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코노미 김대진 기자 |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이달 27일부터 전세 갱신 계약의 대출 한도를 임차보증금(전셋값) 증액 범위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전셋값이 오른 만큼만 추가 대출해주겠다는 얘기다. 전세대출 한도 축소는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먼저 시작했고 다른 은행으로 확산되는 것이다. 다만 전세 신규 계약에 대해서는 실수요 보호를 위해 종전과 같이 보증금의 80%까지 전세대출을 해준다.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은행은 최근 여신 담당 실무자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전세대출 후속 조치에 합의했다.
금융 당국이 올해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서 전세대출을 제외함으로써 실수요자들의 대출 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피하게 됐지만, 가계대출 문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금융 당국은 이달 안에 발표할 가계대출 보완 대책에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를 고려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시장금리까지 오르며 대출이 더욱 힘들 전망이다.
◇전세대출은 전셋값 오른만큼만 대출
강화된 전세대출 후속 조치는 신규 전세 계약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예컨대 보증금 5억 원짜리 전세를 새로 계약하는 경우 80%인 4억 원까지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전세계약을 다시 하는 사람은 추가로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이 크게 줄어든다. 지금까지는 보증금 4억 원짜리 전세를 임대차보호법 상한인 5%(2000만 원)를 올려 다시할 경우 대출 한도가 총전세금(4억2000만 원)의 80%였다. 만일 기존 대출이 2억 원 있었다면, 그 금액을 제외하고 1억3600만 원을 대출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27일부터는 기존 대출 유무에 관계없이 추가 대출 금액이 늘어난 전세금(2000만 원)으로 제한된다.
전세대출 신청 시점도 바뀐다. 앞으로는 임대차계약서상 잔금 지급일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 지금까지는 전셋값을 내고 일단 입주한 뒤 3개월 내까지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27일부터는 내 돈으로 잔금을 치르고 나면 전세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또 은행들은 1주택 보유자의 비대면 전세대출 신청도 막기로 했다. 1주택자는 은행 창구에서만 전세대출을 신청해야 한다. 은행들은 실수요자 대출에 집중하기 위해 신용대출 등 다른 대출 창구도 닫아걸고 있다. 하나은행은 오는 20일부터 주택·상가·오피스텔·토지 등 부동산 구입 자금 대출과 신용대출을 연말까지 중단한다.
◇금융 당국은 DSR 규제할듯… 제2금융권까지 포함될 전망
금융 당국은 가계부채 보완 대책으로 개인별 DSR 규제 확대 시기를 앞당기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DSR 규제는 대출자가 갚아야 할 연평균 원리금의 합계를 연 소득의 일정 비율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다. DSR은 신용대출과 카드론 등 모든 금융권 대출을 포괄하는 만큼, 엄격하게 적용하면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현재 DSR 기준은 은행별로 평균 40%, 비(非)은행 금융사별로 평균 60%가 적용된다. 제2금융권에 대출이 몰리는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카드론 등 제2금융권에 대한 대출 규제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세대출에도 DSR을 적용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만일 반영된다면 이미 고액 전세대출을 받은 세입자는 추가 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진다. 생계비 등을 이유로 이미 상당한 대출을 받은 경우에도 전세대출을 원하는 만큼 받기 어려워진다.
◇한 달 반 사이 0.5%포인트 오른 금리, 5%대 진입 초읽기
주요 은행의 대출 금리는 한 달 반 사이 0.5%포인트나 오르며 5%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코픽스(COFIX)를 비롯한 시장금리가 뛰는 데다, 금융 당국의 대출 규제 압박에 은행이 우대 금리를 깎거나 가산 금리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금리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이 이번 주 적용할 주택담보대출 변동 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연 3.031∼4.67% 수준이다. 이는 8월 말(2.62∼4.19%)과 비교해 불과 한 달 반 사이에 0.41~0.48%포인트 오른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도 같은 기간 연 2.92~4.42%에서 연 3.14~4.95%로 올랐다.