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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특별기획]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시대, 언제 오나

-한국은행 20일 참여기업 확정하고 8월부터 모의실험, 연말까지 마칠 계획 
-각국 중앙은행 CBDC 도입 여부와 장단점 검토 중, 도입 시기와 형태 각각 다를 것 

 

[경제특별기획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시대, 언제 오나

 

-한국은행 20일 참여기업 확정하고 8월부터 모의실험, 연말까지 마칠 계획 
-각국 중앙은행 CBDC 도입 여부와 장단점 검토 중, 도입 시기와 형태 각각 다를 것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가 화제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다. 흔히 돈이라고 하면 화폐 즉, 지폐와 동전을 떠올린다. 이는 세계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올 초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광풍이 몰아치면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CBDC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6월 11일 한은 창립 71주년 기념사에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CBDC 도입 필요성이 더욱 커질 수 있는 만큼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며 “CBDC 모의실험에 착수해 기능과 활용성을 차질 없이 테스트해 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한은은 지난해부터 CBDC 연구를 진행해왔으며 지난달 20일 CBDC 모의실험에 함께 할 참여 기업을 확정하고, 8월부터 모의실험에 나선다. 한은은 연말까지 ‘공공 클라우드’ 가상공간에서 참여 기업과 함께 CBDC 발행, 유통, 환수, 폐기 등에 대한 실험을 마칠 계획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최근 “금융을 현대화하고 정보기술(IT) 기업의 통화 지배를 예방하려면 CBDC가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결제 및 금융거래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각국의 CBDC에 대한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BIS가 지난해 세계 65개국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약 85%가 CBDC 도입 여부와 장단점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CBDC 도입 시기와 형태는 각각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대진 편집국장 

 

 

CBDC는 무엇이며, 중앙은행이 CBDC를 발행하려는 이유는 

 

CBDC는 중앙은행이 전자적 형태로 발행하는 법정 화폐다. 지폐나 동전과 똑같은 가치와 지위를 갖는다. 쉽게 말해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화폐를 디지털화해 형태만 바꿨다고 보면 된다.
발행 주체가 중앙은행으로 중앙정부에서 직접 관리·감독을 하고, 국가의 정책적인 결정에 따라 어느 정도 익명성 부여도 가능하다. 또한 자국의 통화와 같은 가치를 지니기 때문에 안정적이다. 
CBDC는 중앙은행만 발행할 수 있고 액면가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의 가상화폐와는 다르다. 가상화폐는 누구나 발행할 수 있고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치가 달라진다. 가상화폐의 핵심 기술인 ‘분산원장 기술’이 적용된다는 점만 같다. 분산원장은 거래 정보가 기록된 원장을 특정 기관의 중앙 서버가 아니라 공유 네트워크에 분산해 참가자들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기술이다. 어느 하나의 서버에 장애가 발생하거나 공격을 당한다고 해서 시스템 전체가 마비되거나 장애가 발생하지 않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중앙은행이 CBDC를 발행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지급 결제 시장의 안정화’다.
지불 결제 시장이 디지털화되고, 현금 사용이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중앙은행 통화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지게 되고, 지불 결제 시장의 민간 점유율 증가로 인해서 시장 안정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는 경우이다. 
이를 위해 디지털 환경에서도 사용 가능한 정부 보증 지불 결제 수단인 CBDC 공급을 통해 지불 결제 시장의 안정성을 도모하고, 일부 민간 사업자가 결제 시장을 독점하는 등의 폐해를 방지하려는 차원의 목적으로 CBDC를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국가가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소매부문에서의 현금 사용 비율이 2010년 40%에서 2016년에는 15%까지 떨어졌다. 2016년 말부터 CBDC 도입을 논의해 2017년 e-크로나 프로젝트를 시작, 현재 파일럿 테스트 중에 있다.
둘째, ‘금융 포용성 제고’다.
저개발 국가들은 금융 시장이 선진화된 국가들에 비해 은행 계좌 보유 비율이 매우 낮다. 이 때문에 국민들의 금융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다. 그렇게 되면 금융 서비스 수수료가 높고, 적절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문제들이 생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CBDC를 검토하고 있는 국가가 캄보디아다. 캄보디아는 전체 인구 중 은행 계좌 보유 비율이 20%대에 불과하다. 반면,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의 보급률은 90% 이상이다. 모바일 기기 기반의 CBDC 발행을 통해 금융 포용성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바콩(Bakong)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2019년부터 시범 테스트가 진행 중이다.
마지막으로는 ‘금융 기관간 결제 시스템의 효율성 제고’다.
금융시장이 선진화된 국가에서 역외 결제의 효율성을 향상시키려는 목적으로 CBDC를 검토하고 있다. 싱가포르가 대표적이다. 싱가포르는 2016년부터 우빈(Ubin)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19년 캐나다와, 지난 7월 7일에는 프랑스 중앙은행과 국경간 결제 테스트를 진행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렇듯 CBDC는 국가마다 처한 상황과 환경에 따라서 다양한 형태로 검토되고 있으며, 도입 형태와 시기도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 "CBDC 발행, 아무리 빨라도 2~3년 소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16일 CBDC 발행과 관련해 “아무리 빨리 해도 2, 3년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CBDC 발행 계획을 묻는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이 총재는 “CBDC는 암호자산에 대한 대응 차원이기보다는 화폐 이용형태 변화에 따른 현금수급 구조에 대응하기 위해 현금 수요가 급격히 줄 가능성에 대비해 준비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발행 필요성은 당장 크지 않지만 그래도 이런 경우에는 대비해야겠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현재 CBDC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게 있고 그 외에 제도적인 측면에서 갖춰야 될 것이 많다”며 “아무리 빨라도 2, 3년은 소요될 것으로 보고 기술적인 쪽에서 (발행준비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 관계자는 “현금 이용 비중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상황에선 CBDC가 도입돼야 하겠지만 그 상황이 언제 올지 가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 지급수단에서 현금 이용 비중은 2019년 기준 26.4%로 2년 전보다 9.7%포인트 감소했지만 여전히 20%가 넘는다. 

