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건(MULLIGAN)」의 티저 영상 화면
지이코노미 차창훈 기자 | 이제 100세 시대다. 누구나 전성기가 있는 것처럼 슬럼프도 온다. 이를 극복하면 해피 엔딩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새드 엔딩이다. 필드 위의 영광과 환호, 벅찬 감격은 사라지고 좌절과 남모를 슬픔만 남게 된다. 하릴없이 필드를 떠나야 한다. 내일에 대한 기약은 없다. 골프 선수들에게만 그런 것은 아니다. 아마추어 골퍼들의 얘기이기도 하다.
리얼리티 스포츠 예능 TV프로그램은 내용의 진정성과 참가 출연자들의 이미지 재구축이라는 특성이 있다. 또한 비교적 긴 시간에 걸쳐 제작된다. 나름대로 서사성도 띠고 있다.
이런 장르는 대개 인간의 본성과 사회적·문화적인 고정 관념을 들춰내는 것이어서 사회의 보편적 가치관과 문화적 관습과 경향이 깊숙하게 연계되어 있다. 리얼리티 콘텐츠는 우리 문화 속에서 유통되는 텍스트와 의미들을 다양한 스토리 구성과 출연자를 섭외하여 특정한 서사로 구조화한다. 다큐멘터리와 드라마의 절묘한 콜라보레이션이 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진정성을 유도한다.
김구라가 새 골프 유튜브 「멀리건(MULLIGAN)」을 선보여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매회, 출연하는 여성 골퍼들의 성장세가 놀랍다. 올 초 출연했던 홍진주(41), 홍란(38), 윤채영(37), 양수진(33) 프로는 한때 현역 선수로 이름을 날렸다. 홍진주는 정규투어 2회, 챔피언스투어 5회 우승했다. 홍란은 정규투어 4회, 드림투어 1회 우승했고, 윤채영은 정규투어 1회 우승했다. 막내 양수진은 정규투어 5회 우승 중 한국여자오픈 우승 기록을 갖고 있다.
이들은 모두 미녀 선수로도 인기를 끌었다. 홍진주와 윤채영은 170㎝가 훨씬 넘는 늘씬한 키에 모델 못지않은 몸매로 다른 선수들의 부러움을 샀다. 윤채영은 선수 활동 후반을 일본 여자골프투어에서 했다.
홍란은 2005년 프로에 데뷔해 2021년까지 17년간 시드를 유지하며 358개 대회에 출전, 1047라운드를 소화했다. KLPGA 투어에서 1000라운드를 넘긴 선수는 홍란이 유일하다.
양수진은 2012년 드라이브 샷 평균거리 259야드를 쳐 장타 부문 1위에 오를 정도로 장타자였다. 또 깜찍한 외모로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들은 KLPGA를 대표하는 자체 홍보모델로도 오래 활동했다.
이런 화려한 이력을 지닌 4명의 은퇴 선수들을 '멀리건'에서 초청한 것이다. 멀리건은 '그녀들의 프로 인생 2라운드'라는 콘셉트로 그녀들의 대역전 성장스토리를 흥미있게 담아냈다.
오랜만에 필드로 돌아온 이들은 현역 때 못지않은 각오와 열정으로 프로 선수다운 경기 모습을 보여준다. 마치 제2의 선수 생활을 시작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하여 이들의 경기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즐거움과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멀리건'은 무엇보다 시청자들에게 진정성을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성공한 프로그램이다. 골프를 소재로 출연자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가감없이 묘사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가슴 벅찬 감동을 선사한 것이다.
충남 당진에 위치한 플라밍고C.C.에서 촬영한 '멀리건(MULLIGAN)'에 출연한 양수진, 홍진주, 홍란(사진 앞쪽 오른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프로가 카트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
홍진주 프로가 이글 퍼트를 앞두고 그린에서 브레이크를 살피고 있다. 홍 프로는 결국 이글 퍼트에 성공했다
홍란 프로가 드라이버 샷을 한 후 피니시 자세에서 날아가는 공을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