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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종주국 무시하는 중국 e스포츠계..지난 10년간 무슨 일 있었나

지난 29일(월) 한국 e스포츠 팀 소속 선수가 개인 SNS를 통해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는 발언을 게시한 이후 중국은 한국의 리그 오브 레전드(LoL) 프로리그 중계 중단을 공식 선언했다.

 

이번 리그오브레전드 리그 방송 중계 중단이 문제가 되는 건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중계는 기업의 홍보채널로서 후원과 협찬의 이유가 되는 데다, 대중의 이목을 끄는 창구 역할을 하면서 해당 종목의 흥행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기초 인프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그간 e스포츠 종주국을 자처해왔다. 따라서 e스포츠 선수를 배출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게임 콘텐츠를 개발하고 공급하며 시장을 키우는 역할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한국을 제치고, 10여 년 전 한국에 협력을 요청하던 중국이 그 자리를 꿰찼다.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종목으로 선정된 일곱 개 콘텐츠는 모두 중국의 지분인수 또는 자국기업 등으로 연관된 게임사의 IP였다. 한국 기업의 콘텐츠는 단 한 개도 없었다. 이쯤되니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가 진정한 e스포츠 종주국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10여 년 전, 중국은 한국과의 협력을 최우선으로 했다. 반면 한국은 중국을 '한 수 아래'로 치부하며 대회 명칭이나 게임 콘텐츠의 지분 팔기 같은 당면 이익에만 치중했다. 

 

방송 플랫폼은 어땠나.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스타크래프트 일변도로만 콘텐츠를 만들며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않았고, 게임방송국은 휴방하기에 이르렀다. 

 

정부는 또 어땠나. 우리 정부 기관·단체 등은 '게임 중독'이라는 프레임에 스스로를 가두고, 실용적인 비전으로 4차 산업의 핵심인 게임콘텐츠 개발·대회 등 활성화 노력은 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한 처사다.

 

만약 다시 10년 전으로 돌아가 중국과 적극 협력해 게임 산업을 선도한다면 e스포츠 종주국 지위는 더욱 공고해졌을 것이고, 방송 중계 중단이나 아시안게임에서 자국 콘텐츠를 한 종목도 넣지 못하는 수모는 없었을 일이다.

 

 

반면 민간 단체는 지난 10여 년간 외로이 고군분투해왔다. 국제e스포츠진흥원(이사장 전옥이, 이하 진흥원)은 중국과 법인을 만들어 한·중 공동으로 중국에 인프라를 깔았다.

 

△이스포츠 학과 설립 △자격증 개발 △커리큘럼 개발 △공동 이스포츠 대회 △이스포츠 관련 한국 연수 등 중국만이 아니라, 한국의 e스포츠 산업을 선도할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했다.

 

한중 관계가 나빴던 사드 시기에 만든 e스포츠 학과에서는 한국인 강사가 한국어로 강의해 졸업생을 배출했다. 교육프로그램 개발에도 한국인 교수와 감독, 코치 등이 합류했고 중국과 공동으로 교육, 게임 실전 교재 등을 만들었다.

 

 

그뿐인가. △중국 e스포츠 자격증 20개 종목 △이스포츠 공동표준화 지원 △23개 성 e스포츠 대표단 한국 입국 연수 △CKEC 대회 중국 128강, 한국 인천 64강 결승전 △텐센트 △완미세계 △중국온라인서비스산업협회 △정부 심의기관 등과 협업해 산업을 이끌고 있다.

 

진흥원은 최근 충남문화관광재단(대표 서흥식)과 업무협약을 맺고 e스포츠 관련 관광과 박람회, 대회 등을 만들기로 했다. 전옥이 이사장은 "충남과의 업무협약이 제대로 성사된다면 중국의 중계 중단도 문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 이사장에 따르면 이미 e스포츠 관광에 관련 영상을 제작해 중국 여행사에 배포했고, 텐센트와 완미세계, CKEC대회 법인 등이 충남과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합의했다.

 

더불어 전 이사장은 "국제e스포츠진흥원과 중국이 진행하는 e스포츠 업무는 문제없다"고 강조하면서도 "다만 진흥원이 저작권이나 대회 명칭 사용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강점을 살려, 수익 없는 껍데기 행사는 진행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지난 연말, 고척돔에서 진행했던 롤드컵을 겨냥한 발언이다. 당시 정부와 전세계 e스포츠 팬들이 찾아와 국가적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했지만, 수익은 기대에 한참 못미쳤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마저도 경제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면 개최 자격을 포기하기까지 하는 시대라는 점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견해다.

 

그러나 중국 굴지의 관련 업계와 협력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텐센트, 완미세계, 판호(심의)기관, CKEC 대회·왕홍(인플루언서) 등이 한국의 박람회, 이스포츠 대회 등에 참가한다면 말이다. 

 

한국 게임은 최근 4년째 중국 정부 정식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드라마, 영화 등의 콘텐츠가 사드 이후 승인 없이 진출하게 된 것과는 반대다. 게임 산업도 이처럼 진출할 수 있다면 또 어떨까.

 

우리는 중국과의 협력에서 우위를 가질 기회를 놓쳤다. 그러나 e스포츠 산업은 늦었다고 포기할 수 있는, 포기해도 되는 분야가 아니다. 정부의 인식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 그리고 늦은 만큼 이미 10년 간의 내공을 쌓은 민간단체를 적극 활용하는 용병술의 묘미를 발휘할 때다.

 

정길종 
뉴스아이이에스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