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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골프를 치며 내가 배운 것들

또 새로운 1년의 시작이다. 지난 한 해도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늘 새해를 시작할 때는 수많은 다짐을 한다. 처음에는 거창해졌던 것들을 생각했지만, 이제는 현실적인 것을 조금 더 먼저 생각한다.

 

작년 새해를 시작의 목표는 ‘골프를 제대로 배워보자’였다. 때때로 열정을 가지고 임하긴 했지만, 솔직히 제대로 하지 않았다. 당연히 잘 치지 못하니 재미있을 리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말, 베트남에 방문해 3일 연속 필드 위에서 골프를 쳤다. 그 나름의 강행군 속에서 필드 위를 걸으며 깨달았다. “골프, 생각보다 재미있는걸?”

 

EDITOR 방제일

 

베트남에서의 18홀 라운드를 비롯해 고된 하루를 보내고 돌아와, 씻고 호텔 침대에 처음으로 누웠다. 너무 오랜만에 골프를 치는 것이라 온몸이 뻐근했다. 그렇게 침대 위에 누워 유튜브를 켜니 유튜브 신은 기가 막히게 내게 타이거 우즈의 스윙을 쇼츠로 보여줬다. 평소라면 보지 않았을 영상이다. 하루 종일 골프를 쳤으니  흥미가 생겼다. 떨리는 마음을 안고 그 쇼츠를 눌렀다.

예전에도 참 많이 봤는데, 그날은 어쩐지 우즈의 스윙을 보자마자 참 우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아함. 내 우악스러운 스윙과 달리 우아한 스윙을 가지기 위해서 그는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을까. 유튜브라는 게 그렇듯 그렇게 유튜브 쇼츠로 대략 2시간가량 수많은 이들의 골프 스윙을 봤다.

 

우아한 스윙도 있었고, 호쾌한 스윙도 있었다. 독특한 스윙 자세로 자신만의 스윙 체계를 구축한 선수의 샷도 있었다. 타이거 우즈만큼, 눈에 들어온 스윙은 역시 매킬로이의 스윙이었다. 비교적 왜소해 보이는 체구로 풀 스윙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멋있다고 느꼈다. 반면 켑카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꽤 소녀다운 스윙을 가지고 있었다. (좀 실망스러웠다) 묵직해 보이는 외모에 비해 지나치게 경박스러웠다.


무엇보다 나를 감탄시킨 스윙은 스코티 셰플러의 것이었다. 혹자는 최호성과 비슷한 낚시꾼 스윙이라고 했지만, 의외로 셰플러의 스윙은 보면 볼수록 묘하게 빠져드는 매력이 있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스윙, 그 언저리에 있는 듯한 스윙은 이상하게 안정감이 있었다. 그 스윙을 보면서 불현듯 깨달았다.

 

그렇다. 모두가 타이거 우즈나 매킬로이와 같은 스윙 자세로 골프를 한다며 투어의 묘미가 없을지 모른다. 투어에는 제각기 각자의 스타일로 경기를 하는 이들이 나와야 재미있는 법이다. 그 점에서 셰플러는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과 전혀 다른 선수였다. 사실 셰플러가 재미없는 골퍼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이건 전적으로 에디터의 편견이었다.

 

셰플러는 실제로 실수를 극도로 적게 하는 플레이어는 맞다. 그렇다고 그가 실수가 두려워 풀스윙이나 간결한 스윙을 추구하는 선수는 아니었다. 오히려 저렇게 치다 뒤땅을 치면 갈비뼈에 금 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온몸으로 스윙을 하고 있었다. 그 스윙을 보면, 어딘가에 불끈 힘이 들어가기도 한다. 그만큼 셰플러의 스윙은  호쾌했다.


누구나 처음 골프를 시작할 때, 누구처럼 스윙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누구는 대부분 타이거 우즈겠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타이거 우즈가 아닌 누구도 타이거 우즈처럼 스윙할 수 없다. 신체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가질 수 없는 체형과 폼, 멋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셰플러의 스윙은 골프 폼이 예쁘다는 사람들이 보면 좀 우스꽝스러울지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반쯤은 가장 나의 이상에 가까운 스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그는 남들을 흉내 내기보단, 자기 자신의 몸에 맞는 스윙폼을 그야말로 최적화한 느낌이었다. 그런 스코티 셰플러를 보면서 깨달았다. 아, 나도 열심히 노력해 나만의 스윙폼을 만들어야겠다. 지금까지 스코티 셰플러에게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왔는데, 이 글을 쓰면서 어쩐지 미안해졌다. 셰플러는 물론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난 히어로 챌린지에서 보여준 스코티 셰플러의 경기를 보면서 어딘가 감명받았다. 셰플러 땡큐.


세상에서 가장 힘든 군대는 결국 내가 나온 군대다. 이 점에서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스윙은 결국 내가 하는 스윙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베트남 대회에서 에디터에게 골프 스윙에 대해 알려주면 함께 플레이해 준 한 골퍼는 과거 신문에 나온 프로의 폼을 보면서 이것과 동일하게 치려고 수천, 수만개의 공을 이미지에 넣고 쳤다고 했다. 그때는 유튜브는커녕 스마트폰도 없던 시대였다.

 

그저 신문에 나온 연속 스윙 동작 사진을 보고, 그와 비슷하게 치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그 반면, 지금은 얼마나 좋은가? 언제 어디서나 자신을 스윙폼을 확인할 수 있고, 또 교정할 수 있지 않은가? 이 글을 쓰면서 새해의 목표를 세웠다. 거창하게 골프를 더 배우겠다, 이런 것보다는 내년에 올해를 돌아봤을 때, 그래도 내 몸에 맞는 ‘스윙 폼’을 만들었어라고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는 순간이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