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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는 몇 개의 골프장이 있을까?'


 '서울에는 몇 개의 골프장이 있을까?'




군자리 골프 코스 전경 (현재 어린이대공원 자리)


2017년 발표된 한국골프장경영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운영중인 골프장은 486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심장인 수도 서울에는 몇 개의 골프장이 운영되고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없다. 노원구 공릉동에 태릉CC가 유일하게 남아있기는 하지만 군 소속 체력단련장으로 사용될 뿐이다.
서울에 골프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에 골프장이 처음으로 들어선 것에 대해 다양한 설이 있다. 1897년 함경도 원산에 6홀 코스가 처음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검증된 자료가 없어 실제로는 1921년 6월 1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효창공원(당시 효창원)에 9홀 코스로 조성된 골프장이 최초라는 것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일제강점기의 철도국은 조선호텔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그 조선호텔이 골프장을 건설하고자 했다. 지배인이었던 이노하라가 일본 고베 골프클럽 챔피언인 영국인 H. E. 던트에게 코스 설계를 의뢰했고 2년여의 공사 끝에 완공됐다. 그러나 1924년 4월, 경성부(현재 서울시)로부터 효창원골프장이 효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문을 닫게 됐다.
1924년에는 청량리(현재 성북구 석관동)에 18홀 코스(파70. 3,906야드)가 만들어진다. 모양새는 18홀이었지만 좁은 부지로 인해 16홀을 마친 뒤 1번홀과 2번홀을 한 번씩 더 경기하는 방식이었다. 이 곳에서 비로소 은행 중역을 필두로 한국인들이 플레이를 시작했고 ‘제1회 전조선골프선수권 대회’가 열린 것에 역사적 의의가 있다.



 

1941년 일본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연덕춘이 영친왕을 비롯한 왕실 관계자들과

군자리 코스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중간 줄 왼쪽 세 번째가 연덕춘, 다음이 영친왕)


최초의 18홀 코스는 1930년 영친왕이 부지 30만평을 무상 임대하고 건설자금을 대면서 군자리(현재 광진구 군자동, 어린이대공원 자리)에 경성골프구락부(당시 클럽을 일본식 발음으로 구락부라고 불렀다)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일제 말기에 폐장되었고 해방 이후에 이승만 대통령으로 지시로 다시 복원을 했는데 또 다시 6.25 한국전쟁으로 엉망이 돼 버렸다. 이후 1954년에 재개장했고 이름도 서울컨트리클럽으로 바꿨다.
당시 전쟁 직후 먹고 살기도 힘든데 왜 그렇게 골프장 건설을 서두르냐는 의견이 많았다. 이는 이승만 대통령의 뜻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 장교들이 주말이면 일본 오키나와로 골프 휴가를 떠나는 것을 염려했다. 북한이 언제 다시 내려올 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군 장교들을 한국에 머물게 하기 위해서 또한 달러를 일본이 아닌 국내에서 쓰게 하기 위해 골프장 건설을 지시한 것이다.


 

1960년대 서울골프장에서 한장상, 박명출, 이일안(왼쪽부터)


 

이후 1972년 어린이대공원에 자리를 내준 서울컨트리클럽은 경기도 고양으로 이전한 뒤 한양컨트리클럽과 합병하게 된다.
1958년 미8군 용산 기지에 미군 전용 18홀 골프장이 건설됐지만 1991년 성남으로 이전되면서 그 자리에 용산가족공원이 만들어졌고, 관악CC(현 리베라CC)도 서울대학교에 자리를 내주고 서울을 벗어나 경기도 화성으로 옮겼다.
1968년 마사회에서 뚝섬 경마장 내에 뚝섬 파3 코스를 만들었으나 2004년 폐장한 뒤 2005년 그 자리에 서울숲이 들어섰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영등포와 난지도에 파3 코스가 줄지어 생기며 그 지역 골퍼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지만 모두 폐장됐다.
1981년 송파구 장지동에 만들어진 남성대골프장도 위례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2011년 경기도 여주로 이전됐다.

이렇듯 서울에 현대화가 진행되고 정치적, 경제적 변화의 바람이 불면서 골프장은 자리를 내주고 외곽으로 밀리게 됐다. 시대적 아픔과 성장을 간직하며 함께한 골프장이 서울의 랜드마크가 되고 브랜드가 될 수 있는 현실이 사라져 아쉽지만 건설 배경과 이전 역사 등을 알리고 스토리를 입힌다면 단순한 코스를 넘어 의미 있고 중요한 문화적 콘텐츠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기사제공 KP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