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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마켓의 목소리] 길 찾기 어려울 때일수록 이정표가 중요하다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불안 요인은 물리적 공급망 붕괴를 초래했고, 지난 40년간 보지 못한 인플레이션을 몰고 왔다. 인플레에 이은 초고속 금리 인상은 세계 경제를 불황 국면으로 몰고 가고,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대 후반에 머무른다. 미국이나 일본도 상황은 같다. 세계적인 저성장 국면이다. 개인 자산 관리에 있어서도 신중하고 보수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할 때다.

 

WRITER 김주신

 

전 세계, 장기 불황에 빠지나
2022년은 그간 경험해보지 못한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불안 요인이 초래한 물리적 공급망 붕괴가 지난 40년간 보지 못한 인플레이션을 몰고 왔다. 인플레에 이은 초고속 금리 인상은 세계 경제를 불황 국면으로 몰고 가고 있다. 수출이 줄고, 투자가 줄고, 집값은 크게 떨어질 것이다. 그래서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대 후반이다.


미국, 일본 상황도 비슷하다. 세계적인 저성장 국면이다. 체감 경기는 더 어려울 것이다.

부동산 거품이 새해 본격적으로 꺼지기 시작할 텐데, 한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저성장이 1, 2년이 아니라 앞으로 상당히 오랫동안 장기화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런 가운데 2023년 새해 세계 경제에 대한 전망도 비관적이다. 당장 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떻게 종식될지 예측 불가능한 미지수다. 세계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중국이 코로나 감염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부동산 등 자산시장 붕괴 위기로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기술동맹, 경제동맹의 이름으로 미.중 갈등 대립구조를 고착화하고 있다.

 

이대로면 일본의 뒤를 따르게 된다
이런 상황들은 2023년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여전히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한국과 같이 가계 및 기업 부채가 많은 국가는 부실 채권 증가에 따른 금융 불안 위기까지 커지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50개국 장기 성장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경제성장률은 2040년대에는 0.8%, 2060년대에는 -0.1% 수준으로 예상되며, 국내 총생산순위(GDP)도 현재 12위에서 점점 뒤로 미끄러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한국 경제는 일본보다는 침체의 골이 깊지는 않겠지만, 이대로 간다면 방향 면에서는 일본과 유사한 길을 가게 될 수 있다.


한국은행 경제전망 수정에서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7%로 0.4%p 하향했다. 이에 대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2023년 성장률 전망치 큰 폭 하향 조정은 대외여건 악화에 따른 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올해 상반기 경기저점 이후 하반기부터는 경기회복 흐름을 예상한 가운데 국내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국내 경기 침체 장기화, 언제까지?
2023년 글로벌 경기 침체가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 경제가 어디로 갈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 경제는 내년에 L자형 경기 침체 국면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소비 위축, 투자 감소, 수익 축소, 실업 증가 등 실물경제 충격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긴축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기 침체가 오는 2024년 상반기까지 장기화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고 글로벌 수요 둔화로 무역수지 적자가 올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무역수지를 비롯한 한국 경제의 회복은 2024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인플레이션 상황이 개선되겠지만 고물가 상황이 올해에도 지속되면서 한국의 최종 기준금리는 3.75%를 넘어서면서 부동산 시장 경착륙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7월 6.3%로 정점을 찍은 뒤 5%대로 다소 하락했으나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인 2.0%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올해에도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고물가 상황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미국 달러화 강세가 다소 완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를 유지하면서 수입물가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미국 뉴올리언스 전미경제학회에 모인 세계 경제석학들은 “세계 경제가 플럭스(flux, 끊임없는 혼란) 상태에 놓여 있다”며 투자 리스크 축소를 주문했다. 개인 자산관리에 있어서도 신중하고 보수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할 때다.

 

고금리, 상당 기간 지속할 전망

길을 찾기 어려운 때일수록 이정표가 중요하다. 과연 경기 침체의 공포가 짓누르는 2023년은 어떻게 흘러갈까.


미국의 기준금리는 현재 4.5%, 한국은 3.25%다. 올해 미국은 5%까지, 우리나라는 3.75%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가 쉽게 꺾이지 않고 있어 올해 금리 인하를 시작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즉 현재의 고금리는 상당 기간 지속할 수 있다.


작년 12월 14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023년에 금리 인하 계획은 없다”고 했으며,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 대해서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종전의 입장을 강조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그 후 월가에서 벌어졌다. 매파 발언에 미국 국채 금리가 뛰어야 하는데 오히려 떨어지기 시작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19명 중 17명이 올해 미국 최종금리를 5% 이상으로 전망한 데다 누구도 금리 인하를 예상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시장이 연준을 믿지 못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펼치는 금리정책은 정부의 선별적 재정정책과는 다르다. 인상이든 인하든 금리변경은 경제주체 모두에게 무차별적인 영향을 준다. 금리 흐름의 방향을 바꾸는 데는 결정이 어렵지 한번 정하면 계속 간다. 연준이 긴축을 강하게 할 수 있는 근거는 강한 고용지표 때문이다. 실업률은 역사적으로 낮고, 임금은 상승하고 있으며, 구인건수도 여전히 견고하다고 평가하는 것이다.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도 지난해 통화정책을 전환했다. 고물가와 무역적자를 심화시킨 마이너스 금리, 다시 말해 ‘나쁜 엔저’를 용인하는 데 한계에 봉착한 일본도 여기에 동참했다. 일본 국채 금리는 상승했고, 엔화 가치는 올랐다.


세계 금융시장의 큰손이자 세계 3위 경제 대국인 일본의 정책전환이라는 충격파는 현재로선 예측불허다. 거대한 '리셋'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싼 엔 금리로 돈을 빌려 해외에 투자한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일본으로 쏠릴 가능성이 크다. 일본 국채가 안정적인 금리를 보장한다면 해외 자산에 환헤지 비용, 변동성 등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투자할 유인이 적다.
우리나라도 영향권이다. 국내 유입됐던 일본 투자자금 유출 가능성 때문이다.


글로벌 엔 캐리 트레이드는 현재도 진행 중인 글로벌 자산가격의 추가 하락 방아쇠가 될 수 있다. 최근 해외 투자가 늘어난 우리 경제로선 부담이다.


긍정적인 면도 있다. 한국과 일본, 중국 통화가치가 같이 움직이는 추세를 감안했을 때 원화 가치 또한 상승해 수입물가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다만 자본시장이 개방되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글로벌 돈맥경화’가 최대 위험요인이다. 오는 4월 이후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쳤을 때 해외에서 돈을 빌린 국내 은행·민간기업의 차환 부담은 더 커질 우려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