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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의 복귀, 앤서니 김 ‘위대한 여정’의 첫 줄을 쓰다

그는 왜 '위대한 여정'이라는 표현을 골랐을까?

지이코노미 박준영 기자 | 제2의 우즈. 앤서니 김은 그런 표현이 가장 어울리는 선수였다. 타이거 우즈의 대항마, 골프 천재 소릴 듣던 LA 출신의 한인 교포 2세 골퍼가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혜성처럼 사라진 이야기가 잊힐 때쯤, 세계 골프판을 뒤집으려는 리브 골프가 그를 다시 소환했다.


앤서니 김은 복귀전이자 리브 골프 투어 데뷔전을 치른 후, 자신의 SNS에 “인생은 마라톤이다.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라는 소감을 남기며 ‘epic journey’라는 표현을 썼다. ‘epic journey’ 즉, 위대한 서사적 여정이 요구하는 건 늘 고난과 역경이고, 그 끝은 늘 ‘끝내 이겨내는’ 장면이다. 클리셰 같으면서도 묘하게 앤서니 김 본연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 같아 인상적이다.


이번 복귀에 대해 앤서니 김의 인식이 그런 거라면 조금 더 기대감에 차 그의 올 시즌을 지켜볼 수 있을 것 같다. 영웅 서사란 ‘보는 입장에선’ 언제나 즐거운 법이니까.

 

“인생은 마라톤이다.
여정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고.”
복귀전 후 올라온 앤서니 김의 SNS 게시물

 

 

‘Thank you to everyone who has shown support on this EPIC JOURNEY.’
앤서니 김이 12년 만의 복귀전이자, 리브 골프 투어 데뷔전을 마치고 SNS에 남긴 소감 일부다. 한글로는 ‘위대한 여정’으로 자주 번역되는 ‘epic journey’라는 표현은 사실 클리셰로 자주 사용되는 것이지만, 앤서니 김의 ‘캐릭터’가 그대로 반영된 것 같은 표현이라 눈길이 갔다.


‘epic’이라는 단어는 전통적인 문학 영역에서 ‘영웅적 서사’의 뉘앙스지만, 현대에 와서는 꼭 그렇게만 쓰이는 건 아니다. 감탄사로도 자주 사용되는데 “Epic!”이라고 하면 우리가 쓰는 표현으로는 “개쩔어!” 정도 되겠다.

 

‘상록수’의 정서
‘epic journey’를 직역하면 ‘서사적 여정’ 정도가 되겠지만, 뉘앙스로는 ‘영웅 서사’에 가깝다. 따라서 이 표현에는 예측 불가능한 도전기를 통해 그려지는 대담함과 ‘성공’이라는 요소가 포함된다. 다시 말해 특별한 경험, 그 과정에서의 발견을 포함한, ‘고난과 역경’을 통해 넘어질 수도, 꺾일 수도 있지만 극복한다는 서사를 담은 표현이다. 요컨대 우리에게 익숙한 ‘상록수’의 가사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의 정서와 많이 닮은 표현이다.

 

그래서 ‘epic journey’라는 표현은 앤서니 김이 자신의 복귀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앞으로의 방향을 어떻게 잡고 있는지를 드러낸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성적 부진을 포함한 자신의 행보에 대한 비판, 꽤 오래 따라다닐 ‘비난’마저 감수하겠다는 의지, 덧붙여 그여정의 끝이 ‘극복’으로 완성될 것까지 염두에 둔 표현이 아니었을까.


물론 미국에서 ‘epic’이라는 단어는 워낙 광범위하게 쓰이는 표현이라 하니 과히 ‘꿈보다 해몽’일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출사표를 던지다
“Hi, haters. I’m back”
3월 1일부터 3일간 사우디아라비아 킹 압둘라 경제도시의 로열그린스골프&컨트리클럽에서 열린 LIV 제다에서 와일드카드 선수 자격으로 복귀전을 치른 앤서니 김의 복귀 인사였다.

