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경영’만이 기업의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한 수단임을 이제는 깨달아야 한다.
“2020 has injected steroids into the ESG movement and multiplied The issues that companies must conside.”
(ESG의 움직임은 스테로이드를 맞은 듯 들끓었고, 이로 인해 기업들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안은 배로 늘어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의 기사 ‘Opinion ESG investin(2020년 9월 14일자, Brooke Masters 기자)’에 실린 표현이다. 국내 언론들은 이 문장을 대부분 ‘ESG 투자 증가’와 결부시켜 얘기하고 있다.
아예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사실 이 기사는 투자에 관한 얘기가 아니다. 세계적 광산업체 리오 틴토의 사례를 다룬 이 기사는 ‘ESG를 고려하지 않은 CEO의 어리석은 판단으로 전통 있는 기업이 존폐의 기로에 놓이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①세계적 광산업체 ‘리오 틴토’의 사례
‘원주민 유적지 파괴’로 해고된 CEO
호주를 기반으로 한 세계적인 광산업체 ‘리오 틴토’의 CEO ‘장 세바스티앙 자크’가 2020년 6월 11일(이하 현지시각) 해고당했다.
2020년 5월, 리오 틴토가 수익성을 위해 호주 서부의 4만 6,000년 된 유서 깊은 원주민 유적지를 폭파한 데 따른 투자자들의 역풍을 맞은 결과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형식은 자신 사퇴지만, 호주 원주민 유적지 파괴 소식이 알려진 뒤 투자자들이 분노한 데 따른, 사실상 해고”다.
리오 틴토는 같은 날 “철광석 부문 책임자, ‘크리스 샐리스버리’와 총무부서 책임자인 ‘사이먼 니븐’ 역시 사퇴한다”고 밝혔다.
1천억 원의 가치 vs 4만6천 년의 가치
리오 틴토는 2020년 5월 호주 서부 필버라 지역의 4만6,000년 된 ‘주칸 고지’ 원주민 동굴을 파괴했다. 동굴 안에 매장된 약 800만 톤의 철광석을 캐내기 위해서였다. 이곳의 철광석은 다른 곳보다 품질이 좋아 약 7,500만 파운드(1,142억 원)에 달하는 가치가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문제는 이곳이 무려 4만6,000년 된 동굴로, 호주에서도 가장 중요한 유적지 중의 하나라는 점. 호주 원주민인 ‘푸투 쿤티 쿠라마’와 ‘피니쿠라’ 부족이 전통적으로 신성시 여겨온 곳이며, 원주민이 거주한 흔적도 남아 있어 고고학적 가치가 매우 큰 장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리오 틴토의 경영진은 수익을 위해 동굴 폭파를 지시했고, 원주민들은 분노하여 리오 틴토에 거세게 항의했다.
리오 틴트 측은 ‘동굴의 역사적 가치에 대해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고 변명했지만, ‘이미 수년 전부터 회사 차원에서 동굴의 역사와 가치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내부 폭로가 나오면서 더욱 공분을 샀다.
논란이 커지자 투자자들도 비판에 나섰고, 결국 동굴 폭파 결정에 책임이 있는 CEO와 고위 임원 2명이 사임을 표명했다. 그러나 원주민들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의회 진상조사까지…일이 점점 커지네
급기야 호주 의회 차원의 진상조사가 진행됐고, 결과 보고서에서 “리오 틴토의 동굴 파괴는 ‘용서할 수 없는 행위’이며, 원주민들에게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주 의회는 이와 함께 지역 내 모든 채굴에 대한 잠정 유예와 유산보호법 변경 등 7건의 권고안을 발표했고, 리오 틴토 측은 “원주민 사회와의 관계 회복을 도모하면서 사과를 반복하고 관행을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리오 틴토의 톰슨 회장은 “주칸 고지 사건은 명백히 잘못된 일로 이처럼 이례적인 고고학적, 문화적 중요성을 지난 유적지 파괴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약속한다”면서 “리오는 또 (유적지가 파괴된 곳의 원주민인) 푸투 쿤티 쿠라마, 피니쿠라를 비롯해 원주민 소유주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수익 우선주의’의 말로행동주의 주주 시민단체인 애커(ACCR)는 “리오 경영진 사퇴는 주주 행동주의에서 중요한 순간”이라며 “호주에서 주주 민주주의와 투자자 행동이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덧붙여 “기업 책임자들은 앞으로 의회 증언은 물론이고 투자자들을 오도하려는 시도를 하기 전에 2번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사건은 ‘수익 우선’이라는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으로 사회적 비난과 더불어 경영과 기업 가치에 영향을 준 사건이다.
즉, 『파이낸셜타임즈』에서 ‘스테로이드를 맞은 듯하다’고 표현한 것은 ‘기업의 지속적 경영’을 위해서는 ESG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 것이다.
② 콘텐츠로 세계정복한 ‘디즈니’의 사례
‘뮬란’ 불매운동
마블, 스타워즈, 픽사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파워로 세계 미디어 시장을 장악한 천하의 ‘디즈니’도 ESG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영화 『뮬란(2020년 作)』은 총 1억 달러 이상이 투입된 블록버스터로 디즈니의 야심작이었지만 전 세계 수입은 고작 6,600만 달러에 그치고 말았다. 물론 코로나19의 영향도 있었으나, 관객들이 영화를 외면한 진정한 이유는 바로 인권 문제였다.
