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신뢰는 기업가치의 그림자다. 한 번 져버린 약속은 반드시 비용으로 돌아온다.” SK스퀘어가 다시 그날로 돌아가고 있다. 2023년,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요구한 11번가 콜옵션 행사 요청을 거부했던 그 순간 말이다. 그리고 올해, 콜옵션 행사 시점이 다시 돌아왔지만 SK스퀘어는 “시간이 남았다”, “내부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SK그룹이 투자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근본적 질문이 필요하다. 사건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민연금, H&Q코리아 등 나인홀딩스 컨소시엄이 SK텔레콤을 믿고 11번가에 5000억 원을 투자했다. IPO 실패 시 회수 방안을 놓고 논의했고, SK는 “우리가 사주겠다”며 풋옵션 대신 콜옵션을 제시했다. 법적 강제력은 없었지만 사실상 구두 약속이었다. 그리고 2023년, SK는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올해는 신뢰 붕괴의 재현이다. 콜옵션 미행사 뒤 발동된 드래그얼롱 조항도 무력했다. 이는 대주주가 지분 매각 시 소수 주주도 동일 조건으로 매각에 동참하도록 하는 장치다. 그러나 실제 매각 협상은 지지부진했다. 오아시스마켓, 큐텐, 아마존 등 후보가 있었으나 티몬 사태 영향으로 협상은 무산
“내가 정신병자처럼 보여야 증명되나요? 내가 약을 먹는 것도, 병가를 쓰는 것도 조롱받아야 할 이유가 되나요?” 정신질환으로 병가를 쓰던 피해자 A씨가 조직 내부에서 들었다는 말은 차마 옮기기도 민망하다. "우울증의 가장 큰 원인이 뭔지 아나. 설사에요 설사", "휴직하는데, 직원들한테 내 일 니가 다 맡아서 해라. 그런거다. 직원들의 의견을 물어봤나?", "나 우울증으로 휴직하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라. 그얘기하러 왔느냐?" 이 조롱과 비하의 언어는 피해자의 증언에 그치지 않는다. 본지가 입수한 녹취록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러나 동원산업은 조직 내부에서 발생한 이 명백한 인권침해에 대해 지금까지도 아무런 사과도, 공식적인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비현실적인 보상만 요구하고 있다”는 식으로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이 사안을 감정적 대립으로 치환하고 있다. 즉, ‘회사가 상처를 준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너무 예민하다’는 인식이 내부에 퍼져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더 이상 직장 내 괴롭힘이나 제도 미비의 문제를 넘어, 조직이 피해자와의 ‘정서적 싸움’을 선택한 사안이다. “내가 왜 내 고통을 증명해야 하느냐”, “왜 내가 회사를 설득하고 증거
최근 동원그룹 내부에서 발생한 정신질환자 조롱 사건은 단순한 개인 일탈이나 일회성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 없는 중대한 문제다. 내부 직원들이 정신질환자에 대해 반복적으로 비하와 희화화를 일삼았다는 점은 조직문화 전반의 문제를 드러내고 있으며, 이를 묵인하고 방치한 경영진의 책임 또한 피할 수 없다. 특히 그룹을 이끄는 김남정 회장의 직접적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사건은 동원그룹 내부에서 정신질환을 앓는 직원 혹은 관련자에 대한 조롱과 모욕적인 언행이 반복된 데서 시작됐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과 무지, 그리고 조직 내에서의 차별적 분위기가 겹쳐 피해자의 고통은 가중됐다. 피해자는 이 같은 상황을 회사에 알리고 문제 해결을 요구했으나, 동원그룹은 이 사안을 축소하거나 회피하는 데 급급했다. 공식 사과나 재발 방지책 마련은커녕, 일부 관계자들은 피해자의 문제 제기를 ‘과민 반응’으로 치부하며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단순한 실무자 혹은 중간 관리자의 태도 문제가 아니다. 조직 내에서 정신건강 문제를 바라보는 근본적인 인식 부재와 함께, 위기 상황에 대한 경영진의 무책임한 침묵과 방관이 겹쳐 이번 사태가 확대된 것이다.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정비사업의 성패는 ‘조합장 리더십’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 성북구 정릉동 일대에서 추진 중인 정릉골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이하 정릉골재개발)은 현재 ‘조합 내 분열’, ‘법적 공방’, ‘4천억 원에 육박하는 부채’, ‘이주율 관리’라는 네 개의 난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올 1월 조합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보궐 당선된 임동하 조합장은 취임 직후부터 조합 정상화와 사업 재설계에 착수했다. 