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양하영 기자 | 홀트아동복지회(회장 신미숙)는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편견에 직면한 미혼모가 자녀를 안전하게 출산하고 양육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위기임산부 및 영아 지원 캠페인 ‘280일, 아기를 지키는 시간’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아기를 뱃속에 품고 아기가 세상에 나오기를 기다리는 280일. 누군가에게는 그 시간이 매 순간 아기의 숨결을 느끼며 아기와의 만남을 하루하루 손꼽아 기다리는 시간이지만, 가족의 외면과 주변의 따가운 시선으로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미혼모들에게는 매 순간 아기의 존재를 숨기며 두려움의 눈물을 흘려야 하는 시간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아기를 유기한 죄로 진행된 판결문 58건을 분석한 결과 아기를 유기하는 첫 번째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39%)이었으며 두 번째는 출산 사실이 주위 사람들과 가족들에게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서(30%)였다. 

세상의 외면과 편견 속에 임신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운 마음은 이들을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로 내몬다. 최근 2년간 진행된 분만 후 영아 살해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공개된 11건 중 7건이 미혼모였으며, 출산 장소는 주거지 화장실이나 건물 화장실 등 병원 밖에서 출산한 경우가 51%였다. 이는 산모와 영아의 안전보다 출산 사실이 알려지는 게 두려웠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엄마’라는 이름으로 용기를 내어 소중한 아기를 지키기로 결심한 미혼모 수는 2만 132명(통계청 인구총조사 2022년 미혼모 수)이다. 경제적 어려움과 두려움으로 아기를 포기하고 싶었지만, 매일 밤 아기의 태동을 느끼며 어느덧 아기는 그녀들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오는 7월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 시행을 앞두고 있다. 출생통보제는 아동의 출생신고가 누락되어 미신고 아동(‘유령아동’)이 생기지 않도록 의료기관이 출생 정보를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도록 하는 제도다. 보호출산제는 미성년자나 미혼모 등 사회·경제적 위기에 처한 산모가 신원을 밝히지 않고도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두 제도 모두 아동이 유기되거나 사망하는 일을 방지하고 위기임산부와 아기를 보호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하지만 제도 시행만으로는 이들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없다.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편견에 맞닥뜨린 미혼모는 어떤 도움도 없이 혼자 아기를 지켜내야 한다. 벼랑 끝에 내몰린 위기임산부와 영아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지원과 사회인식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소중한 생명을 지켜낸 미혼모들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의미를 담은 이번 ‘280일, 아기를 지키는 시간’ 캠페인은 일시후원과 정기후원 모두 참여할 수 있다. 일시후원은 2,800원 소액기부로도 참여가 가능하며 후원을 통해 위기임산부에게 ‘280일 상자’를 보낼 수 있다. 

‘280일 상자’는 출산 및 양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위기임산부와 영아를 양육하고 있는 미혼모들에게 제공되는 아기 기저귀와 분유 등 양육물품 상자를 말한다.

캠페인 참여를 통해 적립된 후원금은 위기임산부의 산전진료비 및 의료비, 생계 및 주거비, 출산 및 양육물품(‘280일 상자’) 지원에 사용될 예정이다.

신미숙 홀트아동복지회장은 “출산을 앞둔 모든 엄마와 태어날 아기는 보호받아야 하며, 안전한 환경에서 양육되어야 한다”며 “위기에 처한 미혼모와 아기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이번 캠페인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홀트아동복지회는 1972년부터 미혼한부모 지원사업을 시작했으며, 한부모지원센터 및 한부모가족복지시설 6곳을 통해 준비되지 않은 임신과 출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부모가정을 지원해오고 있다. 특히, 긴급지원이 필요한 위기미혼모와 아기의 건강한 일상 회복을 돕기 위해 ‘위기미혼모자 긴급지원사업’ 참여자를 연중 수시로 모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