 

오래전 ‘타이거 우즈 잡으러 왔다’고 했던 것과는 대상이 조금 다르다. ‘haters’라는 표현은 ‘악플러’ 정도로 의역되고 있지만, 그보다는 더 포괄적인 단어다. 자신을 향한 시샘 어린 시선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어쨌든 앤서니 김은 LIV를 통해 “언젠가는 과거사를 얘기하겠지만 지금은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하고 승리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인생은 마라톤
결과는 꼴찌. 54명 중 최하위인 53위를 기록했다. 뒤에서 2등 아니냐고? 54위는 몸이 좋지 않아 3개 홀만 소화하고 기권한 매튜 울프(미국)였다. 앤서니 김은 1라운드를 마친 뒤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며 “너무 많은 실수를 해 실망스럽다. 특히 장기인 아이언샷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클럽을 짧게 잡는 특유의 스윙은 그대로였지만, 정확도는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1라운드 5번 홀(파4)에서는 섕크가 나오기도 해 보는 이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


한편 최종라운드 후 AP통신은 “LIV 골프와 계약하기 전까지 12년간 실전을 소화하지 않았던 앤서니 김은 선두(호아킨 니만)와 무려 33타 차이가 났다. 사흘간 잡은 버디는 단 4개였다”고 비꼬았다. 반면 리브 골프는 “12년 만의 복귀전에서 (한 라운드) 6오버파를 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는 전설적인 재능을 다시 선보였다”고 감쌌다.


앤서니 김은 복귀전이 끝난 후 자신의 SNS를 통해 “인생은 마라톤이다.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라고 복귀전 소감을 밝혀 이벤트성 복귀가 아니라는 점, 장기 플랜을 가지고 복귀했다는 점을 밝혔다.

 

밝혀지지 않은 잠적의 시간
한때 ‘제2의 우즈’로 불린 천재 골퍼 앤서니 김은 지난 2012년까지 그러한 칭호에 걸맞은 퍼포먼스를 선보이다 2012년 부상 후 ‘돌연 잠적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중에 모습을 감췄다.

 

 

그가 일부러 노출을 꺼렸는지 어땠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1천만 달러(한화 약 133억 원) 이상의 보험금을 받았고, 보험금 지급 조건이 ‘선수 생활을 이어가지 못할 정도의 부상으로 은퇴한 경우’였으며, ‘선수로 복귀하면 위약금을 내야 한다’는 조항이 걸려 있었다고 전해졌다.


그간 앤서니 김이 은퇴에 대해 그가 ‘거액의 보험금 때문에 복귀하지 않고 골프를 접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었고, 이번 복귀에도 ‘돈 문제일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다. 물론 본인은 ‘돈 때문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지난 2015년에도 AP와의 인터뷰에서 “보험금 받고 있지만, 돈 때문에 복귀하지 않는 건 아니다”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런가 하면 2016년에는 자선행사에 참가해 “전문 선수로 다시 뛸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물리 치료와 이어지는 수술들로 복귀 시점이 연기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앤서니 김이 누군데?
최근부터 골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골프 팬이라면 앤서니 김이 생소할 수 있다. 1975년생인 타이거 우즈의 독보적인 플레이스타일과 화제성이라는 계보를 잇는 선수로 지금은 1989년생 매킬로이를 꼽지만, 사실 둘 사이에 1985년생 앤서니 김이 있었다. 투어 생활을 그리 오래 하지 않았음에도 누구보다 강한 인상을 남겼던 골퍼로 앤서니 김을 꼽는 골프 팬은 생각보다 많다. 수상경력 이상의 독보적인 ‘임팩트’를 가진 선수였기 때문이다.

 


앤서니 김은 강렬한 스윙과 공격적인 플레이스타일을 가지고 있었고, 개인 성적은 물론 라이더컵 같은 국제 대항전 무대에서까지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였으니 팬으로서는 환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투어를 뛰던 때에는 시즌 중에도 파티나 카지노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었다. 대회 중에도 파티를 벌여 비판도 많이 받았다. 심지어 선두경쟁 중에도 말이다. 2009년 골프다이제스트는 인터뷰에서 그에게 ‘코스에서 두려움은 없는가?’라고 질문했는데, 앤서니 김은 ‘단지(just) 골프일 뿐이잖아요’라고 답했다.


PGA투어라는 화려하지만 냉혹한 세계마저도 그에게는 휴식이자 놀이처럼 보였다. 그의 두려움 없는 플레이는 그가 골프를 단순한 놀이로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는 빈축도 샀지만, 그럼에도 성적이 받쳐주는 걸 어쩌나.


앤서니 김의 골프, 맛으로 따지면 '맵단짠' 조합
여러 골프 평론가와 팬들의 의견을 종합해 한 마디로 표현하면 앤서니 김은 1996년도 당시의 타이거 우즈와 비슷한 ‘자극적인 선수’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경쟁자들이 몸에 좋은 건강식 같은 타입이라면 앤서니 김의 스타일은, 우즈가 그랬듯, 맵고 달고 짭짤한 맛이었다.


