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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의 품격

(김주형이 '제네시스 챔피언십' 대회에서 드라이버 티샷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KPGA)

 

 

‘스타’에겐 그만한 품격이 있다. 우리가 아무에게나 ‘스타’라고 하지 않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단지 인기만 있다고 스타는 아니다. 특히 골프 스타에게는 그에 어울리는 실력과 매너가 갖춰져야 한다.

김주형(22)도 그런 의미에선 진정한 스타라고 하기엔 모자란 듯 하다. 물론 김주형이 무슨 스타냐고 반박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김주형이 진짜 스타인지 아닌지는 차치하고라도 , 적어도 스타급 선수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의 골프 이력이나 선수 경력이 이를 증명한다.

10월 24~27일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에서 열렸던 ‘제네시스 챔피언십’ 대회에서도 그를 따라 다니는 팬과 일반 갤러리들이 많았다. 일반 선수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런 김주형이 안병훈과 가진 연장전에서 패하고 난 뒤 골프장 로커룸에 들어가 사고를 쳤다. 로커문을 세게 잡아당기는 바람에 경첩이 망가져 문짝이 떨어져 버린 것이다. 로커문을 사용해 본 사람들은 알지만 그 문이 그렇게 허술한 것은 아니다. 문이 열리지 않으면 로커룸을 관리하는 관리자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하면 된다. 그걸 그렇게 세게 잡아당겨 경첩이 망가질 정도라면 도대체 얼마나 화가 나 있었을까.

골프는 매너를 중시하는 스포츠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에 상응하게 매너를 갖춰야 한다. 실력만 좋고 매너가 없으면 어디서도 환영을 받지 못한다. 더구나 골프를 직업으로 하는 프로 선수라면 매너는 필수다.

물론 그 시점에서 김주형이 화가 나 있었다는 점은 이해한다. 그러나 아무리 화가 나 있었다고 하더라도 로커문을 망가뜨릴 정도로 화풀이를 해선 안된다. 화가 난다고 그런 식으로 분풀이를 하면 뭐가 남아나겠나.

그를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들은 그가 연장전에서 패했지만 정말 멋진 매너를 보여주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게 진정한 선수요, 스타다운 모습이다.

그런데 김주형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아직은 수양이 더 필요하다. 그런 식으로 아무리 좋은 성적을 거둬봐야 진정한 스타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김주형의 어머니는 KPGA 투어에 연락해 “수리비가 들 경우 배상하겠다”고 밝혔지만, 골프장 측에선 “수리 비용이 적어 따로 받을 필요는 없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게 과연 수리 비용만의 문제인가. 비용도 비용이지만, 사과가 우선 아닌가. 만약 일반 아마추어 골퍼가 그런 일을 저질렀다면 골프장 측에서 그렇게 대응했을까. 수리비를 배상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출입 금지 조치가 내려졌을 것이다.

KPGA는 수리비 배상 여부와 관계없이 김주형의 이날 행동에 대해 진상 조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조사를 마치면 상벌위원회 회부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는 전언이다.

KPGA에서 합리적인 조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이 기회에 김주형도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기를 바란다.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선 안된다. 누가 봐도 이런 행동은 쉽게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가 대회를 마치고 1주일간 국내에 머무른다고 하니 짬을 내서 골프장에 찾아가 진정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는 대지 말라. 진정으로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뉘우친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본다.

구설에 오른 채 흐지부지 미국으로 떠나버리면 그에겐 주홍글씨가 될 수 있다. 자신이 잘못한 일은 분명하게 사과하고 용서를 빌자. 그게 정도(正道)다.

그래서 그가 심기일전한다면 새로운 선수로 태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스타는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스타가 될 만한 실력과 매너를 갖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스타가 된다.

김대진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