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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에서의 흡연, 당신의 생각은?

지난 6월 초 끝난 US 여자 오픈에서 논란의 장면이 나왔다. 영국의 골퍼 찰리 헐이 대회 도중 흡연을 하는 장면이 포착된 것이다. 이 장면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했다. 평소에도 담배를 즐긴다는 헐은 논란이 커지자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방송에 “(담배를 피우면서) 걸어가는데 누군가 사인을 요청했다. 사인해주는 걸 좋아하기에 사인 요청은 거절하지 않는다. 담배를 입에 문 채 사인을 해줬는데 소문이 난 모양”이라고 큰일이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헐의 반응을 보면서, 문득 의문이 들었다. 흡연자들을 제외하고는  골프장에서 동반자와 라운드를 할때도 마찬가지다.  말은 안 할뿐 흡연하는 해우이를 대부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그나마 골프장은 흡연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공간이다. 하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담배부터 입에 무는 골퍼는 분명 신사의 스포츠에서 말하는 ‘신사’는 아닐 것이다.

 

EDITOR 방제일

 

미국에서는 대부분 공공장소에서 흡연은 허용하지 않는다. 특히 어린이, 청소년이 많이 몰리는 장소는 예외 없이 금연이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골프장은 이런 금연 정책에서 조금 예외적인 장소인 경우가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회 도중 헐처럼 대놓고 담배를 피우는 행위는 분명 비판을 받을 만한 것이다. 실제로 고진영과 US여자오픈 1, 2라운드를 함께 치른 헐은 중간중간에 대놓고 담배를 꺼내 물어 눈총을 받기도 했다.

무심코 버린 담배 꽁초가 골프장을 태운다

골프장에서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규정은 없다. 하지만 일반 아마추어 골퍼들이라면 카트를 타고 가며 피우거나 티샷을 한 뒤 걸어가며 주머니에 손을 넣는 이들이 있다. 숨길 수 없는 담배 연기는 흡연을 하지 않는 동반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이들의 흡연은 멈출 생각을 안 한다. 대부분의 골퍼라면 흡연 구역에서 담배에 불을 붙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골프장에서의 담배라면 일부 몰상식한 애연가를 제외하면 최대한 불을 붙이지 않는 것이 상호 존중하는 것이 예의다. 프로 선수도 마찬가지다. 사실 과거에는 경기를 치르며 떳떳하게 담배를 입에 무슨 모습이 일반적일 때도 있었다. 벤 호건, 아놀드 파머, 샘 스니드, 잭 니클라우스 등 전설적인 골퍼들의 과거 사진을 찾아보면 입에 담배 또는 시가를 물고 있는 모습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이제 이런 모습은 그야말로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야기다. 사실 골프장 내에서의 흡연은 꽤 위험한 일이다. 자칫하면 대형 화재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건조한 날씨에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가 잔디를 태우는 것은 물론 자칫하면 그린 위에 ‘담배 빵’을 만들 수도 있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아마추어의 흡연이야 어쩔 수 없다면, 프로 골퍼의 흡연은 과연 금지돼 있을까?

 

KPGA 규정집을 보면 투어에서도 흡연을 막진 않고 있다. 다만, ‘흡연 등은 대회장을 찾은 갤러리와 방송을 보고 있는 수많은 골프 팬들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고 미디어 대응 가이드 제4조-(5)-①에 명시돼 있다. 여기에 징계양정기준표를 살펴보면, 금연 구역에서 흡연 적발 시 투어 레벨에 따라 30만원, 20만원, 10만원의 벌금을 매긴다고 규정돼 있다. 금연 구역에서 흡연하는 장면이 방송에 노출될 경우에는 100만원에 달하는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도 있다. 어쨌든 프로와 달리 아마추어는 이런 제재에서 분명 보다 자유롭다. 골프장 측에서도 골퍼의 흡연에 대해 대놓고 제재할 수 없는 분위기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골프장에서도 흡연과 관련한 에티켓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카트를 타고 이동하면서 대놓고 흡연하는 골퍼를 골프장에서 종종 만날 수 있는데, 제발 흡연도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하는 ‘신사의 품격’을 갖출 수 있기를 조언하고 싶다.

 

찰리 헐 “흡연은 집안 내력”

헐의 흡연 습관은 집안 내력이기도 하다. 헐은 “올해 75세인 아버지는 12살 때부터 40년 동안 담배를 피웠고 25살 조카도 담배를 피운다. 가족 모두가 흡연자다. 흡연은 나한테는 너무나 익숙하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아주 건강하고 체육관에서 열심히 체력 단련도 한다”면서도 “담배도 피우지만, 술을 안 마시며, 술을 마시지 않더라도 즐겁게 지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어릴 땐 담배 피우는 아버지가 싫었지만, 스트레스를 받을 땐 담배를 피워야 한다”면서 “경기가 늘어지면 담배를 한 대 피운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곧 담배를 끊을 예정”이라면서도 “그게 언제일지가 아직 모른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한 갤러리는 헐에게 다가가 담배에 사인을 요청했다. 이를 본 헐은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이내 웃으며 갤러리가 내민 담배에 흔쾌히 사인해 주며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