이런 스타일은 그가 어렸을 때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골프 신동이었음에도 앤서니 김의 아버지는 가혹하고 냉정했다. 훈련 방식도 강압적이었다. 그의 아버지가 아들의 2위 트로피 하나를 쓰레기통에 던졌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대학 시절에는 2년간 서로 대화를 하지 않기도 했다. 앤서니 김이 PGA투어에서 활약한 건 지루하고 외롭고, 처절한 싸움을 이겨낸 결과였고, 그런 경험이 그의 스타일을 슴슴하고 담백한 것 대신 맵단짠의 ‘맛도리’로 만들어낸 것이다.

 

앤서니 김이 한창 활개 칠 무렵 “거의 우즈를 보는 듯하다”는 평가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없었다. 우즈가 부상과 스캔들로 투어를 못 뛸 때 나타난 게 앤서니 김인 것도 그런 평가가 나온 데 한몫했다. 다시 말하면 앤서니 김은 팬들에게 ‘우즈의 맛’을 떠올리게 하는 선수였다는 얘기다.

 

우즈를 연상케 하는 나이키 스우시와 화려한 벨트 버클을 장착하고 나와 “나는 타이거를 잡으러 왔다”고 큰소리친 앤서니 김의 임팩트는 강했고, 누구보다 자유로운 행보를 보임에도 걸출한 퍼포먼스를 내는 그의 인상은 깊게 남았다.

 

우리가 앤서니 김에게 기대하는 건

건강식 같았던 골프씬을
자극적인 맵단짠으로 만드는 것

 


호언장담
LA 한인타운에서 녹용 건재상을 운영하는 부모 슬하에서 태어나 LA 인근 슬럼가에서 자란 앤서니 김의 성장 환경은 ‘무섭고 험했’다. 스스로 “골프 선수가 안 됐다면 격투기 선수가 됐을 것”이라고 말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다행히 이는 그가 골프 선수가 되면서 ‘과감성과 도전적인 플레이스타일’로 승화됐다.


11세 때인 1997년 타이거 우즈의 마스터스 우승을 보며 골프에 입문하기로 마음먹은 앤서니 김은 훗날 실제로 만나게 된 우즈에게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PGA투어에 데뷔하면서 “우즈 잡으러 왔다”고 호언장담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데뷔 후 앤서니 김은 촉망받는 천재로 불렸다. 2006년 프로 전향 후 처음 출전한 발레로 텍사스 오픈에서 준우승했고, 23살이던 2008년에는 와코비아챔피언십과 AT&T 챔피언십을 연거푸 제패해 떠오르는 샛별이 됐다.


앤서니 김은 동양인 최초로 미국-유럽 간 대항전인 라이더 컵에 출전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심지어 이 대회에서 미국 팀이 9년 만의 우승을 차지하게 만든 일등공신이 됐다. 4경기에 출전해 2승 1무 1패로 승점 2.5점을 올렸는데, 세르히오 가르시아에게는 5홀 차로 대승을 거두는 등 경기 내용도 인상적이었다.


타이거 우즈도 앤서니 김에 대해 “앞으로 최고의 선수가 될 것”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마크 오메라는 “앤서니 김은 우즈 외에 동반해본 골퍼 중 가장 우수한 기량과 자질을 겸비한 최고의 젊은 선수”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JTBC 골프 해설위원 김조셉이 말하는 3가지 이유
그런 그가 12년 만의 복귀전을 PGA투어가 아닌 LIV에서 치른다는 소식이 들렸으니 가뜩이나 높았던 화제성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JTBC 해설위원 김조셉은 자신의 SNS 숏폼 콘텐츠를 통해 앤서니 김이 화제가 되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3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했다.


첫 번째는 긴장할 때 더 잘 치는 선수라는 점이다. 실제로 앤서니 김을 기억하는 팬들은 그가 큰 대회에서 더욱 활약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에 대해 김조셉 프로는 2009년 마스터스에서 한 라운드에 11개의 버디를 잡아낸 일화와 2010년 마스터스 마지막 라운드 13번 홀부터 16번 홀을 버디-버디-이글-버디로 필 미컬슨을 맹추격하던 장면을 예로 들었다.


