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문채형 기자 | 지이코노미는 지난 11일과 16일 보도에서 광신건설(회장 이경노)의 하도급 갑질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후 본지 취재팀과 법조팀은 피해 하청업체와 함께 계약서를 비롯한 서류, 녹취록, 내용증명 등 주요 자료를 면밀히 검토하며 법적 쟁점과 리스크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단순한 분쟁을 넘어선 ‘계획된 갑질’의 흔적을 다수 확인했다. 이번 사안은 건설업계의 고질적 병폐를 넘어, '신박한 신상(新商) 모럴해저드'로 규정될 만한 수준이라는 게 취재진의 판단이다.

◇ 광주 본사 호출에서 시작된 ‘수순’
계획된 갑질은 협력업체 선정 직후부터 시작됐다. 시흥 조남동 현장이 이미 개설되어 있었음에도, 광신건설은 하청업체 대표를 굳이 광주 본사로 불러 ‘면접’을 진행했다. 가까운 현장에서 확인해도 충분한 상황에서 본사 호출을 한 것은 ‘권력 과시’ 성격이 짙다는 게 피해자의 설명이다.
당시 광신건설 측은 “적자임에도 시흥 현장을 맡은 건 탑다운 공법을 배우고 신탁사 발주 일을 하기 위해서다. 호텔과 투자사 일감도 이어질 것”이라며 강행 배경을 밝혔다. 하청업체 대표는 “말보다 실천”이란 생각으로 직접 현장에 상주해 기준층 셋팅까지 책임졌지만, 이후 돌아온 것은 의도적인 압박이었다.

◇ 날씨마저 무시한 보양 강요
현장 기록과 단체방 캡처에는 기이한 지시들이 반복된다. 2023년 3월, 낮 최고 10도까지 오르는 포근한 날씨에도 광신건설 현장 담당자는 야간 급열 난방 보양과 주간 살수 보양을 동시에 강요했다. “중동에서도 이렇게는 하지 않는다”는 하청 측 항의에도 “까라면 까라”는 식으로 밀어붙였다. 이는 단순한 기술 지시가 아니라, 불필요한 비용과 부담을 전가하는 전형적인 갑질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 기성금 지급 회피와 대여금 덫
더 본질적인 문제는 돈이다. 광신건설은 정상적인 기성금 지급 대신 특정 항목을 빼서 재입찰에 부치거나, 기성금을 의도적으로 줄여 지급을 회피했다. 부족분은 ‘대여금’ 형태로 빌려주며, 선급금 신청을 유도하고 보증증권 수수료까지 떠넘겼다.
실제 현장은 2022년 12월 개설됐으나, 토목공정 지연으로 기성을 뜰(대금 결제) 상황이 아니었다. 하청업체가 “투입된 관리비와 인건비를 어떻게 정리하는 게 맞느냐”고 묻자, 광신건설은 선급금 신청을 권유했다. 총 6억 원을 신청했는데, 2억 원씩 세 차례 나눠 지급받을 때마다 선급금 보증보험증권을 발급·제출해야 했고, 그 비용만 700만 원, 650만 원, 600만 원 등 총 2천만 원가량이 소요됐다. 하청업체는 “정상적인 기성금으로 지급했더라면 애초 외부로 새는 비용은 없었을 것”이라고 토로한다.
이런 구조는 처음부터 하청을 옭아매기 위한 설계된 수법으로 의심된다. 피해업체는 “받아야 할 돈은 기성금인데, 어느 순간 빌린 돈처럼 돼버렸다”고 호소한다.
◇ 추가 공사비 누락과 설계 변경 무시
과다한 동절기 보양으로 인해 발생한 연료비 급증, 보양용 천막 설치·해체 비용, 난방기 급유 및 관리 인건비, 공기 단축을 위한 추가 노무비, 그리고 현장 대리인의 지시에 따라 과투입된 인건비 등은 줄줄이 정산에서 누락됐다.
특히 하자보증증권 발급을 기성금 지급 조건으로 내건 점은 업계에서도 “상식 밖”이라는 평가다. 공사 중 보증증권을 요구하는 사례는 전례를 찾기 어렵다.
◇ 회장 면담, 그리고 내용증명
사건의 전개 과정 역시 치밀했다. 하청업체는 올해 4월 12일 수기 편지를 통해 어려움을 호소했고, 이어 4월 30일 광신건설 회장과의 면담이 이뤄졌다. 당시 회장은 “열심히 해서 준공 맞춘 건 고맙게 생각한다. 아쉽지만 공사 중지도 있었고 여러 사정이 있지 않았느냐. 그래도 우리 광신은 할 건 지불하는 회사다. 관계자와 잘 협의해라”라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 갔던 썰, 소송했던 썰 등 경험담”을 늘어놓으며, “여기가 말이 주식회사지 내 개인회사나 다름없다. 추후 내가 일 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줄 수 있으니 잘 마무리하라”는 발언도 했다.
그러나 적정한 정산을 기다리던 하청업체 앞에, 광신건설은 돌연 “기성금이 과지급됐다”며 11억 2천만 원 반환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해당 내용증명은 피해업체가 요구한 추가공사분은 쏙 빼고, 광신건설이 인정하는 부분만 반영했으며, 미시공분은 전액 삭감한 것이었다. 이에 피해업체는 곧바로 반박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이 과정은 단순한 갈등 조정이 아니라, 애초부터 법적 분쟁으로 몰고 가기 위한 포석이었다는 정황이 짙다. 이후 광신건설은 일방적인 공문과 회장의 재차 면담 제안으로 대응했지만, 회장은 “줄 수 있는 금액은 정해져 있다”며 추가 정산 의지가 없음을 천명했다.
◇ 녹취록에서 드러난 비아냥
광신건설의 계획되고도 신박한 신상 갑질의 전모는 외부 언론사와의 녹취록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광신건설 측 관계자는 하청업체를 향해 “그렇게 억울하다면 진작에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지, 언론플레이부터 진행했다”라며 비아냥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는 협력업체의 절박한 호소를 진지하게 검토하기는커녕, 처음부터 법적 소송으로 몰아넣고 책임을 회피하려 했음을 방증한다.
◇ 부도 위기로 내몬 구조
지금 하청업체 대영건업은 부가세 미납으로 영업정지와 압류가 진행 중이고, 회사 부도는 물론 대표 개인 파산까지 고려해야 할 처지다. “하도급 갑질이 한 가정과 회사를 풍비박산 냈다”는 호소가 과장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 ‘계획된 갑질’의 실체
계약 구조부터 기성금 지급 방식, 설계 변경 무시, 보증증권 요구, 그리고 ‘법적 분쟁’을 기정사실화한 대응까지 일련의 과정은 우연이라 보기 어렵다. 광신건설은 협력업체의 노하우와 노동력을 극대화로 활용한 뒤, 금전적 보상은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일관했다.
이는 단순한 불공정 거래가 아니라, 치밀하게 설계된 수순에 따른 ‘신박한 신상 모럴해저드’라 부를 만하다.
지이코노미는 광신건설의 하도급 갑질 문제를 단순한 기업-하청 갈등이 아닌 산업정책과 법치주의 차원에서의 사회적 의제로 규정한다. 후속 보도에서는 녹취록 분석, 피해자 인터뷰, 법적 쟁점 검토를 통해 광신건설의 민낯을 더욱 심층적으로 고발할 예정이다. 광신건설 하청 피해자의 제보를 기다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