그러나 당선 2주 만에 선관위로부터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당선무효 통보를 받았고, 법원의 직무정지 효력정지 인용으로 복귀한 직후, 조합 이사진 주도로 다시 해임 통보를 받는 등 극심한 내홍 속에 있다. 임 조합장은 “흔들리는 건 제 자리가 아니라 조합원의 권익”이라며 조합장직 복귀를 위한 법적 대응을 예고하는 한편, 1,411세대 규모의 ‘르테라스 757’ 브랜드 단지를 중심으로 조합 재정 정상화 및 분담금 축소, 고급 단지 조성 등 핵심 사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본지는 갈등과 혼란의 한복판에 선 임동하 조합장을 직접 만나, 현재 상황에 대한 입장과 향후 사업 구상, 그리고 조합원들을 위한 실
ROE 높이라면서 자본 늘리라고? 정부가 동시에 추진하는 ‘기업가치 제고’와 ‘초대형 투자은행’ 정책이 국내 증권사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하나는 자기자본을 줄이면서 수익성을 올리라는 메시지고, 다른 하나는 자기자본을 늘려 덩치를 키우라는 주문이다.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 모두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장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자사주 매입과 배당이 유일한 해법은 아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밸류업’ 정책은 ROE(자기자본이익률) 제고를 주요 지표로 삼는다. 순이익을 늘리거나 자기자본을 줄여 ROE를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문제는 증권사의 특성상 수익성을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를 통해 자본을 줄이고 ROE를 끌어올리도록 유도해왔다. 하지만 이는 본질적인 수익 확대가 아닌 ‘지표 치장’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금융회사는 자본이 곧 영업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센터장의 말처럼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진짜 밸류업”이지, 단순한 자본 축소는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한편, 정부는 2017년부터 초대형 IB 육성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증권사가 발행어음·종합계좌
지난주 게임업계를 뒤흔든 사건이 있었다. 크래프톤이 인수한 미국 개발사 언노운월즈의 창립 멤버들이 집단 해임된 뒤, 본사를 상대로 소송을 예고한 것이다. 전 CEO 찰리 클리블랜드는 공개적으로 “결정권은 더 이상 우리에게 없다”고 밝혔다. 5억 달러에 달하는 인수 계약 뒤에, 창립자의 경영권은 사라졌고, 개발 방향 역시 크래프톤의 일방적인 통제 아래 놓였다는 취지다. 크래프톤 측은 “전 경영진이 성과를 내지 못했고, 개발 지연이 심각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 사안은 단순한 계약 분쟁이 아니다. 내부 의사결정의 투명성, 오너 경영의 일방성, 글로벌 자회사의 자율성 침해 등 이 모든 이슈가 ‘지배구조 리스크’라는 키워드로 집약된다. 게임의 흥망은 개발사의 창의성과 자율성이 좌우한다. 그럼에도 크래프톤은 2021년 언노운월즈를 인수한 후 개발 책임자를 해임하고, 프로젝트 방향을 바꾸는 강수를 뒀다. 팬들 사이에서 “크래프톤 보이콧”이라는 반응이 터져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본사는 기존 경영진에 지급된 수천억 원대의 성과 보상금을 언급하며 해임을 정당화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돈의 많고 적음이 아니다. ‘성과 미달’이라는 이유로 창립자를 몰아내는
