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이민기 기자 | 라커룸에서 한 이름을 연호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며 전남드래곤즈를 4강으로 이끈 플레잉코치 최효진이 그 주인공이었다.
전남은 11일 광양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2021 하나은행 FA CUP 8강 경기에서 포항스틸러스에 1-0으로 승리했다. 올 시즌 플레잉코치로 뛰고 있는 최효진은 이번 경기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나서 공수 양면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줬다. 풀타임을 소화한 그는 사무엘의 골을 어시스트 하며 공격 포인트까지 올렸다.
최효진은 이날 경기에서 단연 가장 눈에 띄는 선수였다. 만 37세의 플레잉코치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활동량과 경기력으로 오른쪽 측면을 지배했다. 최효진은 좋은 판단력과 끈질긴 플레이로 포항의 공격을 막아내며 노련한 베테랑의 면모를 자랑했다.
최효진이 더욱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공격 상황이었다. 공격적인 오버래핑과 감각적인 침투로 전남의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승부를 결정한 사무엘의 골 역시 최효진의 발끝에서 나왔다. 후반 1분 이종호의 백패스를 받은 최효진이 빠르게 페널티박스 안으로 침투했다. 달려드는 포항의 수비를 피해 슬라이딩으로 공을 지켜냈고, 이를 잡아낸 사무엘이 득점으로 연결했다. 이 골은 전남의 4강 진출을 이뤄진 결승골이 됐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최효진은 “오랜만의 홈경기 승리로 팬들에게 기쁨을 안겨줄 수 있어 기분이 좋다. 예전 소속팀이었던 포항과의 맞대결이기도 했고, (오)범석이와 오랜만에 만나 경기를 뛰었다. 3년 만에 FA컵 4강에 진출하기도 했다. 여러모로 뜻 깊은 경기였다”며 소감을 밝혔다.
놀라운 점은 이날 경기가 올 시즌 최효진이 소화한 첫 풀타임 경기라는 것이다. 그는 “감독님께서 이번 경기 출전에 대해 알려주시며 90분을 버텨야 한다고 미리 말씀해주셨다. 그동안 프로 생활하면서 교체보다는 풀타임을 소화한 때가 많았다. 지금까지 해온 경험이 있어서 그 힘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전남은 지난 주말 리그 경기를 치르고 곧바로 FA컵 경기를 치러야 한 데다, 상대인 포항은 만만치 않은 팀이었다. 최효진은 “이번 경기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단 하루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전술적으로 준비를 했다. 감독님이 내가 뛸 오른쪽 측면에서 몇 가지 공격 옵션을 주셨다. 그걸 동료들과 잘 이용해보려고 했고 득점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
경기 종료 후 전남의 라커룸에서는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최효진을 향한 뜨거운 환호가 이어졌다. “후배들이 환호를 많이 해주더라”며 웃은 최효진은 “후배들이 잘 따라와 줘서 항상 고맙다. 혹시나 내가 못해서 민폐를 끼치는 상황만 벌어지지 않도록 준비를 했는데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굉장히 기쁘다”고 이야기했다.
K리그1 팀과 맞붙는 만큼 그는 후배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려고 했다. 최효진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기에 눌리지 말고 자신 있게 원하는 플레이를 하자고 말했다. 그런 말이 한 팀으로 묶이는 힘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최효진에게 선수로서의 기대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앞으로도 출전을 기대해도 될지 묻자 최효진은 팀에 대한 헌신으로 답했다. 그는 “선발로 나가든 교체로 나가든, 아니면 뒤에서 대기하든 팀에서 요구하는 대로 내 의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내 위치가 어디든 팀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웃었다.
[뉴스출처 : 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