 

 

국내 첫 CBDC 모의실험,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인 카카오 그라운드X 선정

 

한국은행의 CBDC 모의실험을 어떤 기업이 맡게 될 것인지가 관심사인 가운데 지난 20일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인 그라운드X가 선정됐다.
한은은 CBDC 모의실험 연구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총 95.3754점을 획득한 카카오 그라운드X를 선정했다고 공고했다.
앞서 한은이 지난달 12일 CBDC 모의실험 연구 용역사업의 입찰 신청을 마감한 결과, 네이버 계열인 라인플러스, 카카오 계열인 그라운드X, SK 등이 도전장을 냈다.

이번 모의실험은 한은이 그동안 진행했던 연구나 컨설팅보다 훨씬 더 구체화된 단계다.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진행을 위해 CBDC 모의실험을 1단계와 2단계로 나눠 진행한다.
CBDC의 발행, 유통, 환수, 폐기 등 생애주기별 업무를 처리할뿐 아니라 송금이나 대금결제 같은 서비스 기능까지 실험한다.
이번 카카오 그라운드X의 CBDC 모의실험에는 토카막 네트워크의 개발사 온더도 함께 협력한다. 카카오 그라운드X의 협력 업체로는 카카오뱅크 및 카카오페이 등 카카오 계열사와 함께 미국 유명 블록체인 기업 컨센시스도 함께 진행한다.

CBDC의 특성상 수많은 결제 정보를 처리하는 블록체인 확장 영역에 기술이 중요한데, 이 부문에 온더의 확장성 기술이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정순형 온더 대표는 “이번 CBDC 파일럿 시스템 구축에 온더의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됨으로서 대한민국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 파일럿 테스트에 참여할 수 있어 기쁘다”며 “온더의 블록체인 레이어 2 확장성 기술 제공을 통해 카카오 그라운드X와 함께 성공적인 CBDC 플랫폼 모의실험을 완수함으로서 국가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CBDC 모의실험에 참여하면 ‘정부 사업 수행자’로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기술 활용도도 높일 수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국내 CBDC 첫 실험을 수행했다는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빅테크엔 놓칠 수 없는 기회”라고 말했다.

