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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신 칼럼] 고용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간 통화정책

한번 식기 시작한 거대한 무쇠솥은 장작을 더 집어넣는다고 해서 쉽게 온도를 높일수 없다. 이는 당초에 솥이 끓어 넘쳐 장작을 제거해도(금리를 인상해도) 물이 계속 끓는 것과 같은 원리다. 연준이 식어가는 물을 다시 데우고자 장작을 더 많이 집어넣었으나 이것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과거 경험상 1년 6개월은 더 기다려야 한다.

 

지금은 오히려 고금리의 영향이 미국 경제에 어려움으로 가해지고 있는 시기다. 코로나 이후 계절 조정치 흔들림으로 인해 오히려 상반기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구조적으로 높아지는 소음이 발생했고, 대량 이민자, 기업 창·폐업 모델 수정이 고용지표 혼란을 야기했다. 미국의 소비와 고용은 경기가 둔화를 넘어 침체가 온 후에 악화한다. 시장은 여전히 소음과 후행지표들을 신호라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 9월 FOMC는 결국 50bp 인하를 의결했다. 인하 사이클이 빅 스텝으로 시작된 사례는 ‘90년 이후 코로나19 사례를 제외하면 ‘01년 1월, ‘07년 9월이 존재한다. 빅 스텝으로 인하 사이클이 시작됐던 사례 모두 각

각 2달, 3달 뒤 침체에 진입했다. 이를 고려해 기자회견에서 파월은 지속해서 미국 경제가 여전히 좋은 상태임을 강조했다.

 

내년까지 200bp 금리 인하를 예상했는데 올해 50bp 추가 인하 및 내년도 100bp 인하를 전망했다. 중립 금리(Longer-run) 전망치는 2.9%로 6월 대비 0.1%P 상향 조정됐다. 또 26년 말까지 금리 인하 기조가 지속되며 정책금리는 2.75~3.00%에 수렴할 것으로 예상했다. FOMC 전까지 CME FedWatch는 내년까지 대략 250bp 금리 인하 가능성을 예상하였다. 기대보다 낮은 점도표 금리 인하 폭 및 향후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한 파월 의장 기자회견 등에 미 국채 10년 금리는 3.7%까지 상승했다. 기자회견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7월 FOMC 이후 확인한 데이터는 고용지표가 그간 인위적으로 높게 나타났고 향후 하향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으며, 둘째, 고용 하방 압력이 커졌고, 예상보다 둔화 속도가 빨라지면 더 빠른 금리 인하 가능하다.

 

셋째, 50bp 인하는 선제 대응이며 연준은 견고한 고용시장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넷째, 향후 금리 인하 속도는 경제전망이 시사하는 대로 서두르지 않을 것, 다섯째, 현재 고용 상황을 미리 알았다면 7월에도 금리를 내렸을 것, 끝으로 양적 긴축(QT)은 금리 인하 와 무관하게 지속 가능하다고 했다.

 

연준이 고용 악화 위험에 대응하여 첫 테이프로 50bp 인하 결정을 내린 것은 최선의 선택일 수 있지만 앞으로 실업률 고점을 4.4%로 억제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성이 크다고 본다. 실업률 상승을 억제할 만큼의 충분한 고용 수요가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느냐가 연착륙 가능 여부를 결정지을 것이다. 저소득 가계의 지출 여력 약화로 경기 하락이 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나 정부 지출로 뒷받침되는 여전히 많은 시중 유동성과 인플레이션 안정, 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 등으로 심각한 불황 도래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판단된다.

9월 FOMC에서 정책금리 결정은 11:1로 이루어졌는데, 매파 인사인 미셸 보먼 이사가 25bp 인하를 주장하며 반대표를 행사했다.

 

파월 의장은 통화정책의 적절한 재보정 (appropriate recalibration)이라고 표현하며 선제 인하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9월 경제전망은 성장과 물가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실업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성장률은 2.1%→2.0%로 하향 조정되었고, 24~25년 실업률 전망치가 4.4%로 지난 전망보다 +0.4%P, +0.2%P씩 상향 조정됐다. 점도표는 9월 50bp 인하를 포함해 100bp, 2025년 100bp, 2026년 50bp 인하를 시사했는데, 금번 회의에서 빅컷 결정에 비하면 크게 완화적이지 않았다고 판단된다. 금리 인하 사이클의 종료 시점으로 예상되는 2026년 말기준금리가 3.1%→2.9%로 소폭 낮아지는 데 그쳐 향후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에 대한 기대를 제한했다.

 

중립 금리도 2.9%로 상향 조정돼 금리 인하의 눈높이를 제한하는 동시에 2026년 말에는 통화정책이 중립 수준에 도달할 것임을 시사했다. 연준이 경기침체를 피하기 위해 경기 둔화 조짐이 확인된다면 빠르게 인하하겠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시장은 금리 인하를 상당 부분 선반영했던 가운데, 연준의 늦은 대응으로 경기 둔화 폭이 커지면서 결국 더 큰 폭의 금리 인하를 전망했다는 점에서 금리는 오히려 반등할 것으로 예상해본다. 빠르게 대응할수록 총 금리 인하 폭은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파월은 과거와 같은 저금리

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9월 FOMC는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한다. ‘빅컷’이라는 결정뿐만 아니라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한 “우리 기본 시나리오는 제약을 제거하고 경제 반응을 보자는 것”이라는 언급은 한은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나 국책연구기관 등으로부터 금리 인하 압박이 거세짐에도 불구하고 한은은 지표를 확인한 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데 파월 의장의 언급과 연준 결정은 선제 대응 필요성에 더 힘을 실어주기 때문이다. 10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