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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부재로 위기 맞은 삼성, 슬기롭게 대처하기를 기대한다


 

 

[G-ECONOMY 김대진 편집국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18일 법정 구속됐다. 서울고법 형사부는 ‘국정농단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이 부회장에게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본명 최서원) 씨에게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며 86억8000만 원의 뇌물을 건넨 것으로 판단했다.
이로써 이 부회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 1심에서 법정 구속된 이후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가 다시 법정 구속됐다. 국내 최고의 기업, 삼성그룹의 총수로선 참 험난한 노정이다. 삼성은 지난해 10월 25일 이건희 전 회장이 별세한 이후 채 석 달이 되기 전에 이 부회장까지 구속되면서 그룹의 앞날에 짙은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리더 부재로 경영권 공백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번 파기환송심 판결을 앞두고 재계는 대외신인도 하락과 국가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등을 감안해 선처를 호소했지만 무위로 끝났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법정의 권고에 따라 ‘준법감시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기업 윤리를 강화하는 여러 노력을 기울였으나 재판부는 준법감시제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1심 법원이 징역 5년을 선고했으나 2심 법원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데 대해 대법원이 다시 2심이 뇌물액을 잘못 산정했다며 파기 환송함으로써 이뤄진 것이다. 
이번 판결을 두고 반응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고 있다. 먼저 권력자가 돈을 내놓으라고 하면 그걸 거부할 수 있는 간 큰 기업인이 과연 있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한국의 정치 풍토에서 최고 권력자가 기업인에게 돈을 요구하면 안주고는 못 배긴다는 것이다. 울며겨자 먹기로 돈을 갖다 바친 기업인에게 죄를 물을 수는 없다는 얘기다. 우리는 과거 최고 권력자에게 밉보인 기업이 어떻게 결딴났는지를 여러 차례 봐왔다. 그러니 이 얘기도 전혀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한편에선 그동안 기업인들이 권력자의 요구를 핑계 삼아 또는 권력자를 이용해 불법을 저질러 온 정경유착의 역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면엔 기업인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물론 그런 기업인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얼핏 생각하면 이 말도 옳고 저 말도 옳은 것처럼 보인다. 물론 어느 쪽도 틀린 말은 아니다. 양쪽 모두 근거가 있고 일리가 있는 얘기다. 그런데 한 쪽은 옳은 것처럼 들리고 다른 한 쪽은 그른 것처럼 들리는 것은 왜 그럴까.


 


문제는 이번 사건에서 과연 삼성이 준 돈이 뇌물이 맞느냐는 게 핵심이다. 뇌물이 맞다면 뇌물을 준 자와 받은 자 모두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게 현행법상 규정이다. 쌍벌죄이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뇌물로 판단했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국민들도 많다. 이유는 앞에서 이미 설명했다. 그러니 재판부와 이런 국민들의 인식 기준에서 상당한 괴리가 있다. 한쪽은 뇌물로, 또 한쪽은 어쩔 수 없어 갖다 준 돈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니 판결문을 보고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현실은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 법정의 판결은 존중돼야 마땅하다. 그게 민주주의 국가다. 다만 이번 판결도 최선의 판결이었기를 바란다.
어떻든 이번 판결과 이 부회장의 구속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우울하게 하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이는 이 부회장 개인에 대한 동정심 때문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정치 수준이나 현실에 대한 분노와 원망, 안타까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당초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어야 했다. 권력자든 기업인이든 정도(正道)를 걸었어야 옳다. 그건 우리나라의 비극이다. 정치 후진국에서나 있을법한 일이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그러니 국가로선 불행일 수 밖에 없다.
이제 관건은 리더가 수감돼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어떻게 경영 공백을 이겨내고 순항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제 단순한 일개 기업이 아니다. 코스피 시가 총액의 4분의 1, 국내 법인세수의 16% 안팎을 차지하는 거대 기업이자 대한민국호를 떠받치고 있는 튼튼한 기둥이다. 삼성전자가 가진 브랜드의 힘은 막강하다. 전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삼성(SAMSUNG)’ 이란 이름이 낯설지 않을 정도다. 해외에 나가 본 사람들은 삼성이 우리나라 기업이란 사실에 새삼 자부심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 삼성이 리더 부재로 맞은 위기를 얼마나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을지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금은 하루가 다르게 기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시대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으로 반도체 수요가 급증함으로써 세계 반도체 업계는 대형 인수합병(M&A)과 대규모 투자 등으로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생산업체인 엔디비아가 ARM을 인수하자 퀄컴은 칩의 중앙처리장치(CPU) 업체인 누비아(NUVIA)를 인수하기로 했다. 또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가 올해 250~280억 달러(약 27조~31조 원)의 설비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비상 상황에서 삼성이 과연 어떤 행보를 보일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이는 삼성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가란 문제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