 

 

미국 9월 CBDC 보고서 발행 예정, 유럽중앙은행 발행 대비 프로젝트 착수키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 연준)는 그동안 ‘디지털 달러’ 도입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 도입에 속도를 내자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본격적인 도입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롬 파월 의장은 “연준이 디지털 결제와 관련한 광범위한 조사가 담긴 CBDC 연구보고서를 9월 초 발행할 예정”이라며 “이는 디지털 달러 발행 진전을 위한 핵심 단계”라고 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 달 14일(현지시각) 미국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연준이 발행할 CBDC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대안이 될 수 있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CBDC 도입에 찬성하는 강한 논거 중 하나”라며 “CBDC가 생기면 스테이블 코인(달러 등에 연동해 가격 변동성을 줄인 가상화폐)도, 암호화폐도 필요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의 여파로 지난 달 16일 비트코인을 포함한 주요 암호화폐의 가격은 일제히 하락했다. 일명 ‘디지털 달러’가 향후 암호화폐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CBDC 도입이 암호화폐 가격과 존립 여부를 좌우하는 변수로 부상하면서 앞으로 코인 시장이 ‘연준의 입’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달 14일 디지털 유로화 발행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디지털 유로화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시민들이 상업은행이 아닌 ECB에 화폐와 동전에 해당하는 디지털 화폐를 보관하는 디지털 지갑과 같은 형태가 될 전망이다.
ECB는 2년간 설계 작업을 마친 뒤 3년간 디지털 유로화 개발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이르면 2026년 디지털 유로화 도입이 예상된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우리의 목표는 디지털 시대에 시민들과 기업들이 가장 안전한 형태의 통화인 중앙은행 통화에 계속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미 2019년 CBDC 발행을 공식 선언하고 지난해 10월 선전시에서 5만 명에게 200위안(약 3만4000원)의 디지털 위안화를 지급하고 시범 사용을 시작했다. 2022년 상용화가 목표다. 이밖에 인도, 파키스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CBDC 도입을 공식화했고 영국, 스웨덴, 노르웨이, 호주, 일본 등이 CBDC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미 CBDC를 세계 최초로 도입해 사용하고 있는 곳도 있다. 카리브해의 도서국가 바하마는 지난해 10월 개인이 소액 결제에 사용할 수 있는 CBDC ‘샌드 달러’를 도입했다. 30여 개의 도서 지역으로 이뤄진 바하마는 오프라인 금융 거래가 불편하다는 지리적 특수성 때문에 사상 첫 CBDC 도입이 현실화됐다.

 

 

‘빅 브라더' 논란, 은행 ‘뱅크런’ 우려에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효과를 높일 것이란 전망도 나와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의 주장대로 중앙은행의 CBDC 발행이 비트코인을 무력화할지는 미지수다. CBDC는 현금과 달리 중앙은행이 모든 거래 내용을 추적할 수 있어 개인정보 침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에 대한 반감으로 탈(脫)중앙화 성격을 지닌 암호화폐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CBDC의 등장으로 시중은행 예금이 줄면서 금융시장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은행 예금이 감소하면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이 올라가고 대출 여력이 줄어들고, 이는 은행의 수익성 약화로 이어진다.

CBDC를 바라보는 금융회사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CBDC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 경제주체들이 은행에 돈을 맡기기보다는 CBDC를 보유하게 되면서 은행 예금 위축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CBDC 발행 여파로 은행 예금이 크게 감소하면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이 올라가고 대출 능력도 떨어질 수 있다”며 “코앞에 닥친 문제는 아니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미리 준비해 나가야 할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최성락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CBDC가 은행예금에 대한 대체재로 간주될 경우 CBDC 발행은 은행의 탈금융중개화(bank disintermediation)와 ‘디지털 뱅크런’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시중은행들이 CBDC 도입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은행들은 17조 달러에 달하는 예금에 의존해 핵심 사업을 영위하는데, 연준이 디지털화폐를 만들면 사실상 은행과 예금 유치에 있어 경쟁자가 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CBDC는 현금, 은행 예금의 대체재보다는 보완재로서 이상적으로 기능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CBDC 발행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효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술위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CBDC는 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할 수 있어 내수를 부양할 때 통화정책의 효과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춰도 ‘제로(0) 금리’를 보장하는 현금이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 효과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CBDC를 발행하면 실질적 금리 하한선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코로나19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 개인에게 직접 CBDC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헬리콥터 머니’ 정책도 손쉽게 시행할 수 있다.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도 국제적인 CBDC 논의에 적극 참여하는 한편 CBDC 설계 단계부터 국경을 뛰어넘은 글로벌 상호 운용을 염두에 두고 CBDC 시스템 개발 및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CBDC는 우리 생활을 어떻게 바꿀까, ‘돈=지폐’라는 공식 깨질 날도 멀지 않아

