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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와의 함께했던 우즈의 27년

나이키가 칼을 빼 들었다. 첫 번째 타깃은 제이슨 데이와의 결별이었다.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설마 우즈와의 계약도? 의심 반, 농담 반의 얘기였다. 데이와 스폰서십 계약을 끝낸 지 불과 일주일 만에 나이키는 우즈와의 27년간의 동거에 마침표를 찍었다.

 

EDITOR 방제일

나이키 로고가 선명하게 보이며 홀컵으로 빨려 들어갔던 ‘더 샷’은 마치 나이키와 우즈의 관계를 말해주는 듯 골프 팬들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나이키 골프 하면 우즈, 우즈 하면 나이키골프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둘이 지난 27년간 함께했던 동거에 마침표를 찍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와 나이키가 전속 광고 계약을 더는 이어가지 않으며 27년 만에 각자의 길을 걷기로 했다. 둘의 결별을 가장 먼저 알린 건 타이거 우즈다. 한국시간으로는 지난 1월 10일이었다. 우즈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나이키 창업자 필 나이츠와 함께 찍은 사진을 갑자기 올리며 해당 문구를 올렸다 “27년 전 운 좋게도 세계에서 가장 상징성 있는 브랜드와 협업하기 시작했다. 그 후의 날들은 너무 많은 놀라운 순간과 기억으로 가득해, 하나하나 나열하기 시작하면 영원히 끝을 내지 못할 것이다. 다음 단계가 분명 있을 것이다”


우즈의 게시물에 이어 나이키가 쐐기를 박았다. 나이키는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빨간 나이키 티셔츠를 입은 우즈의 사진과 함께 고 작별 인사를 남겼다  “타이거, 정말 끝내주는 라운드였다. 당신은 당신의 경쟁자, 고정관념, 관습, 낡은 사고방식 등에 맞서 싸웠다. 당신은 골프라는 제도 전체에 도전했다. 당신은 우리에게 도전했다. 또 무엇보다도 당신 스스로 도전했다. 그 모든 도전에 우리는 감사하다”.  현지에선 나이키가 골프 관련 사업을 축소하면서 자연스레 작별하게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1996년 시작한 나이키와 우즈의 동행


1996년 8월, 세계적인 스포츠용품 브랜드 나이키는 갓 프로로 전향한 20세 청년 타이거 우즈(미국)와 5년 4,000만달러(약 530억 원)의 파격적인 후원 계약을 맺었다. 우즈가 프로 전향을 선언하는 기자회견에서 세상을 향해 던진 인사말 “헬로 월드(Hello World)”는 이틀 뒤 나이키의 광고 슬로건으로 등장했고, 그때부터 우즈와 나이키의 동반관계는 27년이 넘도록 흔들림 없이 굳건히 이어져 왔다.

 

그렇게 몇 번의 연장계약을 지속한 우즈는 27년간 오직 나이키의 옷과 신발을 신었다. ( 2년 전 자동차 사고 이후 거동이 불편했던 탓에 나이키 신발이 아닌 다른 신발을 신기도 했다) 초창기엔 골프 클럽과 공까지 나이키 제품을 사용했다. 우즈는 나이키와 함께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15번의 승리를 맛봤다. 빨간 티셔츠와 검은 바지를 입고 흰색 나이키 로고가 선명하게 박힌 검은색 모자를 쓴 채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는 우즈의 모습은 2000년대 미국 골프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남아 있다. 덕분에 우즈의 이름과 성 앞 글자인 ‘T’와 ‘W’를 본떠 디자인한 로고가 박힌 나이키의 ‘타이거 우즈 컬렉션’ 제품도 날개를 단 듯 팔려나갔다.

 

2009년, 불륜 스캔들에도 굳건했던 둘의 스폰서십
2009년 타이거 우즈의 불륜 스캔들로 다른 기업들이 우즈와의 광고 계약을 종료하는 와중에도 나이키는 그래도 우즈와 계약을 이어갔다. 2016년 나이키가 골프 장비 사업에서 손을 뗀 뒤 우즈는 클럽과 공을 다른 브랜드 것으로 바꿨지만, 옷과 신발 등은 나이키 것을 계속 착용하며 우정을 과시했다. 우즈와 나이키의 총 계약 액수는 약 5억 달러(약 6,570억원)에 달한다. 첫 계약 이후 2001년에는 5년간 약 1억달러 규모로 후원을 연장했고 2006년부터는 매년 2000만~4000만달러씩 계약했다.

 

나이키의 후원은 2009년 우즈가 섹스 스캔들로 모든 것을 잃었을 때도 흔들림이 없었고 2016년 골프 장비 생산을 멈추고 의류 사업만 지속하게 된 이후에도 계속됐다. 그러나 27년이란 오랜 인연에도 지난해 12월 우즈와 나이키의 10년 계약이 종료된 뒤 재계약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다. 일각선 둘 사이의 계약이 곧 끝날 거란 루머가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루머는 결국 근거 없는 소문이 아니었다.

 

나이키와 우즈의 결별은 결국 아름다운 작별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여전히 뒷맛은 개운치 않다. 나이키 옷을 입지 않은 우즈는 어쩐지 내가 알던 ‘그’ 골프황제가 아닐 것 같기 때문이다. 이번 계약 종료에도 여전히 나이키를 입은 우즈의 모습은 사람들의 뇌리와 골프 역사에 남을 것이다. 그만큼, 우즈는 나이키의 후원을 받으며 많은 역사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슬픈 건 앞으로 검은 모자와 바지, 빨간색 나이키 골프 셔츠를 입은 타이거 우즈의 포효를 더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