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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시선] 거래소를 품은 두 개의 길…네이버와 미래에셋, 디지털자산 권력 지형이 갈린다

전통 금융, 거래소 경영권 진입
네이버·미래에셋 다른 전략
디지털자산 금융질서 경쟁
승부는 결국 제도와 신뢰

전통 금융이 가상자산 거래소 경영권을 직접 확보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이 가상자산거래소 코빗 지분 92%를 약 1,33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디지털자산 시장의 중심부로 진입했다. 단순한 지분 투자를 넘어 거래·수탁 인프라를 선점하고 전통 금융과 크립토 비즈니스를 결합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읽힌다. 한국 디지털자산 산업의 권력 축이 이동하는 분기점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거래의 본질은 ‘플랫폼 확보’다. 미래에셋은 기존 주요 주주 지분을 매입해 코빗을 사실상 자회사 수준으로 편입하게 된다. 이는 국내 전통 금융권이 가상자산 거래소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대표적 첫 사례로 평가된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기술과 플랫폼이 주도하던 시장에 자본과 규율을 앞세운 금융권이 전면 등장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디지털자산 산업의 무게추가 기술 중심 성장에서 제도권 금융 중심 구조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증권형토큰(STO) 제도화로 향한다. 발행·상장·유통·커스터디가 하나의 체계로 묶이는 순간, 디지털자산은 투기적 시장이 아니라 새로운 자본시장 인프라로 재정의될 가능성이 크다. 미래에셋이 거래소를 직접 보유하게 되면 기관투자가 대상 구조화 상품, 디지털자산 기반 대체투자, 지수 연계 상품 등 기존 금융상품과의 결합도 현실적인 시나리오가 된다. 코빗 역시 개인 중심 거래 구조에서 벗어나 기관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변모할 여지를 확보한다.

 

그러나 이 변화는 미래에셋만의 움직임이 아니다. 이미 빅테크 진영에서는 네이버가 두나무를 축으로 거래소 지배력 확보에 나서며 또 다른 방향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미래에셋이 자본과 규율을 앞세워 디지털자산을 제도권 금융 질서 안으로 편입하려 한다면, 네이버는 플랫폼과 이용자 생태계를 기반으로 금융의 외연을 거래소까지 넓히는 전략에 가깝다. 같은 거래소 인수이지만 출발점과 지향점은 다르다. 하나는 금융이 플랫폼으로 스며드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플랫폼을 금융 질서 안으로 끌어들이는 길이다.

 

이 흐름은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다. 대형 자본의 유입은 내부통제 강화와 규제 순응도를 높이고, 시장의 신뢰 기반을 두텁게 만든다. 반면 시장 집중도 상승과 중소 거래소의 설 자리 축소라는 구조적 부작용도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규제 당국이 혁신 촉진과 공정 경쟁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설계하느냐가 향후 시장 질서를 좌우하게 된다.

 

결국 질문은 더 근본적인 곳에 닿는다. 디지털자산의 미래는 기술이 이끌 것인가, 금융이 통제할 것인가. 혹은 두 힘이 충돌과 융합을 반복하며 전혀 새로운 자본시장 형태를 만들어낼 것인가. 코빗을 품은 미래에셋과 두나무를 축으로 한 네이버의 선택은 단순한 기업 전략을 넘어 한국 자본시장의 다음 구조를 가르는 실험에 가깝다.

 

시장의 시간은 이미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이제 관건은 누가 더 빨리 제도와 신뢰, 그리고 실제 수익 모델을 완성하느냐다. TradFi와 크립토의 결합이 거대한 성장 서사가 될지, 또 하나의 규제 산업으로 굳어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누가 거래소를 갖느냐보다, 그 거래소가 어떤 금융 질서를 만들지가 이제 진짜 경쟁이 되고 있다.

그리고 그 질서는, 결국 시장이 아닌 신뢰가 결정하게 될 것이다.

 

문채형 뉴스룸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