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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나오자 계약 해지… KB손보, 보험금 분쟁에 ‘책임 회피 시스템’ 가동했나

계약 땐 문제없다더니 질병 오자 판단 번복
보험금 청구 뒤 고지의무·해지 카드 꺼내
설계사 인수 뒤집고 책임은 계약자에 전가
반복 제보 속 KB손보 관행 도마 위

지이코노미 최영규 기자 | 보험 가입 당시에는 “문제없다”며 계약을 승인해 놓고, 보험금 청구 국면에 이르자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지급 거절과 계약 해지로까지 이어지는 KB손해보험(대표이사 사장 구본욱)의 보험금 처리 관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해당 문제를 지적한 언론 보도 직후 계약 해지 통보가 이뤄지면서, 보험사의 대응이 정당한 심사 절차인지, 아니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압박성 조치인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지이코노미는 어제(5일자) 「KB손보 보험금 지급 논란… “문제없다던 계약, 질병 오자 달라졌다”」 제하의 보도를 통해, KB손해보험이 계약 체결 단계에서는 위험을 인수해 놓고도 질병 발생 이후 판단을 뒤집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당시 기사에서는 보험 계약의 본질인 ‘인수 책임’이 사고 이후 사실상 실종됐다는 점을 핵심 쟁점으로 짚었다.

 

해당 보도에서는 △가입 전 병원 진료 사실이 설계사를 통해 공유됐음에도 인수 단계에서 별다른 확인 없이 계약이 체결된 점 △보험금 청구 이후에야 고지의무를 문제 삼으며 방문조사와 추가 심사를 요구한 점 △질병과 직접적 인과관계가 불분명한 약 처방 이력까지 지급 거절의 근거로 삼은 점 등이 문제로 제기됐다.

 

그런데 이 같은 문제 제기가 공개된 직후, 해당 계약자는 KB손해보험으로부터 보험 계약 해지 예정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보험금 지급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공론화되자, 보험금 심사를 넘어 계약 자체를 종료하는 방식으로 대응한 셈이다. 계약자 측은 “기사에서 제기된 문제에 대한 설명이나 해명은 없었고, 곧바로 계약 해지 통보가 날아왔다”며 “보험사의 책임 회피 구조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장면”이라고 말했다.

 

계약자는 보험 가입 이전 3개월 이내 병원 통원 치료 사실과 병원명, 증상, 처방 약물까지 설계사에게 모두 설명했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KB손해보험은 추가 확인이나 인수 조건 없이 계약을 승인했다. 보험업계에서 인수는 보험사가 위험을 평가하고 감수하겠다는 의사를 확정하는 핵심 절차다. 인수가 완료됐다는 것은 그 판단에 대한 책임 역시 보험사가 부담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KB손해보험은 질병 발생 이후 해당 치료 이력을 문제 삼아 ‘청약서상 고지 누락’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고, 나아가 계약 해지까지 통보했다. 가입 당시에는 받아들였던 정보를 사고 이후에 불리하게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인수 책임을 사후적으로 계약자에게 전가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특히 문제가 된 이뇨제 처방의 경우, 의료계에서는 고혈압·심부전 등 다양한 임상 상황에서 폭넓게 사용되는 범용 약물로 분류된다. 구조적 심장질환과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를 보험금 지급 거절의 핵심 근거로 삼는 것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계약자는 방문조사 통보 과정에서 “계약자 조사에 앞서 가입 당시 설계사와 어떤 질문과 답변이 오갔는지 통화 녹취부터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보험 계약의 핵심은 고지의무 이전에 ‘무엇을 물었고, 어떤 설명이 있었느냐’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KB손해보험은 인수 과정에 대한 내부 검증보다는 고지의무 위반이라는 결론을 전제로 절차를 진행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보험 전문가들은 “가입 전 병원 진료 사실이 이미 공유됐다면, 보험사는 그 시점에서 위험과 약 처방의 의미를 검토해 인수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며 “사고 발생 이후 이를 문제 삼는 것은 스스로의 인수 판단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런 방식이 반복될 경우 보험 계약은 위험 분산 장치가 아니라, 사고 발생 시 책임을 소비자에게 돌리는 구조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이코노미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KB손해보험의 보험금 지급 및 계약 해지 관행이 개별 분쟁을 넘어 구조적 문제는 아닌지 지속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가입 당시 설계사에게 병력과 치료 사실을 알렸음에도 사후적으로 고지의무 위반을 주장한 사례 △보험금 청구 이후 방문조사와 계약 해지로 이어진 사례 △약관과 법 조항을 앞세워 일방적 불이익을 준 사례 등에 대한 제보를 바탕으로 추가 취재와 후속 보도를 이어갈 방침이다.

 

보험은 약속을 전제로 작동하는 제도다. 그 약속이 사고 이후에야 흔들린다면, 문제는 개별 계약자가 아니라 보험사의 판단 구조와 책임 시스템에 있다. KB손해보험이 제기된 의문에 어떤 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