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22.7℃
  • 흐림강릉 18.5℃
  • 맑음서울 21.9℃
  • 흐림대전 20.3℃
  • 흐림대구 17.6℃
  • 흐림울산 15.0℃
  • 흐림광주 18.4℃
  • 흐림부산 15.9℃
  • 흐림고창 16.4℃
  • 흐림제주 15.8℃
  • 맑음강화 18.7℃
  • 흐림보은 18.9℃
  • 흐림금산 19.4℃
  • 흐림강진군 17.2℃
  • 흐림경주시 16.1℃
  • 흐림거제 15.5℃
기상청 제공

[정순옥 칼럼] 귀를 파면 왜 기침이 날까 — 귓속에서 벌어지는 의외의 신경 반사 이야기

귀를 파다 보면 묘하게 기분이 좋아지는 순간이 있다. 귓속이 시원해지고 눈이 스르르 감기면서 잠이 쏟아질 것 같은 느낌까지 들기도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귓속을 건드렸을 뿐인데 갑자기 “콜록!” 하고 기침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귀를 팠을 뿐인데 왜 기침이 나오지?” 많은 사람이 한 번쯤 겪어봤을 이 황당한 경험에는 의외로 흥미로운 이유가 있다. 그 답은 바로 미주신경 반사다.


 


우리 귀 안쪽, 특히 귓구멍인 외이도에는 아놀드 신경(Arnold’s nerve)이라는 신경이 분포해 있다. 이 신경은 우리 몸의 중요한 자율신경인 미주신경의 한 갈래다. 문제는 이 미주신경이 귀뿐 아니라 목과 기관지, 심지어 장기까지 이어져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귓속을 건드리면 뇌는 이를 단순히 “귀 자극”으로만 받아들이지 않는다. 때로는 기도가 자극된 것처럼 착각해 반사적으로 기침을 일으키기도 한다.


임상 현장에서도 이런 반응은 꽤 흔하다. 보청기를 만들기 위해 귓본을 채취할 때 귓속을 건드리면 갑자기 기침을 하거나 눈물을 글썽이는 사람들도 있다. 신경이 예민한 사람은 재채기까지 나오기도 한다. 결국 귓속에서 벌어지는 작은 자극이 몸 전체 신경망을 건드리며 예상치 못한 반응을 만드는 셈이다. 우리 몸의 연결 구조가 얼마나 정교한지 보여주는 재미있는 사례다. 그렇다면 이렇게 기침이 나더라도 귀지는 계속 파내야 할까?


사실 귀지는 ‘없애야 할 더러운 것’이 아니다. 귀지는 외이도 피부에서 떨어진 각질과 분비물이 섞여 만들어지는 자연스러운 분비물이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세균이나 먼지를 막아주고, 외이도의 습도를 유지해 피부를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일종의 천연 방어막인 셈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귀지는 우리가 말을 하거나 턱을 움직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밖으로 밀려 나온다. 몸이 스스로 청소를 하는 구조다. 문제는 우리가 그 과정을 참지 못하고 면봉이나 귀이개로 자꾸 후벼 판다는 것이다.

 

귀지를 너무 자주 제거하면 외이도 피부가 건조해지면서 가려움증이 생길 수 있다. 더 심한 경우 귀지샘이 자극돼 오히려 귀지가 더 많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여기에 면봉이나 도구로 깊숙이 파다 보면 외이도염이나 세균 감염이 생길 위험도 있다. 운이 나쁘면 더 큰 사고도 벌어진다.

 

귀를 파다가 옆사람이 팔을 건드리는 순간 귓속이 찢어지거나 고막이 손상되는 경우도 실제로 적지 않다.

 

하면 청력 손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귀가 꽉 막힌 느낌이 들거나 소리가 잘 안 들릴 정도로 귀지가 쌓였다면 집에서 무리하게 파기보다 이비인후과에서 안전하게 제거하는 것이 가장 좋다.

 

특히 중이염이 있거나 보청기를 사용하는 사람, 노년층은 정기적인 관리가 도움이 된다. 서양 속담에는 이런 말이 있다.


“코끼리 다리보다 가는 것은 귀에 넣지 말라.”조금 과장된 표현이지만 의미는 분명하다. 귀는 생각보다 예민하고 섬세한 기관이라는 것이다.

 

시원하다고 습관처럼 귀를 후비기 전에 한 번쯤 떠올려 보자. 지금 당신의 귓속에서는 작은 신경 하나가 몸 전체를 향해 신호를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