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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그돈씨

ⓒ골프가이드 2월호

 

최근 1~2년 사이 골프에 입문한 지인이 몇 있다.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클럽과 레슨마저 해결된 친구는 차일피일 미루다 최근에는 동력이 사라진 것 같다. 운동을 좋아해 구기부터 격투기를 꾸준히 즐겨 온 또 다른 친구는 별 흥미를 못 느끼고는 어느새 ‘스크린 같이 가달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몇 년 전 새신랑이 된 녀석은 ‘장인어른의 로망’이기도 하다는 골프를 ‘시작해볼까’라는 고민만 2년째 하는 중이다.

 

이미 2000년대 초중반부터 웨이크보드네, 클라이밍이네하며 당대 유행하는 레저란 레저는 모두 섭렵한 친구도 몇 년 전 요새는 골프가 대세인 것 같더라며 입문 의사를 표했지만, 얼마 뒤 ‘아니, 테니스인 거 같더라고’라며 도망쳤다.

 

쓰다 보니 이외에도 꽤 많은 이들이 입문하겠다며 오랜만에 연락하며 ‘스크린골프장이라도 한 번 데려가라’고 했다가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는 걸 깨달았다.

 

물론 잘 적응한 사례도 많다. 겨울에만 레슨을 받으며 2년간 아주 가끔씩 스크린골프만 치면서 ‘난 이 정도가 좋은 것 같다. 필드까지는 언감생심’이라던 친구는 최근 엉겁결에 베트남에 가 생애 첫 라운드를 하고 왔다. 어엿한 ‘골퍼’가 되어 돌아온 친구는 귀국하자마자 “그래서 언제 갈래?”라고 물어왔다.


동료인 방 씨는 비록 골프가이드 주관 행사로만 잔디를 밟겠다고 서약(?)이라도 한 사람처럼 굴지만, 골프에 대한 관심이 날로 더해지고 있는 게 눈에 띌 때가 조금씩 잦아졌다. 2022말-2023초에 갔던 2차례의 골프가이드 대회 출장에서 “재미는 있는데 난 역시 아직은…”이라며 겉돌려고 아주 용을 쓰던 모습과 달리 지난 한-베 기업인 골프 대회 행사 때는 잠도 안 자고 스코티 셰플러의 스윙을 쳐다보고 있었으니까. 골프에 관련된 콘텐츠를 만들 때 아웃풋의 퀄리티가 확 업그레이드 된 게 아니더라도 먼저 골프를 시작한 입장에서 반가운 일이다.


다만 이들이 골프에 대해 공통적으로 떠올리는 단어는 ‘그돈씨’다. 코로나19 때 입문한 젊은 골퍼들이 빠져나갔다고 한다. 테니스가 재밌어서? 등산을 좋아해서? 돈 안 들이고 뛰는 게 좋을 나이라서? 실내에 모여도 되니까? 실내 클라이밍이 핫해서? 다 맞는 말이지만, 그 시작은 “골프? 그돈씨”였다.


그게 나한테도 전이되는 것 같다. 한창 열정적으로 연습장과 스크린골프를 가던 시절이 벌써 희미해질 정도다. 그리고 이제는 ‘그게 뭐 어때서 다른 거 하면 되지’라는 생각마저 드는 것 같다.

 

수도권에서 먼 골프장일수록 영업이익 감소의 체감은 이미 냉혹하다. 제주도 골프장의 영업이익 감소율이 -110%를 상회하고 있다는 통계도 나왔다. 반면 수도권 골프장은 이 한겨울에도 10만 원을 넘는 그린피를 받는다. 빙판 그린이라 ‘유리알 그린’이라고 묘사되는 PGA투어 메이저 대회 이상의 난이도를 경험시켜 주면서도 말이다.

 

이제 와 그린피가 비싸니 어쩌니, 이렇게는 골프가 대중화가 될 수 있니 없니를 말하려는 건 아니다. 사실 골프는 그린피가 싸다고만 접근할 수 있는 종목은 아니니까. 나름 골프를 즐기는 주말 골퍼로 살아가는 것만 해도 생각보다 돈과 시간이 많이 든다.

 

그래서 골프 접을 거냐고? 아직은 아니다. 다만 그냥 국내서 두어 번 나갈 비용 따박따박 모아서 해외로 나가자는 마음이 더 강해진 것 같다. 짧은 구력에 비해 의도치 않게 국내와 해외 골프를 경험한 비율이 거의 반반에 가까운 골퍼로서 골프의 본질적인 재미가 더 컸던 건 역시 해외였으니까.

 

이제 와 외화 유출, 국내 업계 살리기 같은 이야기를 꺼내진 않겠지? 

 

편집장 박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