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지 못하는 것도 병이라고 나는 늘 말하고 다닌다. 이 병은 당연히 잘 버려야 낫는다. 독자님들은 잘 버리시나요?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나니 버릴 것이 몇 트럭 분량이었다. 그것을 치우는 동안 여러 사람이 좋게는 ‘물건이 참 많으시다’라고 표현했지만, 대부분은 ‘좀 버리고 살 것이지’라고 말했다. 안 쓰는 그릇도 몇 박스고 아까워서 입지 못하고 넣어 둔, 새 옷도 몇 박스였다. ‘아끼다 똥 된다’라는 표현이 바로 이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종종 수업 중에 “하나를 얻으면 집에 있는 하나를 나눔을 하시거나 버려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말한다. 그래야 공간이 물건으로 채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집마다 X반 빈 그릇이 없는 집이 없고, X죽 그릇도 대부분 서너 개가 있다. 그릇도 많은데 왜 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우리는 그것을 ‘호딩장애’라고 표현한다. 호딩(Hosrding)은 동물들이 겨울 대비를 위해 먹을 것을 비축해 놓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알고 보면 인간만큼 필요 없는 것들을 쌓아놓는 존재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혹시 나도 이런 증상이 있는지 점검해 보라.
간단한 테스트를 한다면,
1. 생각지도 않고 물건을 모아두는 경향이 있다.
2. 물건을 채워두면 마음이 든든해진다.
3. 공간을 채우지 않으면 불안하다.
4. 쓰레기, 빈 병들도 언젠가 꼭 필요할 것 같다.
5. 혼자 있으면 불안하다.
6. 물건들이 곧 ‘나’라는 생각이 든다.
7. 필요 없는 물건도 세일하면 쟁여 두는 경향이 있다.
8. 물건에 대한 집착이 있다.
9. 사는 것이 무료해지고 우울할 때가 종종 있다.
10. 요즘 내가 건망증에 판단력이 흐려져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것에도 원인이 있는 것일까? 이런 증상의 사람들은 대부분 사회적으로 고립을 경험하거나 우울과 불안이 있다. 인간관계에서 애착욕구가 충족되지 않아 필요도 없는 물건에 집착하기에 물건만 치우는 것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다.
대부분 불안감이 원인이다. 저장 강박증을 앓고 있는 노인 중에는 판단능력이 저하되어 있거나 과거에 못 먹고 살았던 기억으로 인해 지금의 물건들에 대한 애착이 많을 수도 있다. 시니어분들을 만나면 항시 물어보는 게 있다. 필요 없는 것들은 좀 버리고 사시느냐고.
물건을 버릴 때는 과감해야 한다. 언젠가 쓸데가 있을 것 같아서 버리지 못하면 또 공간은 물건으로 쌓이게 된다. 나의 지인은 아들이 25살인데 돌떡이 아직도 냉동고에 있다. 주변에서 버리라고 말해도 소용이 없다. 어디서 하나를 얻으면 집에 있는 하나를 나눔을 하거나 버려야 한다.
비워야 공간이 생긴다. 혹시 여러분의 집에는 필요 없는 물건으로 채워지지는 않으신지요?
정미경
공간창조 정리수납연구소 원장
중앙아이피 교육강사
한국인성교육협회 교육이사
(사)정리수납 2급 교육강사
부모교육상담지도사
시니어생애설계 교육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