탈중국 공급망 재편이 전 지구적 과제로 부상한 가운데, 고려아연(회장 최윤범)이 심해저 광물 개발업체 더메탈스컴퍼니(TMC)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고위험 논란 속에서도 전략적 의도는 분명하다. 문제는 이 선택이 미래를 여는 열쇠일지, 과거의 실책을 반복하는 열쇠일지에 대한 물음이다. 글로벌 공급망이 요동치고 있다. 지정학 리스크와 자원 무기화 국면 속에서, 핵심 광물 확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 되었다. 특히 니켈, 코발트, 구리, 망간 등 2차전지 및 첨단산업의 필수 원료는 산업패권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다. 이런 상황에서 고려아연이 선택한 ‘심해저 채굴’ 투자는 과감하지만 동시에 논쟁적이다. 고려아연은 최근 캐나다의 심해저 광물기업 TMC 보통주를 인수하고 콜옵션까지 포함해 약 18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TMC는 심해저에서 망간단괴를 채굴해 니켈, 코발트, 구리 등을 확보하려는 기업으로, 고려아연은 이를 통해 이차전지 소재 원료를 자회사 제련소로 도입해 공급망 안정을 꾀하겠다는 전략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TMC가 회계상 완전자본잠식 상태이고 실질적인 매출 실적이 없는 상태라는
공정위가 조사를 시작하자마자, 롯데건설이 2년 넘게 미뤄온 하도급 대금 135억 원을 지연이자까지 얹어 한꺼번에 지급했다. 자발적인 ‘상생’이었냐고? 천만에. 공정위의 칼날이 코앞까지 들어오자 뒤늦게 허둥지둥 ‘돈 풀기’에 나섰다. ‘벌점 없는 경고’라는 마지막 유예기간을 붙잡으려는 궁색한 뒷수습이다. 정산을 미룬 이유에 대해 롯데건설은 “과도한 손실비용 요구”와 “공사 범위 이견”을 들이밀었다. 하지만 법은 분명하다. 하도급법상 정산이 늦어도 공사 완료 후 60일 이내 지급이 원칙이다. 길게는 735일을 넘긴 상황에서 ‘상생 차원 지급’이라는 변명은 우습기만 하다. 결국 이 기업이 ‘공정’보다 더 무서워한 건 ‘행정벌’이었다. 롯데건설은 2년 넘게 하청업체의 생계를 외면했다. 58개 중소업체는 인건비와 운영비를 못 받아 연쇄부도를 걱정하며 버텨야 했다. 그런데 공정위 조사 시작 후 ‘30일 유예기간’의 끝자락에야 지급을 마쳤다. 이쯤 되면 ‘상생’이 아니라 ‘생존 본능’이다. 경고 한 번 피하려고 급히 포장된 쇼다. 이재명 정부는 ‘갑을 문제’ 해결을 민생 정책의 핵심으로 천명했다. 대통령은 첫 국무회의에서 “건설 현장 하도급 미지급 문제는 심각한 구조적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서울 장위15구역 재개발조합 지종원 조합장이 2022년 외부 업체로부터 조합 명의로 3억원을 차입한 뒤, 이 중 1억원을 조합 동의나 회계 처리 없이 본인 계좌로 이체한 사실이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금융자료에 따르면, 2022년 5월 20일, 설계업체 S이엔지로부터 3억원이 지 조합장 개인 명의의 조합통장으로 이체됐다. 나흘 뒤인 5월 24일과, 이틀 뒤인 5월 26일에는 각각 5천만원씩 총 1억원이 지 조합장 개인 통장으로 이체된 사실도 확인됐다. 문제는 이 자금의 사용이 조합 동의 없이 비공식적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조합원 총회의 승인이나 이사회 결의, 회계 장부 기록이 전혀 없는 상태로, 조합의 자산으로 들어온 금액 중 일부가 조합장이 임의로 유용됐다는 정황이 명백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지 조합장은 조합 임원 7명의 연대보증을 받아 자금을 차입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정작 다수 임원은 이 같은 사실조차 사후에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일부 조합원은 “보증인의 서명을 도용하거나 기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 조합장은 그동안 본지 및 조합원 질의에 대해 “차
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 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비위 의혹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은평구청 정비사업추진과 소속 공무원들이 조합원 민원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조합과 시공사인 롯데건설 측과 사전에 내용을 공유하고, 민원에 대한 입장을 함께 조율한 정황이 복수의 증언과 문서, 그리고 공무원의 직접 발언으로 드러났다. 이는 행정기관의 중립성과 신뢰성을 뿌리부터 흔드는 사안으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공무원법, 민원처리법 등 복수의 법령에 저촉될 소지가 크다. 갈현1구역 조합원들에 따르면, 구청의 민원 담당 공무원은 민원 내용에 대해 조합 및 시공사 측과 사전에 논의하고, 이들의 입장을 반영한 듯한 답변을 반복해왔다. 실제 구청 담당 부서의 책임자는 조합원들에게 “롯데건설과 상의했고, 입찰보증금 300억 원은 결국 나중에 돌려줘야 하는 돈이라 이자만 보전받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민원 처리와 관련한 사전 논의는 물론, 결과까지도 시공사 편에 맞춰졌다는 점에서 행정 중립성을 명백히 훼손한 행위다. 공무원의 이 같은 행위는 △도정법 제45조 제1항 위반 행위를 묵인·방조했을 가능성 △민원처리법 제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