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대진 기자 | 작년 소매판매액이 21년만에 최악으로 부진했다. 1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S)에 따르면 작년 1∼11월 소매판매액 지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 감소했다. 이는 '신용카드 대란' 사태로 소비가 얼어붙은 2003년 -3.1% 이후 21년만의 가장 큰 폭 하락이다.
소비 부진은 내구재·비내구재·준내구재 등 상품 종류를 불문했다. 내구재·비내구재·준내구재 소비가 2년 연속 모두 감소한 것은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없던 일이다. 그만큼 최근 내수 부진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이번 소비 절벽은 자동차·가전 등 내구재와 의복 등 준내구재,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를 포함해 모든 상품군에서 예외 없이 나타나고 있다.
작년 1∼11월 내구재와 준내구재·비내구재 소비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2.8%, 3.7%, 1.3% 줄었다. 2023년에 이어 2년째 동반 감소다.
내구재·준내구재·비내구재가 2년 연속 감소한 것은 1995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처음이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모든 상품군 소비가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바로 이듬해 반등했다.
내구재인 승용차 소비는 2023년 7.6% 늘었지만 작년 6.5% 줄며 감소세로 돌아섰다. 보합(0.2%) 수준이었던 준내구재 의복 소비도 작년 3.2% 감소 전환했다.
대표적인 비내구재인 음식료품은 고물가 여파로 소비가 부진했다. 2023년(-1.8%)에 이어 작년에도 2.5% 줄며 낙폭을 키웠다.
음식료품 소비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6년부터 2021년까지 16년 연속 증가했지만 최근 3년째 뒷걸음질 치고 있다.
서비스 소비도 둔화세가 뚜렷하다. 작년 1∼11월 서비스 생산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회복세가 뚜렷했던 서비스 생산 증가율은 같은 기간 기준으로 2022년 정점(6.9%)을 찍은 뒤 2023년 3.4%로 둔화한 데 이어 작년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재화와 서비스 소비는 번갈아 가면서 증감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지만 최근에는 동시에 부진한 상황이다.
작년 10월 이후 잇따른 기준금리 인하로 내수 회복 기대감이 퍼지기도 했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로 소비 심리는 다시 얼어붙었다.
통계청 속보성 지표인 나우캐스트에 따르면 지난달 21∼27일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1년 전보다 1.5% 감소했다. 전달 마지막 주와 비교하면 9.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연말 신용카드 이용 금액이 증가세인 점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