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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선 칼럼] 콘돔은 언제, 어떤 이유로 만들어졌을까?

피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콘돔이다. 콘돔은 일시적인 피임 방법 중 하나이며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사용법 또한 매우 간단하다. 무엇보다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다면 콘돔은 언제, 어떤 이유로 만들어졌을까? 과거 문헌에 따르면 영국의 왕을 위하여 만들어졌다는 보고가 있다. 그 외에 전설적인 바람둥이인 카사노바가 사용했다는 뒷이야기도 있다. 그런데 콘돔은 이보다 훨씬 전인 고대부터 사용했다는 흔적이 있다. 먼저 프랑스에 있는 동굴 벽화를 보면 콘돔을 착용하고 있는 사람이 그려져 있다. 이 벽화는 기원전 15,000년 전의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이때는 피임을 위한 용도로 음경에 차고 있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야생 생활을 하기 때문에 식물의 날카로운 가시 및 여러 곤충과 동물로부터 밖으로 드러난 생식기를 보호하는 방패막이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당시에는 영유아의 생존율이 매우 낮아서 자손의 번식을 위한 다산을 기원하는 부적으로도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그 당시 콘돔은 무엇으로 만들었을까? 이집트와 로마 시대 문헌을 보면, 동물의 내장으로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초창기에는 동물의 창자를 이용하여 만든 것이 확실해 보인다. 16세기 초반의 유럽은 종교적인 영향으로 피임을 하지 않았다. 따라서 콘돔을 사용하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한다.

 

유럽에서 콘돔의 사용은 16세기 말부터 시작했다. 그 당시의 책자에서 ‘뜨거운 사랑의 열기로 콘돔의 실밥이 터져나갔다’는 문구가 있는 것으로 보아 대중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일부 유럽의 야사를 보면, 콘돔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기도 했다. ‘콘돔은 오르가슴을 막는 갑옷이요, 임신을 막는 거미줄이다.’ 굉장히 위트 있는 표현이자,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그 당시 사람들은 콘돔이 매우 두꺼워서 성적인 쾌감을 줄이는 갑옷이라고 생각했다. 그 제형은 조잡해서 피임 기능은 무척 떨어지는 거미줄이라고 표현했다. 이렇게 조잡한 콘돔은 17세기 중반 유럽에서 매독이 한참 유행하면서 변화를 맞게 된다. 당시 매독은 치료제가 없었기 때문에 하늘이 내린 벌로 치부되어서 왕실 주치의가 영국 왕 찰스 2세를 위해 새로운 재질로 개량을 하게 된다. 어린 양의 맹장을 이용하여 매독을 예방하기 위한 새로운 콘돔을 만든다.

이것을 만든 왕실 주치의의 이름이 ‘콘돔’이어서 그의 이름을 따서 지금까지 ‘콘돔’이 된 것이다. 당시 양 한 마리로 만들 수 있는 콘돔은 소량이므로 그 가격은 매우 비쌌다. 그러다 18세기경에 이르러 유럽의 사교계에서 콘돔의 인기가 폭발하게 되면서 콘돔을 전문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재료는 다양해졌다. 양을 비롯한 다른 동물의 창자도 사용했으며 특히 생선의 부레도 이용했다. 그 외에 동물의 가죽과 껍질(거북이 등) 등으로 다양해졌다. 콘돔의 혁명은 1884년 고무로 만든 제품이 나오면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보다 얇고 잘 찢어지지 않는 제품이 개발되면서 성감도 좋아지고 피임 실패율도 낮아졌다. 현재는 천연고무 라텍스와 가장 획기적인 재질이라고 하는 폴리우레탄이 있다. 크기도 대·중·소로 세분되고 무지갯빛 등 색깔 또한 다양해졌다. 더 나아가서 초박형, 다양한 돌기가 달린 특수형도 있고 딸기, 바나나, 포도, 멜론 등 여러 가지 향을 첨가한 제품도 생산된다.

 

우리나라의 콘돔은 일제시대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식 발음의 영향으로 초기에는 곤도무(Condom) 또 는 삭구(Sack) 라고 불렀다. 그리고 피임보다는 성병 예방용으로 유흥가에서 많이 사용했다. 실제로 콘돔을 착용했다고 해서 성병을 100% 예방할 수는 없다. 성병이란 성기접촉 이외에도 다른 전파 경로가 있고, 콘돔을 착용하더라도 외성기를 완전하게 커버할 수 없고, 사용 중 파손 그리고 올바른 착용법 등을 모르기 때문이다. 가끔 내원하는 이들 가운데 집에서 정액을 받아서 오는 환자들이 있다.

 

정액검사를 했는데 살아있는 정자가 하나도 없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콘돔을 사용해서 정액을 받은 경우이다. 콘돔 내부에는 살정제가 코팅되어 있다. 혹시 사용 중에 콘돔이 찢어져 누출되더라도 임신이 되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인 것이다. 콘돔을 사용하더라도 피임이 100% 되는 것은 아니고 실패율이 약 3% 정도이므로 절대 안심해서는 안 된다. 콘돔은 역사가 깊은 오래된 발명품이며 인류의 성생활을 바꾼 가장 위대한 제품이다. 콘돔 사용으로 인해 임신으로 사회적 활동이 제약된 여성에게 해방구를 마련해 줬다. 여성은 집을 지키고 남성은 밖에 나가 노동하는 시스템을 바로 뒤집은 획기적인 제품이 바로 콘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