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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롯데, 사상 최악의 실적 부진 빠졌는데…그룹 수장, 한 달째 ‘부재중’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한 달째 日 체류하며 ‘원격’ 셔틀 경영
재계, 그룹 경영 전략 차질 우려 제기…"오너로서 ‘책임감 부재’" 지적 목소리 높아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지이코노미(G.ECONOMY) 백성진 기자 =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에 장기간 체류하고 있어 그룹 경영 전략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아버지인 고(故) 신격호 전 명예회장의 49재를 치른 직후인 지난달 8일 일본으로 출국해 한 달째 머무르며 ‘원격’ 셔틀 경영을 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에서 회장으로 선임된 신 회장은 일본 금융기관 수장을 만나 코로나19로 불확실해진 유동성 관련 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일본에 머무는 동안인 지난달 24일 황각규 부회장 등 국내에 있는 그룹 주요 경영진을 화상회의로 긴급 소집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 상황이 예상된다”며 “살아남기 위해 전 계열사가 사업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최근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경제 위기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그 이후를 철저히 대비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롯데는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를 둘러싼 한국-중국간 외교 갈등 여파로 전례없는 경영 악화를 겪은 바 있고,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까지 이어지면서 사상 최악의 실적 부진으로 고전 중이다.

그룹 내 롯데쇼핑 산하 롯데마트는 올해 상반기 중 양주·천안아산·신영통점 등 3개 점포를 폐점하는 것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15개 점포의 문을 닫는다는 계획이다. 이미 롯데그룹 내 유통계열사들은 직원들의 희망퇴직을 신청 받는 등 인적 구조조정에 나선 상태다.

이 같은 비상 상황 속에서 오랜 기간 일본에 체류하며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신 회장에 대해 오너로서의 책임감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한일 상호 입국 제한으로 예정과 달리 한 달 이상 머무르게 됐다는 것이 사측 전언이지만,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 챙기기에 몰두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신 회장은 지난달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과 일본에서의 사업 계획에 대해 직접 설명한 바 있다. 해당 인터뷰는 신 회장이 지난해 10월 국정농단·경영비리 재판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으며 유죄를 확정 받은 이후 처음 진행한 인터뷰다.

신 회장이 한국보다 일본 언론에 먼저 나선 것을 두고 일본 주주들을 안심시키고 달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한국 롯데가 여전히 일본의 영향력 아래에 놓여있기 때문에 날로 악화되는 경영 상황과 그룹의 향후 사업 계획을 일본에 먼저 설명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의 ‘뉴 롯데’ 구상 속에서 우선적으로 고려되고 있는 게 일본 투자자들이라는 점에 대해 다소 '아쉽다'는 평가다. 당장 한국 직원들의 생계가 걸린 구조조정 문제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일본에서 거론한 신 회장의 행보는 결국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특히 신 회장이 지난해 총 181억7800만원으로 국내 유통업계에서 가장 연봉을 많이 받은 경영자에 오른 만큼 현재의 위기를 타개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진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일본에 머물면서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곤 하지만 소통에 있어 물리적 한계가 있고 신속한 경영 판단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비상 상황 속에 오너가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우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롯데그룹의 오너로 책임감 부재라는 문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