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를 뜻하는 ‘영(Young)’과 치매를 일으키는 퇴행성 뇌 질환인 ‘알츠하이머(Alzheimer)’를 결합한 ‘영츠하이머’ 라는 신조어가 있다. 휴대폰이나 컴퓨터 등 다양한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면서 기억력과 계산 능력이 크게 떨어진데다 과다한 정보 습득으로 인해서 여러 가지 건망증 증세가 심해진 상태를 뜻하는 신조어다. 디지털 치매는 의학적으로는 뇌세포가 파괴되는 치매와는 조금 다르며, 질병이 아닌 사회적 현상이 낳은 증상으로 볼 수 있다.
아침에 핸드폰 알람 소리를 들으면서 잠에서 깨 일과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에 스마트폰이 일정을 관리하고, 전화번호도 외울 필요 없이 버튼만 눌러주면 되고, 처음 가는 길도 내비게이션이 알아서 다 해주
는 시대다. 디지털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란 젊은 세대들이 암기에 익숙하지 않고 정보를 외우는 대신에 굳이 내가 기억하고 계산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무언가를 ‘기억’하는 능력이 자꾸만 떨어지는 추세다. 예를 들어, 내가 어제 점심을 뭘 먹었는지, 아침에 가스 밸브는 잠갔는지? 사무실 직통번호가 몇 번인지? 바로 생각
이 나지 않는다면? 바로 ‘디지털 치매’ 위험군일 수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현대인은 검색에 필요한 뇌 기능은 발달하지만, 기억하고자 하는 동기부여와 의지가 없다면 두뇌의 기억 용량이 감소해 퇴화한다. 사람의 기억은 뇌의 해마라는 부위에서 담당하는데 기억력을 사용하지 않으면 해마가 수축해 용량이 줄어든다. 기억이라는 것은 뇌에 저장되어 필요할 때 출력하는 인출의 과정이다. 출력이 빨리 제때 이루어지지 않으면 치매 초기 증상이 바로 기억력 저하로 나타난다.
머릿속에 기억된 저장 자료 자체가 없기 때문에 인출할 자료도 없는 게 바로 치매 초기 증상이며,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인 알츠하이머병이 초기에 침범하는 부위가 해마 부위라고 한다. 기억이라는 것은 복사기와 같다. 젊었을 때부터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용적을 많이 늘려 놓으면 나이가 들어도 뇌에서 그 기억들을 저장하고 있다가 필요할 때 효율적으로 빨리빨리 출력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스마트폰에 저장해놓은 전화번호 10개만 지우고 머리로 기억하는 연습을 해보길 바란다.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는 현대인들이 겪는 기억장애나 계산능력 장애가 오면 불면증이나 두통을 동반하는 증상들이 흔히 나타나며, 어느 순간 ‘멍’해지면서,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뭘 해야 하는지조차 모를 때가 있고, 갑자기 집 전화번호가 생각나지 않고 몇 번 가본 곳이지만 가는 길이 잘 떠오르지 않아 생소할 때가 있다.
최근 한 조사에서는 1,281명(63%)이 건망증을 앓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20~30대 직장인 중 60% 이상이 스스로 건망증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으며, 건망증을 겪는 이유에 대해 261명(20.4%) 이 스마트폰이나 PC가 알아서 다해주는 데 기억할 필요가 없는 환경 때문이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디지털 치매가 치매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는 아직 없지만, 이론적인 부분에서는 분명히 있다. 다행스럽게도 디지털 치매는 뇌 손상으로 인한 치매와는 다르기 때문에 디지털 기기 사용 빈도와 의존도를 줄이면 회복이 가능하다.따라서 지금부터 뇌에 있는 해마 용량을 늘리는 연습을 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