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9.5℃
  • 맑음강릉 7.7℃
  • 맑음서울 11.9℃
  • 맑음대전 10.4℃
  • 맑음대구 14.5℃
  • 맑음울산 10.8℃
  • 맑음광주 10.1℃
  • 맑음부산 14.3℃
  • 맑음고창 6.8℃
  • 맑음제주 12.2℃
  • 맑음강화 12.5℃
  • 맑음보은 7.2℃
  • 맑음금산 8.2℃
  • 맑음강진군 9.5℃
  • 맑음경주시 10.9℃
  • 맑음거제 12.8℃
기상청 제공

차에 전기 담았다 꺼내 쓴다… 전남, 미래형 에너지 도시로 간다

- 전기차 배터리로 전력 저장·재공급… 에너지 순환형 도시 실증 추진
- 29억 원 투입해 V2G 기술 실험… 전력망 안정성과 경제성 모두 노린다

 

 

지이코노미 김정훈 기자 | 전라남도가 도시를 움직이는 에너지 시스템을 새롭게 바꾸는 실험에 나섰다.

 

핵심은 한 문장이다. ‘차에 전기를 담았다가 꺼내 쓴다’. 전기차 배터리를 단순한 이동 수단의 동력이 아닌, 에너지 저장소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전남도는 이 시스템을 통해 전기를 보다 효율적으로 쓰고, 도시 전체의 에너지 순환 구조를 바꾸려 한다.

 

이른바 ‘넷제로 시티 실증사업’. 지난해 4월부터 전라남도가 추진 중인 이 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모에 선정되면서 탄력을 받았다. 총사업비 29억 5천만 원이 투입되며, 오는 2026년까지 기술 실증과 데이터 분석, 플랫폼 기반 구축까지 이어진다.

 

이 사업이 특별한 이유는 V2G(Vehicle to Grid) 기술 때문이다. 전기차와 전력망이 양방향으로 연결돼, 전기차가 전기를 ‘받는 것’만이 아니라, 다시 ‘주는 것’도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낮에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를 전기차 배터리에 저장해뒀다가, 전력 수요가 높은 시간대에 꺼내 쓰는 방식이다. 전기차가 이동형 에너지 저장장치(ESS)가 되는 셈이다.

 

이런 방식이 정착되면 전기요금도 줄고, 에너지 낭비도 막을 수 있다. 전기차 소유자는 충전 후 남는 전기를 판매해 차량 유지비를 줄일 수 있고, 건물 운영자는 더 저렴한 전력을 공급받아 전기요금을 절감할 수 있다. 특히 정전 등 비상상황에서는 전기차가 전력망을 대신하는 안정적 공급원이 될 수 있어 주목된다.

 

전남도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과 협력체계를 꾸려 사업을 총괄하고 있으며, 민간에서는 ㈜아우토크립트, ㈜아이오티플러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참여하고 있다. 기술 개발과 실증, 보안통신, 배터리 테스트 등 각자 전문 영역에서 역할을 나눠 협력 중이다.

 

작년에는 차량 데이터 수집장치(OBD2)를 개발하고, ‘PnC(Plug and Charge)’ 인증 시스템도 실증했다. 이 시스템은 충전기 케이블만 꽂으면 자동으로 차량을 인식하고 요금 결제까지 처리하는 기술이다. 올해는 본격적으로 결제 시스템과 데이터 보호 기술, V2G 기반 서비스 모델 개발이 진행될 예정이다.

 

전남의 실험이 성공한다면, 차 한 대가 도시의 전력망을 바꾸는 시대가 머지않아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자동차를 넘어서, 에너지를 저장하고 공유하는 하나의 ‘도시 인프라’로 자리매김하는 것. 지금, 그 가능성이 전남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서순철 전남도 기업도시담당관은 “충전 인프라와 보안 통신, 양방향 전력 전송 기술 등을 고도화해 실질적인 수익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장기적으로는 전기차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 수요관리와 전력 거래, 디지털 플랫폼 사업까지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