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영광군에 있는 불갑산(516m)은 사시사철 아름다운 야생화가 핀다. 영광군에서는 상사화 군락지인 불갑산의 자연환경을 토대로 매년 9월, 불갑사 관광지 일원에서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를 개최한다. 상사화는 잎과 꽃이 번갈아 피는 까닭에 서로를 그리워한다는 의미의 전설이 전해지는 꽃이다.
EDITOR 방제일 사진&자료 : 영광군 제공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는 세계 최대의 상사화 군락지를 활용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가을꽃 축제이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하여 2001년부터 ‘영광 불갑산 상사화 꽃길 등반대회’로 시작해 2005년부터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로 발전해 전라남도 대표축제로 선정되는 등 명실공히 대한민국 대표 가을꽃 축제로 자리 잡았다.
330만㎡ 불갑산 물들이는 상사화
가을이면 불갑산의 330만㎡에 달하는 지역이 상사화의 일종인 석산(꽃무릇)으로 붉게 물든다. 석산은 돌 틈에서 나오는 마늘을 닮았다는 뜻에서 유래했으며, 꽃무릇은 나무 아래 무리 지어 핀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석산은 9월 초순에 꽃대가 올라와 추석 전후로 절정을 이룬다.
국내 최대 상사화 군락지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프로그램
올해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는 9월 15일부터 24일까지 열흘 간 개최된다. 온 산을 붉게 수놓는 상사화와 함께 꽃길 걷기, 꽃 맵시 선발대회 등의 대표 프로그램과 다양한 공연과 체험행사, 전시가 펼쳐진다.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의 대표프로그램으로는 상사화 군락지에 사랑을 주제로 테마 및 스토리텔링 부여하고 관광객과 함께 걸으며 기념품도 증정하는 ‘상사화 꽃길 걷기’을 꼽을 수 있다.
여기에 ‘인도 공주와 경운 스님의 사랑을 주제로 퍼레이드를 연계한 상사화 축제 기념식 주제공연’과 ‘상사화 소원 燈(등) 달기’도 대표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다양한 체험 행사도 진행된다. ‘가상․증강현실 체험(VR/AR) 체험, 상사화 SNS 사진 인증샷 이벤트, 상사화 도자기 체험, 상사화 염색 체험, 상사화 우체통 편지쓰기, 상사화 캐리커처, 상사화 화관 만들기, 짚 공예체험’ 등이다.
문화행사로는 ‘산림문화박람회, 전남 먹거리장터 운영을 위한 품평회, 상사화 라디오, 상사화 예술제, 소원성취 사랑의 연줄 드리우기, 영광군 바로 알기 관광문화역사 해설’ 등이 진행된다. 전시 행사로 상사화 주제관도 열린다.
특히,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청춘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도입과 미디어 파사드, 상사화 별빛 야행 등 야간 프로그램 강화로 더욱 다채롭게 관광객을 맞이할 계획이다.
2023년 전라남도 대표축제로 자리 잡은 상사화 축제
올해로 23회째인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는 온·오프라인 콘텐츠를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축제, 다회용기·전자 리플렛을 활용한 친환경 축제 구현, 추억의 축제 아카이빙, 교통편의 강화, 이동식 화장실 등 편의시설 확충, 야간경관 전체 확대할 예정이다. 매년 6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이 축제는 전라남도 대표축제를 넘어 문화체육관광부 대표축제로 도약하고 있다.
특히,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는 목포항구축제, 여수거북선축제 등과 함께 2023년 도 대표축제 10선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대표축제를 미선정한 2021년을 제외하면 2018년∼2020년, 2022년에 이어 5회 연속 선정된 것이다. 그만큼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는 많은 관람객이 방문한다.
지난해 9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 만의 기다림 끝에 개최한 상사화 축제는 10일 동안 계측기 집계 결과 40만 3,028명의 관광객이 다녀가 엄청난 인기 속에 마무리됐으며, 최대 7만 4,520명의 일일 관광객 수를 기록하기도 하였다.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하는 상사화 설화
불갑사에는 상사화와 관련된 설화가 전해진다. 불갑사에서 수행하던 ‘경운’이라는 스님이 불갑사를 창건한 마라난타 존자의 고향인 간다라 지역으로 유학을 떠난다. 스님은 법회에서 만난 간다라 지역 큐샨 왕의 공주와 서로 첫눈에 반하게 된다. 그러나 이 소식을 들은 왕은 스님에게 추방령을 내린다. 이 소식에 공주는 스님에게 ‘내세에서라도 사랑을 맺자’며 작은 화분에 참식나무 한그루와 작은 씨앗을 선물로 준다.
불갑사로 돌아온 스님은 ‘같이 있어도 같이 하지 못하듯 함께하지 않아도 같이 있음’을 되뇌면서 나무 아래서 열반을 든다. 9월이 되자 스님이 정성껏 길렀던 참식나무 밑에서 꽃이 피어나는데,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스님들은 경운 스님의 사연을 떠올린다.
푸른 잎과 붉은 꽃이 번갈아 피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상사화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 모습이 스님의 절절한 사랑과 닮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사화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이란 꽃말을 갖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