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미술거장 문 빅토르 작품 '박람회 15번'은 그의 독특한 화법인 점묘법을 바탕으로 고려인의 정체성 고뇌를 깊이 있게 다룬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고려인마을 제공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세계적인 고려인 미술 거장 문 빅토르 화가의 작품 ‘박람회 15번’이 주목받고 있다. 중앙아시아와 광주로 이주한 고려인들의 삶과 정체성 고민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이 작품은, 관람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하며 역사의 흔적을 되새기게 한다.
1937년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고려인들은 이후 그곳에서 긴 세월 동안 고난의 삶을 이어갔다. 이러한 고려인들의 역사적 경험은 그들에게 끊임없는 정체성의 혼란을 안겨주었다. 문 빅토르 화가는 이러한 고려인들의 내면적 갈등을 작품 속에 담아내며, 그들이 겪어온 심리적 여정을 색감과 상징을 통해 세밀하게 표현했다.
문 화가의 대표작 '박람회 15번'은 그의 독특한 화법인 점묘법을 사용해, 한국과 중앙아시아의 상징적 유물들을 나란히 배치하고 있다. 작품 속에서 노란색으로 표현된 한국 유물과 초록색으로 표현된 중앙아시아 유물들은 두 가지 상반된 정체성을 나타내며, 뿌리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시각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 유물들 사이에서 갈등하는 네 명의 고려인들은 정체성의 혼란을 더욱 생생하게 드러낸다.
문 화가는 이 작품을 통해 한국인으로서의 뿌리와 중앙아시아 이주민으로서의 삶 사이에서 고민하는 고려인들의 복잡한 심경을 섬세하게 시각화했다. 그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더욱 선명해졌다"고 밝히며, 고려인들이 품고 있는 내면의 고뇌를 더욱 깊이 있게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박람회 15번'은 단순한 미술 작품을 넘어, 고려인들의 고통스러운 역사와 그들의 정체성 혼란을 시각적으로 기록한 작품이다. 160년 동안 중앙아시아와 러시아를 떠돌며 살아온 고려인들의 역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들에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문 빅토르 화가의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들은 잊혀진 고려인의 역사와 그들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민족적 정체성과 국가의 의미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작품 속에 담긴 감정의 깊이는 단순히 예술적 감상의 차원을 넘어,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역사적 통찰을 불러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