묵직하면서도 부드럽다’는 평이 많다. 부드러운 타격감은 ‘백 지오메트리’를 적용한 덕이다. 중심 타점 뒷면에 더 많은 무게를 배치했다. 골퍼들이 선호하는 디자인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다수의 사용자들이 커뮤니티 등에 남긴 후기와 댓글을 보면 ‘테일러메이드가 최근 약 빨고 만드는 것 같다’는 내용을 자주 볼 수 있다. 심미적으로도 세련된 디자인이 돋보이지만, 투어 선수들의 의견을 반영해 헤드 모양을 설계해 실용적이다.
나이키가 골프 클럽 시장에서 철수한 2016년 당시는 물론 이후까지, 타이거 우즈가 나이키 VR포지드 웨지를 쓴다는 건 상징적인 일이었다. 그러다 2018년 드디어 웨지를 바꾸는데, 바로 테일러메이드 밀드그라인드 1, 즉 MG1 웨지였다. 이후 테일러메이드는 본격적으로 웨지 시장의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
6가지 바운스
웨지를 고를 때는 바운스가 중요한데, MG4 웨지의 바운스는 6가지다. 잔디를 매끄럽게 빠져나가는 표준 바운스(SB)와 여기에 조작성을 더한 표준 바운스C(SBC). 단단한 잔디나 타이트한 라이에서 샷 메이킹에 특화된 로우 바운스(LB)와 여기에 페이스 조작성을 더한 로우 바운스V(LBV). 하이 바운스(HB)와 솔 너비를 넓힌 하이 바운스 와이드(HBW)는 부드러운 잔디에서 성능이 탁월하다.
로프트는 46°부터 60°까지 2° 간격으로 구성됐고, 기본 샤프트는 트루템퍼 사의 다이나믹 골드 투어이슈 115g이다. 그립은 램킨 크로스라인 360을 장착했다.
괴력 장타자의 숏 게임 비결은
골프에서 숏 게임은 누구를 막론하고 중요한 요소지만, 장타자일수록 숏 게임 능력이 스코어와 직결된다. 국내 골프 코스의 화이트티, 여성의 경우 레이디티를 주로 사용하게 되는 아마추어에게는 더욱 그렇다. 코스 전장이 길지 않아 티샷 후 웨지를 잡는 경우가 상당히 잦다.
장타력 못지않게 숏 게임 능력이 뛰어난 정찬민은 “숏 게임에서 가장 자신 있는 샷은 로브샷과 플롭샷”이라고 밝혔는데, 안전한 플레이를 위해 굴리는 어프로치를 주로 하는 아마추어들이 가장 하고 싶어하는 샷이기도 하다. 그는 “특별한 연습이라기보다 감각적인 부분이 크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의 느낌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웨지는 특히 더 심리적 요소가 중요해
시장에 나와 있는 수많은 브랜드의 클럽들. 각각의 특장점은 있을지언정 누구에게나 최상의 퍼포먼스를 약속하는 ‘절대 골프채’ 같은 건 없다. 특히 메이저 제조사 브랜드 제품들은 이제 성능보다는 심리적 만족감과 묘한 안정감 차이로 구매 여부가 갈리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남들이 많이 쓰는 브랜드가 성능이 나쁠 리는 없지만, 그렇다고 나에게도 딱 들어맞는 제품이라는 법은 없다.
전문가들은 웨지 시장의 춘추전국시대, 골프채 중 유일하게 ‘소모품’으로 분류되는 웨지만큼은 더 다양하게 써보고 고르는 게 숏 게임 퍼포먼스에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