 

CBDC는 ‘중앙은행 등 중앙기관이 운영하는’ 시스템에서 유통되는 ‘디지털 꼬리표가 달린’ 화폐라고 할 수 있다. 이 디지털 화폐는 중앙은행이 그 교환가치를 보증하기 때문에 실물 통화처럼 쓰일 수 있다.
CBDC라고 하니 ‘뭔가 대단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우리는 이미 디지털 화폐 시대에 살고 있다. 현금없는 사회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이미 약속된 디지털 세계에서 디지털 화폐를 쓰고 있는 것이다.
실제 신용카드, QR코드 결제, 앱간 송금과 결제 등. 수억 원의 돈이 오가는 민간거래에서도 은행 앱을 통한 숫자가 왔다 갔다 한다. 이미 우리 월급도 지폐가 아니라, 은행에 찍힌 숫자로 받게 된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지급하는 재난지원금도 따지고 보면 CBDC의 한 형태가 될 수 있다. 단지 카드사들이 구축한 결제망에서 쓰이는 ‘카드사 포인트’의 모습으로 지급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심지어 내가 갖고 있는 전재산도 자산관리 앱에서 ‘숫자’로 찍힌다. 물론 그 돈의 실체는 만질 수 있거나 볼 수 있는 ‘체감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니다.
이중 은행 예금으로 분류되는 돈은 어디에 있을까. 바로 은행의 금고 안이다. 일부는 중앙은행인 한국은행 안에 있다. 우리는 은행과 한국은행, 정부를 믿기 때문에 모바일에 찍힌 ‘숫자’들을 보고 믿으며 거래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돈을 찍는 것도 돈이 든다. 예컨대 10원짜리 동전은, 그 액면가치보다 제조 비용이 훨씬 더 든다. 
어차피 디지털 숫자로 찍힌 것을 보고 거래를 하는데, 아예 지폐나 동전을 찍어내는 과정을 생략하면 어떨까. 조폐공사는 매출이 줄겠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세금을 줄일 수 있게 된다.

돈을 찍어내는 데 필요한 원가를 아낄 수 있을 뿐 아니라 관리하기도 편하다.
중앙은행이나 중앙정부가 구축해 놓은 전자화폐 유통망을 따라 돈이 흐르다보니,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추적할 수 있는 것이다.
CBDC는 5만원짜리 지폐에 대한 정부의 고민을 해소시켜준다. 떳떳하게 드러낼 수 없는 5만원 지폐는 개인 금고나 장롱에 숨기거나 심지어 시골 한적한 밭에 묻어 놓은 경우도 우리는 봐왔다. 숨기거나 묻어 놓은 사람이 밝히거나 우연히 발견되기까지 찾기가 힘들다.
그런데 CBDC는 이를 원천적으로 봉쇄한다. 자동으로 추적되기 때문이다. 몰래 숨겨 놓는 게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실체가 없으니 땅에 묻을 수가 없다.

돈의 사용과 흐름이 추적되다보니 뇌물로 사용하는 것도 힘들다. 정부에서 뿌린 보조금이 실제 목적대로 잘 사용되는지 확인하기도 편하다. 투명한 사회가 될 수 있는 여건이 될 수 있다.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BIS 사무총장은 “디지털 화폐 발행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중국 정부가 CBDC 발행에 적극적인 것도 이와 연관이 깊다. 자금의 흐름을 투명하게 볼 수 있는 CBDC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매력적이다. 일당 독재체제의 골칫거리라고 할 수 있는 부패 등을 감시할 수 있다. 국민이 어떻게 돈을 쓰는지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만약에 중국이 CBDC에서 주도권을 가져간다면, 달러 중심의 미국 중심의 경제 체제를 흔들 수 있다. 이미 중국은 지난 수년간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한 작업을 해왔지만, 여전히 유로화나 엔화만큼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 경제는 컸지만, 폐쇄적인 금융 구조 때문이다. 효율성 높은 CBDC를 먼저 하게 된다면 이러한 불리함을 뒤집을 수 있다고 중국 정부는 보고 있다.
CBDC가 통용되는 세상은 지금보다 더 깨끗한 세상이 될까, 아니면 누군가는 그 CBDC를 뚫고 새로운 암거래 시장을 만들까.
우리는 새로운 금융 질서의 세상을 앞두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