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고래'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
지이코노미 김대진 기자 | 동해 심해 석유ㆍ가스전 개발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1차 탐사 시추에서 경제성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7개 유망구조(석유ㆍ가스가 발견될 가능성이 있는 구조) 중 석유와 가스가 가장 많이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돼 최초 시추가 이뤄진 곳에서 경제성을 확인하지 못했다. 이에따라 나머지 6곳의 유망구조 시추를 위한 예산 확보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여 동해 심해 석유ㆍ가스전 개발 사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왕고래 1차 탐사 시추 작업 결과 가스 징후가 일부 있음을 확인했지만 규모가 유의미한 수준,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47일간의 시추 작업이 이달 4일 끝났는데, 매장된 석유와 가스의 경제성을 판단하는 데 핵심이 되는 '탄화수소 가스포화도' 수치가 상업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는 지난해 12월부터 동해에 석유·가스 매장을 확인하기 위한 시추 작업을 했다. 경북 포항에서 동쪽으로 40㎞ 떨어진 곳에서다.
정부는 채취한 시료를 일부 분석한 결과 경제성을 판단하는 기준치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 관계자는 “탄화수소의 가스포화도 수치가 경제적으로 생산 광구로 전환하거나 추가적인 탐사 시추를 할 정도의 수치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는 전문 용역사와 이달 중 계약을 맺고 채취한 자료의 정밀 분석에 들어간다. 정부는 5~6월 중간결과를 발표한다.
정부는 해외 투자를 유치해 남은 6곳 유망구조에서 추가 시추를 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사업 신뢰성에 의문을 품고 있어 해외 투자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3월부터 투자 유치를 할 계획이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사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산업부 관계자는 “입찰을 하고 싶으니 관련 자료를 보여 달라는 복수의 메이저 기업들이 있었다”고 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지난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정부는 유망구조 7개에 최대 140억 배럴의 가스와 석유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당시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동해 석유·가스전의 매장 가치가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수준(약 2,200조 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 측은 “당시 발표는 생각하지 못한 정무적 영향이 개입되는 과정에서 (안 장관의) 비유가 많이 부각됐다”며 “의도하지 않았지만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지난해 12월 16일, 부산 남외항에 정박 중인 시드릴사의 '웨스트 카펠라호'를 방문해 시추작업 준비현황을 직접 점검하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사진 제공: 한국석유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