다음으로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선수’라는 점을 꼽았다. 라이더 컵이 열리는 발할라 코스에서 보여준 개성 넘치는, 예를 들면 코스에서 뛰어 내려와서는 말타기 동작을 하던, 장면들을 팬들에게 선사하며 말 그대로 ‘즐거운’ 골프를 선보였다는 것이다. 물론 이 대회에서 미국팀의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도 잊어선 안 되겠다.


김조셉 프로가 꼽은 앤서니 김의 세 번째 화제성은 ‘신비감’이다. 김 프로는 이를 “미스터리함”이라고 표현했다. 앤서니 김은 선수로서는 물론 사생활에 대해서도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그가 ‘미스터리 김’이 된 건 관심에도 오지랖에도 대응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도 그의 인터뷰 자료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물론 마치 연예인이 신비주의를 전략으로 삼을 때처럼 그럴수록 대중의 관심도는 커져만 갔다. 그가 상상 속 동물처럼 여겨진 건 이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리브 골프로 이적한 베테랑 이안 폴터는 앤서니 김을 ‘네스호의 괴수’로 표현하기도 했다.

 

‘나이키 맨’의 복귀전 무기는 타이틀리스트
그가 복귀전에 어떤 클럽을 사용할지도 관심사였다. 과거 그는 ‘나이키 맨’이었기 때문이다. 타이거 우즈와 마찬가지로 나이키와 전속 계약을 했던 앤서니 김은 당시 골프 클럽 시장 공략에 열을 올리던 나이키의 풀셋은 물론 의류나 볼까지도 나이키 제품만 사용했다.
이번에는 드라이버부터 퍼터와 볼까지 그야말로 ‘타이틀 풀셋’을 들고 나왔다. 눈에 띈 건 소위 콤보 구성을 했지만 전통적인 머슬백 아이언을 고수했다. 과거에도 그는 매우 전통적인 타입의 블레이드형 아이언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 친구인 라이언 토디가 백을 멨다.

앤서니 김의 복귀전 WITB
•드라이버: TSR3 9°, 벤투스 블랙TR 6x
•우드: TSR2+ 13°(3번)
•아이언: T200(2번), T100(4번), 620MB(5~P)
•웨지: SM10 50°, 54°, 59°
• 퍼터: 스카티카메론 뉴포트 T10 셀렉트 프로토타입(슈퍼스트로크 그립)
•볼: 프로v1


리브 골프의 흥행카드가 될까
지난 2월 27일 리브 골프 커미셔너 그렉 노먼은 자신의 SNS에 앤서니 김의 실루엣이 담긴 영상과 함께 “LIV 골프의 커미셔너로서 이렇게 재능이 충만한 스타에게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기회를 주게 돼 영광”이라며 “LIV 골프의 가족이 된 걸 환영한다. 골프계는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려 왔다”는 글을 남겼다. 실제로 그렉 노먼은 직접 앤서니 김을 만나 컴백을 설득했다고 전해졌다.

 

앤서니 김에게 이렇게 공을 들인 건 리브 골프 투어의 흥행카드가 되어달라는 요구일 것이다. 앤서니 김이 왕년의 경기력을 어느 정도만 회복한다면 그런 복안도 충분히 실현될 만하다. 3년 차를 맞은 리브 골프가 아니라 PGA투어로서도 타이거 우즈 만한 화제성을 가진 선수에 목말라 있다. 이건 팬들만큼이나 골프업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걸출한 선수들은 매년 등장하지만, 우즈 같은 아이코닉한 캐릭터는 점점 멸종되는 게 아니냐는 것도 오랜 아쉬움이다.


복귀 이후 하위권, 주로 꼴찌를 기록하는 그의 경기력은 그래도 조금씩 회복되는 것처럼 보인다. 지금 그에게 당장 TOP10이나 우승을 기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대신 그가 과거의 모습 그대로 화끈하고도 화려한 모습을 선보여 줄 거라는 기대감은 꽤나 크다.

 

앤서니 김이 다소 건강 식단 같던 ‘골프의 맛’을 다시 자극적인 맵단짠으로 만들어줄까? 바로 그런 기대감이 앤서니 김의 복귀설에 골프계가 들썩이는 이유다. 정말로 그가 왕년의 화제성을 회복해낸다면 어떨까. 그럼 그가 표현한 ‘epic journey’가 딱 맞아떨어질 거다. 우리가 할 건 그저 그 영웅 서사의 첫 장을 찬찬히 곱씹으며 즐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