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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신] 환율 1400원 트라우마와 금리정책 탈동조화 기대감

Mr.마켓의 목소리

WRITER 김주신 | 달러-원 환율이 1400원을 기록한 건 이번이 4번째 사례다. 앞선 세 차례는 모두 국내 신용위기나 글로벌 위기 국면이었던 데다, 국내는 ‘IMF=환율급등’이라는 트라우마가 존재해 주가 급락보다 환율급등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정부의 구두 개입으로 지난 4월 14일 달러-원 환율이 1394.5원으로 마감했지만, 장중 달러-원 환율은 17개월 만에 1400원을 터치했다. 달러-원 환율이 1400원을 기록한 것은 IMF,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미 연준 금리 인상과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 사태’ 그리고 이번까지 포함해 4차례에 불과하다.

 

앞선 세 차례의 사례가 사실상 국내 신용위기거나 글로벌 위기 국면이었다는 점에서 ‘1400원’이라는 숫자가 주는 공포심은 클 수밖에 없다. 더욱이 국내의 경우 ‘IMF = 환율급등’이라는 트라우마가 있어 금융시장이나 정부 당국이 ‘주가 급락’보다도 ‘환율급등’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곤 한다.

 

실제로 1400원이라는 환율 수준은 우리가 가진 트라우마를 자극할 만한, 혹은 위기를 재소환할 수 있는 위험한 수준인 건 맞지만, 현시점에서는 이전의 1400원 환율 당시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도 판단한다.


①신용위기 상황은 아니다
우선 큰 차이점은 ‘신용 리스크’ 혹은 ‘자금경색 리스크’ 면에서의 차이다. 이전 1400원 환율 기록은 ‘신용위기’가 동반되면서 달러-원 환율이 급등했던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가 도래했고, 2022년 당시에도 미 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에 따른 ‘신용위기’와 함께 국내적으로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발 신용리스크가 현실화됐다. 반면 현재는, 물론 우려는 있지만, 신용위기가 크게 현실화되는 분위기는 아니다.


②원화만 약세인 상황은 아니다
두 번째는 환율급등이 한국만 겪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현재 원화만 약세가 아니다. 달러-엔 환율도 155엔 수준에 근접하고 있고, 달러-위안 환율도 상승하는 등 사실상 非 달러 통화가치가 동반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 달러-원 환율급등 현상을 과도한 위험으로 해석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몇 일간 순매도를 보이면서도 외국인의 ‘셀 코리아’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도 외국인 역시 한국이 맞은 환율의 약세가 한국만의 고유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③ 경기사이클 상 국면이 다르다
세 번째는 경기사이클이다.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더 견조한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Non-US 경기 역시 저점에서 탈피할 움직임을 보인다. 국내 경기 역시 내수불안 등의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경기가 회복세에 진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 1400원 환율 당시의 경기사이클 내 위치와는 다르다.


④ 달러의 절대 가치가 올랐다
끝으로 추세적으로 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달러-원 환율 수준이 팬데믹 이전에 비해 높아졌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미국 경제가 팬데믹을 기점으로 글로벌 패권을 장악하면서 경제 호조와 더불어 달러화 가치도 상승했다. 이는 원화를 포함한 비달러화 가치 수준을 전반적으로 하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1400원 환율은 금융시장 입장에서 새로운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시그널일 수 있지만, 이전과 같이 ‘위기로 이어지는 바로미터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다.


⑤ ‘국내 경제 취약성’은 경계해야
다만 다른 차원에서 원화 약세를 경계해야 할 부문이 있다면 국내 경제의 취약성이다.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 약세에는 일정 부분 경기 부양 차원의 인위적 통화가치 약세 정책이 작용하고 있는 것에 비해, 원화의 경우 글로벌 공급망 확대에서 다소 소외되는 현상과 대내적으로 각종 구조적 리스크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점은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환율급등 배경’ 탈동조화 기대감·유가 불안
달러-원 환율이 2022년 11월 10일 이후 최고치인 1375.4원을 기록하면서 1400원 수준에 바짝 다가섰다. 이번 달러-원 환율의 급등 배경은 ‘금리정책 탈동조화’와 중동 지정학적 우려로 상징하는 ‘유가 불안’이 있다.


우선 금리정책 탈동조화 기대감은 4월 금통위에서의 한은 총재 발언에서 촉발됐다. 한은 총재는 소비자물가가 향후 한은 전망치에 수렴하는 흐름이 나타난다면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있음을 내비쳤다.

 

실제로 미국은 소비자물가 등 물가압력이 막바지 고비를 넘지 못하고 있으나, 유로존 등 주요국 물가는 뚜렷한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사이클 측면에서도 미국 경제와 달리 여타 주요국 경제는 여전히 ‘침체 리스크’에 크게 노출돼 있어 금리 인하 등 부양정책이 필요해진 상황이다.


환율 추가 상승 여부는 ‘신용 리스크’에 달려
미 연준과의 금리정책 탈동조화 기대감에 더해 원화 약세 심리를 더욱 부추긴 건 원화 약세를 용인하는 뉘앙스의 한은 총재 발언 때문이다. 한은 총재는 달러-원 환율이 1360원을 넘어가는 상황임에도 “과거만큼 우려가 크지 않다”고 시사했고, 이는 “원화만 유독 약세를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게다가 한은 총재의 환율 관련 발언을 종합해보면 현재 환율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고, 외환시장은 이를 ‘사실상 현 환율 수준을 수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했다.


요컨대 유가 불안 등의 잠재적 물가 불안 리스크가 있지만, ECB 등 주요 중앙은행과 미 연준 금리정책 간의 탈동조화 현상에 한국 역시 동참할 여지가 커졌다는 것이다. 아직은 신용위험이 크게 불거지고 있지 않지만, 미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예상치 못한 신용위기가 돌발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국내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부동산 리스크 등 신용 관련 위험이 잠재해 있음을 고려할 때 이후 달러-원 환율의 추가 상승 여부는 결국 ‘신용 리스크’에 달려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