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대진 편집국장 | 은행의 대출 금리는 올라가는데 예금 금리는 거꾸로 떨어지고 있다. 예대 마진폭이 커지면서 금융소비자는 봉이 되고 은행만 앉아서 배를 불리는 꼴이다.
가계 대출을 관리하라는 금융 당국의 압박에 대출 금리를 높인 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낮추고 있다. 시장 금리가 하락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은행들은 최근 예금 금리를 최대 0.2%포인트까지 내렸거나, 이번 주부터 내릴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4일부터 상당수의 예금상품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라 은행채 등 시장 금리 하락 폭이 커 예금 금리에 반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앞서 신한은행도 지난 2일부터 만기 3년 이상인 예금상품의 기본금리를 최대 0.2%포인트 낮췄다. 하나, 우리, NH농협 등 나머지 시중은행들도 예금 금리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 연준이 다음 달 기준금리 인하를 강력하게 시사하면서 시장 금리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일 기준 5년 만기 은행채 금리는 3.204%로 열흘 전인 지난달 19일(3.345%) 대비 0.141%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은행의 대출 금리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6.5% 수준이다. 한 달 전 3.7∼6.6%에 비해 가장 낮은 금리가 0.3%포인트 이상 올랐고, 3%대 상품은 아예 사라졌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 경기가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자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 억제를 주문한데 따른 조치다.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가 거꾸로 움직이게 된 것은 정부 탓이 크다. 5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지난달 역대 최대인 7조6,000억 원 증가한 것도 정부의 선심성 저금리 정책대출 대폭 확대에 영향을 받았다. 여기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9월로 두 달 늦춘 것도 가세했다. 결국 폭증하는 가계 대출을 하루 아침에 막으려다 보니 부작용이 생긴 것이다. 금리가 떨어지는 시기에 대출 금리는 올려야 하는 기현상을 불러왔다.
이에 따라 지난 5, 6월 연속 줄어들었던 시중은행의 예대 마진도 7월에는 더 벌어졌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가 거꾸로 가는 기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시장 금리가 낮아져 예금 금리는 떨어지겠지만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서 대출 금리를 낮추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