『뮬란』의 주인공을 맡은 배우 ‘유역비’는 영화 개봉 전부터 홍콩 경찰의 시위 진압을 지지하는 발언으로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촬영 장소가 하필 ‘신장 위구르’ 지역이었던 것도 논란거리였다. 위구르는 소수민족에 대한 탄압이 가장 심각한 곳으로 알려진 곳이기 때문이다. 이런 여러 악재 속에서도 영화는 개봉됐다.
이 사건에 결정타가 된 건, 엔딩 크레딧에 넣은 '촬영에 협조해 준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 투루판 공안국에 감사를 표한다'는 문구 1줄이었다.
홍콩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 ‘조슈아 웡’은 트위터를 통해 “『뮬란』을 보는 건 중국이 신장 지역의 무슬림 위구르족에 가하는 감금행위와 인종차별을 묵인하는 것”이라며 『뮬란』 불매운동을 이끌었다.
영화팬들은 “인권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던 디즈니가 유독 거대시장인 중국에 대해서는 침묵한다”고 비판하며 ‘『뮬란』 안보기 운동’을 확산시켰고, 이는 박스오피스 수치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이 여파로 국내에서도 최종 관객 수는 23만 명에 그쳤다. ESG 경영은 분야를 막론하고 간과할 수 없다는 걸 보여준 사례가 아닐 수 없다.
③ 미국 화장품 브랜드 ‘에스티 로더’ 의 사례
"인종차별 안 사요"
온라인으로 파운데이션 세트를 주문하면서 당신이 선택한 증정품 옵션 색상이 ‘동양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호불호가 분명한 특정 컬러’라 일방적으로 다른 색상의 증정품을 받게 됐다면 당신의 기분은 어떨까? 미국의 화장품 브랜드 에스티 로더에서 실제 벌어진 사례다.
회사 측의 일방적 태도에도 문제가 있지만, 그 사유가 ‘동양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컬러’라면 인종차별 이슈로 번지기 충분하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해당 기업의 인스타그램 등에는 ‘인종차별 안 사요’, ‘동양인에게 맞는 컬러랍시고 고객 주문 바꿔서 임의로 물건 주는 인종차별적이고 기본도 안 된 회사는 손절하겠다’, ‘동양인이라면 피부색이 어두울 것이라는 생각은 대체 언제 적 인종차별이냐’ 등의 항의 글이 쇄도했고, 결국 이는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에스티 로더는 SNS를 통해 “내부 교육 및 업무 절차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공식 홈페이지가 아닌 SNS를 통한 진정성 낮은 사과로 다시 한번 소비자들의 뭇매를 맞았다.
④ 대한항공의 사례
‘갑질 사건’에 오너 경영권 박탈
故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직 자리에서 물러났던 건 차녀 조현민(전 대한항공 전무)의 이른바 ‘물컵 갑질’이 결정타였다.
2014년, 장녀 조현아(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가뜩이나 큰 홍역을 치른 바 있는 한진 일가는 갑질 논란이 재차 터지면서 국민의 공분을 한몸에 샀다.
조 전 전무뿐만 아니라, 아내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가족 일가의 또 다른 갑질을 비롯해 횡령과 밀수 등 범죄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성난 여론은 마치 쓰나미처럼 그룹을 덮쳤고, KAL 계열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는 면허취소의 위기까지 몰리기도 했다.
어쩌면 흔한 이슈(작다는 의미는 아니다)로 묻히고 지날 수 있는 사건들은 몇 개월간의 항의나 불매운동에 그치지 않는다. 이제는 이런 이슈가 그룹의 운명을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
ESG는 선택 아닌 필수, 이제는 깨달을 때
이상의 사례들은 비재무적 요소인 ‘ESG’가 재무적 요소인 실적과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기업의 생사까지 결정지을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기업의 ESG는 준엄한 소비자들의 정서와 기준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ESG는 이제 기업 경영에 있어 선택 아닌 필수 항목이 된 것이다.
기업 총수들 신년사 공통 키워드 ‘ESG’
2021년 국내 기업 총수들의 신년사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고객, 환경 그리고 ESG다.
매년 1월 초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던 국제전자제품 박람회(CES)가 코로나 여파로 사상 첫 온라인 전시회로 개최되었다.
이번 CES에서는 친환경과 ESG가 강조되어 “CES 2021의 진짜 주인공은 로봇이나 전기자동차가 아닌 ESG”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착한 경영만이 기업의 지속성 만드는 세상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법률책임자인 브래드 스미스는 케네디 미국 전 대통령의 격언, “기술에는 양심이 없다”는 말을 인용해 “IT 기술인이 양심을 행해야 한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또 “인공지능 AI와 같은 기술이 경제적, 사회적 도움을 주는 동시에 역으로 인간에게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ESG 달성을 위해서는 단순히 기업들만의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국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제 기업의 운명을 ESG가 좌우하는 전환점이 마련됐다. 전 세계의 경제 흐름이 이를 뒷받침하며 우리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착한 경영’만이 기업의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이제는 알아야 한다.
이승엽
• 현) GMK기후환경미래교육연구소 회장
• 현) 세계기후변화상황실(GCCSR)한국대표부 강북지부 대표
• 현) 글로벌교육세계지원본부IO-WGCA 전문위원
• 현) 생태환경디자인컨설팅 이사
• 현) ㈜한교육 인천총괄지사장
• 현) (사)세계청소년동아리연맹 총괄본부장
• 현) (재)국제문화예술기구 총괄본부장
• 현) (유)서해항공방재 서울지사 대표
• 현) 강사천국사회적협동조합 대표
• 현) 한마음사회복지재단 서울시지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