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후영 칼럼) 남자가 골프에 빠지는 이유
직장인에게 주말은 그저 즐겁다. 주말이 가까워지면 대개 얼굴이 밝아진다. 특히 주말에 골프 약속이 잡힌 사람들은 유난히 신이 나고 활기차 보인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혹자는 직장인들이 골프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가 필드에서 캐디나 동료들에게 칭찬과 격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공감이 가는 분석이다. 상사에게 질책을 듣고 스트레스를 받는 존재가 직장인 아니던가.
필자가 호주의 행정수도 캔버라 공관에 근무할 때다. 새벽 일찍 Federal Golf 클럽에 나가 골프를 즐기곤 했다. 혹시 잠자던 아내가 깰까봐 숨을 죽이고 까치발을 한 채 몰래 침실을 빠져 나와 안도의 한숨을 쉬던 기억이 새롭다.
호주 여름은 4시 30분만 되어도 훤하다. 그때부턴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고 황제 골프를 즐길 수 있어 좋았다. 드넓은 대지에 인적은 드물고, 오로지 나 자신만이 자연과 하나 되어 물아일체의 경지를 만끽할 수 있었다. 가끔 잠에서 일찍 깬 캥거루가 야생마처럼 필드 위를 뛰어다니긴 했지만 말이다.
돌이켜 보면 15년도 더 지난 지금,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싱싱한 풀잎처럼 생생하게 살아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남자가 골프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색다른 이유가 있다고 본다.
아내의 통제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자유를 누리는 행복 때문이 아닐까. 자기만의 공간을 잃어버린 현대인에게 아내란 존재는 빅브라더(Big Brother)다. 물론 내 아내가 이 글을 본다면 “내가 뭘 그렇게 압박했느냐”고 눈을 흘길지 모르겠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누군가 사장은 남의 주머니 돈을 내 주머니로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이고, 선생님은 자기 지식을 다른 이의 머리에 주입시킬 수 있는 사람인데 아내는 이 둘 다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하지 않던가.
빅브라더의 감시와 통제에서 벗어나 한나절 안팎 오롯이 자기만의 시간을 만끽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위안이고 힐링이 아니겠는가.
여담으로 남자와 여자가 잘 지내는 방법을 소개한다. 남자는 여자를 사랑하되 이해하려 들지 마라. 남자가 여자를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려우니 이유를 따지지 말고 그저 사랑하라는 것이다.
반면 여자는 남자를 이해하되 너무 깊게 사랑하지 마라. 남자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 떠돌아다니는 기질이 있어 여자가 상처를 받기 쉽다는 얘기다.
남자가 주말에 자꾸 바깥에 나가려고 하는 행동도 바로 이같은 기질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자기의 영역을 넓히려는 본능 말이다.
오늘따라 비틀즈의 명곡 ‘Yesterday’ 중 “Now, I need a place to hide away(나는 지금 숨을 곳이 필요해). Oh, I believe in Yesterday(지난 시절이 너무 그리워)”라는 구절이 그립다.
어린 시절 나만의 공간을 찾았을 때 느꼈던 안온함이 향수로 다가온다.
박후영 프로필
1959년 울산광역시 울주군 생
부산대 영어영문학과 졸
미국 피닉스대 경영학 석사, 글로벌경영 박사 수료
전 주스리랑카 한국대사관 참사관
주호주 한국대사관 공사참사관
한국골프대학 사무국장
현 경기도 성남시 분당 대지공인중개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