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여성 환자가 극심한 어깨 통증을 호소했다. 나를 찾아오기 전부터 시작된 통증이었다. 멀쩡히 자고 일어났는데, 그날따라 어깨가 너무 아프더란다. 처음에는 잠을 잘못 잤나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통증은 점점 심해졌고, 결국 팔이 올라가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환자는 그제야 어깨에 찜질하고 마사지를 받는 등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그래도 차도가 없자 병원에 갔더니 오십견이라며 수술을 권유받았다.

“나이가 있으니 수술받기가 무서워요. 괜히 건드렸다가 잘못되는 건 아닌가 해서요.”

이런 고민을 하는 환자가 참 많다.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사람들은 어깨가 아프면 바로 오십견을 의심한다. 대부분 요즘 갑자기 어깨가 아프다고 호소한다. 하지만 컵에 조금씩 떨어지던 물이 점점 차오르다가 어느 순간 넘쳐버리듯 오랜 시간 누적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오십견이라 말 역시 50대에 많이 생기는 어깨질환이라는 뜻에서 붙은 통칭이지 병명을 아니다. 회전근개파열, 유착성 관절낭염 등 갖가지 병명 또한 통증의 원인이 아니라 하나의 진단명일 뿐이다.

오십견 수술을 원하지 않는 환자들은 스테로이드 주사와 같은 시술을 택하기도 한다. 이는 급한 불만 끄는 격이다. 당장 염증을 가라앉히면서 일정 기간 통증을 줄일 수는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않는다. 부작용이 있는 만큼 과용을 피해야 하므로 통증이 생길 때마다 매번 시술받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에게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흔히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처방한다. 통증의 원인이 뼈가 아니라 근육에 있다고 보고 때문이다. 나는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환자들에게 무작정 운동부터 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데, 그럴 때마다 모두 의아해한다. 운동을 만류하는 의사는 처음 본다는 눈치다.

운동이 아무 효과가 없다는 건 아니다. 근육을 움직이면 휘어진 뼈와 강직된 근육에 눌려 있던 신경과 혈관이 이완되기에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이는 근육이 굳어 있는 사람들에게 행당되는 이야기다. 나이 든 사람들은 산에 다녀오면 몸이 개운하다고 하지만, 젊은 사람이 등산을 좋아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마사지도 어른들은 시원하다며 좋아할지언정 10대들은 그 기분을 이해하지 못한다. 아직 근육이 강직되지 않은 데다 눌려 있는 신경과 혈관도 없기에 압박을 받으면 도리어 아프기만 하다.

그런데 근육이 굳어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근육을 자극해서 얻는 효과는 오래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몸이 결리고 아프다. 근육을 밀거나 당기고 누르며 문지르는 행위로는 근본적인 원인이 개선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한의원에서는 종종 ‘헬스광’인 사람들이 찾아온다. 몸이 좋고 건강해 보이지만 정작 본인들은 어딘가 불편함을 느낀 탓이다. 대부분은 뼈가 휘어 있는 줄 모르고 무조건 운동만 열심히 한 경우다.

근육은 뼈에 붙어 있다. 쉽게 말해 뼈에 밧줄을 매달아 놓고 움직이는 조직이다. 뼈가 틀어짐에 따라 근육도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등 변화가 생긴다. 뼈가 비틀리면 근육 또한 양쪽의 평형이 깨지게 되므로 그 편차를 맞추기 위해 서로 다른 강도와 방법으로 운동을 해야 할 것이다. 인체의 구조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고 척추 상태를 모르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니 이제부터 차근차근 내 몸의 구조, 특히 뼈를 공부해 보자. 운동은 그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운동을 잘못하면 독이 되기 때문이다.

유홍석

경희대학교 한의대학, 동대학원 졸

본케어한의원 원장

구조의학연구회 회장

‘기적의 골타 요법’ 저서 출간

‘나는 몸신이다’, ‘엄지의 제왕’, ‘살림 9단 만물상’ 등 TV 방송 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